•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주식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공시 의무를 위반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서면 조사를 마무리 짓고 본격적인 법률 검토에 들어갔다. 금감원은 '5% 룰'(주식 대량 보유 공시의무)을 위반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특별조사국은 엘리엇을 상대로 한 서면 조사 절차를 일단락짓고 본격적인 법률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엘리엇이 지분을 늘리는 과정에서 상당히 많은 거래가 이뤄졌는데 이 가운데 일부는 공시 규정 위반으로 볼 소지가 있다는 것.


    금감원은 한때 7% 이상 지분을 들고 삼성물산 합병 반대에 나선 엘리엇이 지분을 모으는 과정에서 5% 룰을 어겼다는 의혹에 대한 조사를 벌여왔다.


    엘리엇은 지난 6월 4일 오전 삼성물산 지분을 7.12% 보유하고 있다고 처음 공시했다. 국내 홍보 대행사를 통해 주요 언론에 보도자료를 돌리면서 전격적으로 삼성물산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했다.


    이때 엘리엇은 6월 2일까지 4.95%(773만2779주)를 보유하고 있다가 3일 하루 에 보유 지분을 2.17%(339만3148주) 추가 확보해 7.12%(1천112만5927주)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삼성물산 지분 2.17%가 단 하루에 사들이기에는 너무 큰 물량이기 때문에 엘리엇이 사전에 증권사나 기관 투자가들에게 삼성물산 주식을 서서히 매집하도록 하고 당일 통정매매를 통해 한꺼번에 명의를 바꾸는 '파킹 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6월 3일 하루의 삼성물산 주식 매수량 가운데 엘리엇이 차지하는 비중이 80%를 달할 정도로 매수세가 강했는데도 삼성물산 주가는 오히려 0.79% 하락한 것도 이런 의혹을 부추겼다.


    또 메릴린치, 씨티 등 이날 삼성물산 주식의 대량 거래가 일어난 주요 외국계 증권사 창구에서는 유독 매도와 매수액이 거의 같은 비율로 나타난 것도 이상 정황으로 지적됐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은 자신은 물론 특별 관계자가 합쳐서 특정 회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하게 되면 5일 이내에 이를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 9월 국정감사 때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파킹 거래 의혹'에 대한 김을동 새누리당 의원의 질의에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엘리엇을) 조사 중"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


    한편 엘리엇의 법률 대리 업무를 맡은 법무법인 넥서스는 엘리엇이 국내 법령에 저촉되지 않는 정상적인 방식으로 5% 이상의 대량 지분을 획득했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최근 금감원 조사팀에 제출했다.


    조사팀은 막바지 보강 조사와 함께 법률 적용 검토를 마무리해 늦어도 다음 달까지는 이번 사건 조사를 종결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엘리엇이 5% 룰을 위반한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나더라도 형사 처벌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감원은 대량 보유 공시 의무 위반을 적발했을 때 사안의 성격에 따라 형사 고발까지 할 수 있지만 실무적으로는 '주의'나 '경고' 조치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