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지난 2일 정부 여당의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을 사회적경제 기본법과 함께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청와대와 정부의 계속된 경제활성화법 처리 압박에 야당의 법안과 동시처리로 '거래'를 한 것이다. 

이에 청와대는 6일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은 거래의 대상이 아니다"고 "서비스산업 개혁 때 2030년까지 15만개에서 69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며 법의 본질을 봐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7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원유철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초청,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비롯한 경제활성화법, 노동개혁 처리를 당부한다. 


◇ 서비스산업, 경제혁신 3개년 핵심과제…靑 처리압박 시작 

국회가 저잣거리가 되어 법안을 흥정하는 상황은 여야 스스로 자초한 면이 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발의된 것은 2012년 7월 20일, 상정은 같은 해 9월 12일에 이뤄졌다. 이후 논의는 말 그대로 '지지부진'했다. 

정부가 처음 서비스법을 발의할 당시만 해도 서비스산업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데 상당히 공을 들였다. 개정안이 아닌 기본법 발의에는 공청회 등 필수적인 절차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이때만 해도 박근혜 대통령은 서비스 산업 개혁의 중요성을 이야기 했지, 국회를 향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통과해 달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하지 않았다. 

이러한 기조에 변화가 시작된 데는 여야의 논의가 지체된 점도 있지만 박근혜정부가 지난해 초 경제혁신 3개년의 핵심과제인 규제개혁의 한 축으로 '서비스산업 육성'을 제시하면서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7월 14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현재 국회에 서비스산업기본법, 관광진흥법 등 경제활성화와 관련된 법안들이 계류 중에 있다'면서 "가계소득 증대의 핵심은 일자리 창출이고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가 관광, 소프트웨어 등 유망 서비스업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제수석을 향해 "현재 국회 계류돼 있는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이후 박 대통령은 기회가 닿을 때마다 경제활성화법안의 처리를 당부했지만 국회 상황은 진전이 없었다. 




  • ◇ 소위 상정까지 2년 걸려, 그나마도 후 순위 

    서비스법이 기획재정위에 상정, 경제재정소위에 오르기까지 2년 여의 시간이 소요됐다. 첫 소위에 상정된 것은 2014년 11월 14일이다. 경제혁신 3개년 발표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 법안 처리를 촉구한 지 4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서비스법은 이날 전체 상정된 63개 법안 중에 56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통상적으로 후 순위에 있는 법안은 시간상 뒤쪽에 해당하기 때문에 다음 회의로 미뤄지는 경우가 많다. 

    이를 두고 이의를 제기한 사람은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에 불과했다.  

    이한구 의원은 "어떻게 해서 정부가 1년 이상 전에 제출해 놓은 서비스법을 56번으로 해놨느냐"면서 "정부 우선으로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항의했다. 그는 "(2번에 배치된) 공공기관 운영의 관한 법률이 더 급하냐, 아니면 뒤에 서비스산업 기본법이 더 급하냐 이거다"고 따져 물었다. 

    이에 류환민 기획재정위 수석전문위원은 관행을 들어 ①소위에서 합의한 법안 ②소위 위원들이 요청한 법안 ③정부가 요청한 법안 순으로 의사일정을 결정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기준없이 하면 몰라도, (정해놓은) 기준은 잘못 정한 것 같다"며 "기준을 정하려고 그러면 정부가 요청한 법안을 먼저 하는 게 맞다"고 항의했다. 

    같은 당 박명재 의원이 "그럼 ②, ③을 바꾸자"고 제안하자, 새정치연합 소속 윤호중 소위원장이 "어떻게 바꾸냐, 지금까지 해온 관행인데 순서를 뒤바꾸느냐"고 반발했다. 

    결국 이날 소위에서는 정부가 급하다고 요청하는 법안에 한해서는 소위에서 합의가 된 경우, 심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해가 바뀐 뒤 다시 열린 소위에서 서비스법은 여전히 '후순위'에 있었다. 

    2015년 4월29일 진행된 기획재정소위에서 총 66개 법안 중 50번째 논의 법안으로 오르자 새누리당 박맹우 의원은 "여야가 합의한 대로 순서상 사회적경제법 다음에 서비스산업발전법을 먼저 논의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 서비스法 논의, 2012년 이후 없었다 

    서비스법은 정치권에서는 '핫이슈'였을 진 몰라도 적어도 상임위 내에선 늘 뒷전이었다. 서비스법에 대한 여야 간의 제대로된 논쟁은 법이 처음 상정된 기획재정위 전체회의가 전부였다. 

    당시 박재완 기재부 장관은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안 제정안은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고자 마련했다"고 정부안을 설명했다. 

    이에 새정치연합 김현미 의원은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이지만 주 내용은 영리병원을 도입하는등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는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같은당 이인영 의원도 서비스산업의 범주에 병원의 영리화, 의료의 민영화 등이 대상이 되는지 거듭 확인했다. 

    다음은 당시 기획재정위 전체회의록 일부 발췌이다. 

    △이인영 의원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안이요. 이 대상에 병원의 영리화, 의료의 민영화,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 대상이 되는 겁니까? 

    △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
    당연히 보건의료산업도 핵심적인 서비스산업이고 보건의료산업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이냐 하는 것은 범주에 들어간다고 생각합니다만 무슨 의료의 민영화 이런 건 정무의 어젠다에도 없는 건데 그런 방향으로 간다는 걸 저희들이 상정하고 있지는 않다. 

    △이인영 의원
    일반적인 의료서비스산업에 대한 발전 방향 이런 것은 검토하지만..

    △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
    그렇습니다. 

    △이인영 의원
    민영화 내지는 병원의 영리화 이런 것들을 설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
    예 정부가 지금 뭐..

    △이인영 의원
    그건 분명하신 건가요?

    △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
    그렇습니다. 현재 우리가 하려고 하는 것은

    △이인영 의원
    나중에 표현이 그렇게 안되더라도 정책방향이나 제도 방향이 그런 쪽으로 가면 안되는 거지요. 그렇게 말씀하시면 

    △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
    자 보십시오. 이법이 통과되어서 내년 1월에 하면 이 정부가 2월까지 임기 말인데 거기서 의료민영화 이런걸 할 시간도 없지 않습니까?


    이날 이후 소위 서비스법은 잊혀진 법안이 됐다. 의원들 머릿 속에 야당이 반대하는 법안으로 카테고리가 분류되면서 법안논의는 당장 통과 가능한 법안에 쏠렸다. 그 사이 대선을 치르면서 정부가 바뀌고, 대통령의 호소가 압력으로 뒤바뀌었지만 법안 논의는 여전히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