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못 미치고 관리투자비 재원 부족 매한가지… 형평성 논란 제기될 듯
  • ▲ 충남 보령댐 가뭄대책 기자간담회에서 물값 인상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최계운 수자원공사 사장.ⓒ국토부
    ▲ 충남 보령댐 가뭄대책 기자간담회에서 물값 인상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최계운 수자원공사 사장.ⓒ국토부

    고속도로 통행료가 4년만에 오르면서 공공 요금 줄인상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고속버스 요금이 인상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특히 통행료 인상 배경으로 원가에 못 미치는 요금과 유지관리비 증가가 거론되면서 사정이 비슷한 물값 인상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10일 국토교통부는 고속버스 통행료 인상의 배경으로 건설 원가의 83%쯤인 현행 요금수준을 꼽았다. 교량, 터널 등 각종 구조물 노후화에 따른 안전관리에 해마다 1300억원쯤이 드는데 안전관리와 편의시설 투자는 재정 지원 없이 통행료로만 충당돼 재원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물값, 철도요금 등도 사정은 매한가지라는 점이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도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1.9배, 미국은 2.3배, 덴마크는 6.3배 비싸다.

    2013 상수도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광역상수도 요금은 생산원가의 83.8% 수준이다. 현행 고속도로 통행료 현실화 수준과 엇비슷하다.

    고속도로 통행료는 2011년 2.9% 올라 이번 인상이 4년만이지만, 광역상수도 요금은 2006년 이후 최근 10년간 단 한 차례 올랐다. 2013년 4.9% 인상했다. 2007년 0.4% 인하한 것을 참작하면 최근 10년간 4.5%포인트 오른 셈이다.

    광역상수도 요금이 오른 지 2년 밖에 안 됐지만,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최계운 수공 사장은 지난달 충남 보령댐 가뭄대책 기자간담회에서 중장기 수자원 관리방안으로 물값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었다.

    당시 최 사장은 "수도요금이 생산원가에도 못 미치다 보니 시설 투자를 위해선 요금을 올리거나 국고 지원이 필요한데 국고 지원도 결국 국민이 내야 한다"며 "원가는 약품처리비, 인건비, 운영경비 등이 포함되는데 원가 구성에 대해 시민사회단체 등의 검증을 거치더라도 물값 현실화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공은 안정적인 물 공급을 위해 2030년까지 총 3조9000억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단수 없이 물을 공급하기 위해 주요 관로 937㎞를 복선화하고 992㎞의 노후 관로를 개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국토부와 기획재정부는 아직 물값 인상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논의되거나 결정된 게 없다"는 태도다. 수공이 먼저 요금 인상을 요청해야 조정심의위원회를 열어 논의하는 데 아직 요청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물밑 교섭은 이뤄지고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일각에선 기재부가 물값 인상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4대강 논란과 관련해 인상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 사장도 간담회 때 "당장 100% 인상은 (정서상) 어렵고 단계적  인상이 필요하다"며 "현재 정부와 구체적인 인상 시기 등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국토부 관계자도 "통행료 인상 얘기는 지난 4월에도 나ㅑ 왔고 물가당국도 인상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민감한 사안인 만큼 공공요금을 일시에 올리는 데 부담스러워했다"고 부연했다.

    정부가 서민 물가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고속도로 통행료 인상을 신호탄으로 공공요금 인상을 순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용요금이 원가에 못 미치는 것은 철도 요금도 마찬가지다. 수공이 제공한 2013년 통계 기준으로 원가의 89.2% 수준이다. 전기·가스료는 생산원가의 100%를 받고 있다.

    고속도로 통행료 인상 여파로 당장 고속버스 요금이 오르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소비자물가인상률에서 고속도로 통행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0.0061%"라며 "(물가 관리와 관련해) 통행료가 올랐으니 고속버스 요금이 얼마만큼 오를 거라고 예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