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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을 품고 증권업계 1위로 올라섰다. 대우증권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미래에셋증권은 이변이 없는 한 내년이면 국내는 물론 글로벌시장에서도 밀리지 않는 초대형IB(투자은행)으로 도약하게 된다. 물론 산적한 현안들을 해결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우증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미래에셋증권이 글로벌 IB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이 있다.
인수전 승자가 업계의 승자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업계 1위에 걸맞는 업력과 책임감을 보여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있는 것.
직면한 과제는 구조조정이다. 미래에셋증권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9월30일 기준 전체 직원수는 정규직 1722명, 계약직 46명으로 총 1768명이다. 대우증권은 3000명에 이르는 2961명이다.
양사의 주력 분야가 다르긴 하지만 합병과 동시에 5000명에 이르는 직원을 모두 안고 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이기 때문에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점 역시 중복될 가능성이 높다. 미래에셋증권은 해외법인과 사무소를 포함한 전체 지점이 85개인데 서울에만 35개가 몰려있다. 대우증권의 경우 총 106곳의 지점 중 서울에 36개가 있다.
이에 따라 대우증권은 이미 노조를 중심으로 대형증권사 인수를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함과 동시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반대는 물론 대우증권 본사에서 진행될 실사 자체를 원천 봉쇄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취소를 시도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미래에셋증권과의 합병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는 대우증권 임직원들의 불안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는 대우증권이 인재의 요람으로 명성을 쌓아온 만큼 인력을 쉽게 내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의 재산은 사람"이라며 "미래에셋이 써낸 대우증권 입찰가는 인력에 대한 베팅"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미래에셋증권은 "대우증권 매각 본입찰에서 산업은행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완전 고용 승계를 제1원칙으로 한다고 명시했다"며 "고용불안에 대해서는 크게 우려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
국책은행인 산은의 보호막에서 벗어난 대우증권이 IB나 리테일사업을 독자적으로 유지·발전시키도록 이끌어가는 것도 미래에셋의 몫이다. 규모와 업력 면에서 상대적으로 작은 미래에셋증권이 큰 대우증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M&A(인수합병), IPO(기업공개), 유상증자, 회사채 분야에서 대우증권이 이미 미래에셋증권에 비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었던 상황이지만 '갑을'관계는 뒤바뀐다는 점에서 화학적 결합을 위한 노력이 시너지 효과 창출의 필수 요소"라고 말했다.
향후 금융당국의 책임도 강조되고 있다. 국내 자본시장 발전 기여라는 매각 원칙을 매각계획 발표당시부터 제시했던 만큼 합병하는 회사가 단순히 브로커리지 업무 등 기존 증권사들의 영업방식에 규모만 키운 곳으로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이대현 산업은행 정책기획부문장은 "이번 미래에셋컨소시엄의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이 국내 자산관리의 선두주자인 미래에셋과 정통 증권업 사관학교인 대우증권의 결합을 통한 초대형 증권사의 출현으로 국내 증권산업 경쟁력 강화는 물론 해외시장 개척 등 해외진출의 신호탄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하며 정책적인 힘을 보탤 것을 약속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한국에서도 글로벌IB가 탄생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며 "당국의 협조 없이는 결국 미래에셋증권도 합병효과가 소멸돼 증권업계는 현재와 같이 리딩증권사(IB)없는 춘추 전국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