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성 없는 캐피탈업계, 금리인상으로 시중금리 불확실성 부담
  • 캐피탈업계의 주 수익원인 자동차금융시장과 중금리대출 시장에 경쟁자들이 잇따라 출현하면서 녹록치 않은 시장경쟁 상황이 예고되고 있다. 아울러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현실화함에 따라 자금조달 비용 부담도 종전보다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금융·중금리대출시장 경쟁 격화

    캐피탈업계의 자동차금융 비중은 50%가 넘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캐피탈업계의 자동차금융 시장에서의 영업지위가 저하되고 있다.

    최근 터진 폭스바겐 사태로 수입차 할부금융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카드사들의 자동차금융시장 진출 등이 위협요인으로 꼽힌다. 올 초 현대차와 카드사간의 자동차 복합할부금융 수수료율 협상이 결렬되면서 카드사와 캐피탈사간 연계한 자동차 복합할부상품이 사라진 탓이다.

    이에 따라 캐피탈사 간 양극화 현상이 보다 뚜렷해졌다. 실제로 올 들어 국내 주요 캐피탈업체 20여곳은 3분기 말 현재 기준으로 1조원이 넘는 누적 당기순이익을 거뒀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대형사 위주의 성장세였다.

    특히 캡티브 마켓(Captive Market·계열사 간 내부시장)을 구축하고 있는 현대캐피탈은 이들 가운데 유일하게 2000억대가 넘는 순익을 시현했다. 현대캐피탈의 대주주는 국내 최대 완성차 업체인 현대·기아차로, 현대·기아차 취급액에 따른 캐피탈사업계의 시장점유율을 보면 3분기 말 누계 기준 현대캐피탈이 50~60%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이러한 가운데 쌍용차는 KB캐피탈과 합족해 내년 1월 전속 캡티브사(가칭 SY오토캐피탈) 출범을 계획하고 있어 논 캡티브(Non-Captive) 시장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아울러 자동차금융 시장 다음으로 캐피탈업계의 의존도가 큰 중금리대출 시장 경쟁 격화도 예정됐다. 정치권에서 법정 최고금리를 현행 34.9%에서 27.9%로 인하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당장 연체율 상승 및 수익성 저하를 막기 위해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등이 새로운 수익원으로 중금리대출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종전 6~8등급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영업보다는 5~7등급을 주력 고객으로 삼으면서 금리를 적게 받는 대신 부실률을 낮추는 전략이다.

    또 최근 예비인가를 따낸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출범을 앞두고 중금리 대출 시장 공략을 선언함에 따라 일부 고객군이 겹치게 된 캐피탈업계는 골머리를 앓게 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어려워진 업황에 수익 모델을 재점검하고 신사업을 모색 중에 있지만 이렇다 할 만한 내용은 아직 찾지 못했다"며 "계열사와 잘 연계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꾸준히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美 금리 인상에 따른 조달비용 상승도 악재

    이처럼 캐피탈업계의 주력 시장 환경이 격화된 가운데 이달 들어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도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앞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지난 16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7년 만에 기존 0.00~0.25%에서 0.25~0.50%로 0.25%포인트 인상한 바 있다.

    사실상 '제로 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전문가들은 캐피탈사들의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자금조달 금리 인상 역시 당연한 수순이기 때문이다.

    황철현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 전문위원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국내 시중금리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돼 캐피탈채 수요감소가 이뤄진다"며 "자본시장 내 캐피탈채 수요 감소는 개별 캐피탈사의 조달비용을 상승시켜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특히 높은 수준의 유동성차입부채비중 등 유동성 대응능력이 열위한 캐피탈사의 경우 리파이낸싱(Refinancing·조달자금 상환하기 위해 다시 자금을 조달하는 일) 리스크를 점증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특히 자동차금융 시장 등 의존도가 비슷한 캐피탈사들의 영업포트폴리오가 뚜렷한 차별점이 없는 탓에 이익창출능력을 차별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조달능력 강화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조달 상의 열위에 있는 기업계 캐피탈사들과 캡티브 영업을 하지 못하는 논 캡티브사들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카드사와 연계한 복합할부금융상품 취급이 중단됐지만, 고객들에게 기존과 마찬가지로 추가 수수료 할인 등의 동일한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캐피탈사가 자체 비용으로 충당해야하는 점도 수익 악화 요인이다.

    권대정 한국신용평가 파트장은 "한때 부동산금융에 집중했던 캐피탈사들이 이젠 자동차금융으로 몰리고 있지만, 천수답식의 영업포트폴리오, 무차별한 영업채널 내에서 경쟁력을 기대하긴 어렵다"며 "영업력에 차이가 없다는 것은 수익창출능력 또한 유사하단 뜻이기 때문에 개별 캐피탈사가 창출하는 운용수익은 시장의 평균을 넘어설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결국 이익창출능력을 차별화하는 요인은 조달능력 뿐"이라면서 "작지만 강한 중소형 캐피탈사가 등장하지 못하는 핵심 이유, 더불어 금융지주계열이 우위에 설 수밖에 없는 이유 또한 이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