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산업 핵심 공급망72.4% "국가기간산업에 해당"'국가핵심기술' 지정 관심 높아80.1% "금융자본의 공격적 인수합병 보완 필요"
  • ▲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 뉴데일리 DB
    ▲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 뉴데일리 DB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싼 최윤범 회장과 MBK파트너스·㈜영풍 연합 간 '쩐의 전쟁'에 국민 상당수가 정부 개입의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기간산업에 해당하는 고려아연 핵심기술의 해외 유출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사모펀드의 공격적 인수합병(M&A) 저지를 위해 입법·정책적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됐다.

    사태를 예의주시하던 정부도 최근 개입을 본격화했다. 금융당국은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소비자경보를 발령했고, 불공정거래 조사에 착수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고려아연 비철금속 제련 기술에 대한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검토하고 나섰다. 클라이막스를 향해 가는 경영권 분쟁의 결과에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 고려아연 경제 중추 역할 산업 인식 조사 결과. ⓒ리얼미터
    ▲ 고려아연 경제 중추 역할 산업 인식 조사 결과. ⓒ리얼미터
    72.4% "국가기간산업에 해당"

    13일 뉴데일리가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고려아연 사태 관련 국민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2.9%가 '인지하고 있다'고 답해 국민 10명 중 7명은 경영권 분쟁을 알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려아연의 생산 소재가 '국가기간산업에 해당한다'는 응답은 72.4%로, 경제에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인식이 압도적이었다. 반면 '그렇지 않다' 답변은 17.7%에 불과했다.

    고려아연은 아연·연·은·인듐 등 비철금속 제련 분야 시장 점유율 1위 회사로, 국내 자동차·배터리 등 첨단산업의 핵심 공급망을 담당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률은 8.3%로 제조업 평균(약 5%)을 웃돈다. '연-아연-동 통합 공정'을 구축해 생산성 향상과 함께 원가 절감을 이뤄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고려아연은 MBK·영풍 연합이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달 13일 공개매수를 선언,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했다. 영풍은 고려아연에 대한 지배력 강화 후 전문경영을 통해 기업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 공언했지만, 고려아연과 노조는 물론 일부 정치권도 가세해 '국가기간산업을 위협하는 적대적 M&A'에 불과하다며 반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로는 고려아연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적대적 M&A'란 주장에 '동의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49.8%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22.8%)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사모펀드 매각 시 '기술 유출이 우려된다'는 응답자도 62.6%의 비율을 기록, '그렇지 않다(25.2%)'보다 2.5배 가량 많았다.

  • ▲ MBK의 적대적 M&A 주장에 대한 동의 여부 및 사모펀드 매각 시 기술 유출 우려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리얼미터
    ▲ MBK의 적대적 M&A 주장에 대한 동의 여부 및 사모펀드 매각 시 기술 유출 우려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리얼미터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MBK파트너스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설립돼 국내 금융당국 감독을 받는 '국내 PEF'로 중국계 펀드가 아니며, 고려아연이 국가 경제의 산업 역군으로서 기능해온 역사와 전통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해외 기술 유출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럼에도 사모펀드(PEF) 운용사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이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우려가 잇따르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모펀드의 본질은 투자 수익 극대화다. 인수기업의 가치를 올리고, 인수가보다 높은 가격에 재매각해 차익을 꾀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결국엔 국적과 상관없이 더 많은 가격을 부르는 쪽에 매각(엑싯)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가핵심기술' 판정 촉각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머니게임'으로 비화하며 '승자의 저주'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려아연 공개매수가격은 주당 66만원에서 현재 89만원까지 올랐고, 이번 분쟁의 핵심 키로 지목되는 영풍정밀 공개매수가격도 주당 2만원에서 3만5000원으로 상승했다. 양쪽 모두 외부에서 막대한 차입금까지 끌어오며 피의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

    공개매수 경쟁 과열이 계속되자 금융당국도 칼을 빼 들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달 8일 열린 임원회의에서 "지나친 공개매수 가격 경쟁은 결국 주주가치 훼손을 초래한다. 자본시장법 등의 위반 여부를 철저히 살펴보겠다"면서 '엄정한 관리·감독과 즉각적인 불공정거래 조사 착수'를 지시했다.

    이복현 원장은 앞서 지난달 말 공개매수 경쟁이 과열로 보인다면서 시장질서 교란행위 등 불공정거래가 발생 시 엄정 조치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에도 '공시 이전 공개매수가보다 고가로 자사주를 취득할 계획'이라거나 '자사주 취득 가능 규모가 과장됐다'는 등 주장과 풍문이 유포되면서 주가에 부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 개입하기에 이르렀다.
  • ▲ 인수 시도에 대한 국가 개입 필요성 및 사모펀드 인수에 대한 입법/정책적 보완장치 필요성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리얼미터
    ▲ 인수 시도에 대한 국가 개입 필요성 및 사모펀드 인수에 대한 입법/정책적 보완장치 필요성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리얼미터
    75.8% "국가-정부 개입해야"

    정부의 개입에 대해 여론은 우선 우호적인 것으로 파악됐다. 여론조사 결과 고려아연과 같은 국가기간산업에 대한 인수 시도에 대해 '국가 또는 정부 차원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75.8%로 조사됐다. '전혀 필요하지 않다·별로 필요하지 않다(18.6%)'는 응답보다 4배 가량 높은 수치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가 심의 중인 '국가핵심기술' 판정 결과에도 귀추가 모아진다. 고려아연은 지난달 24일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특허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판정해달라는 신청서를 산업부에 제출, 이달 4일 산업기술보호전문위원회에서 해당 안건이 심의됐으나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이 M&A 등 방식으로 외국 기업에 매각될 경우 산업부 장관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정부 예산이 들어가지 않은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도 정부가 '국가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인수 금지 또는 원상회복 등 조치를 명령할 수 있어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번 조사에서 '사모펀드 등 금융자본의 공격적인 기업 인수합병에 대한 입법적, 정책적 보완장치가 필요하다'는 응답 비율도 80.1%로 '불필요하다(13.3%)'보다 높았다. 다만 주주들에게 일정한 매수가액을 제시하고, 이에 응한 주식을 장외에서 매수하는 '공개매수' 방식으로 경영권을 장악 행위는 적법한 절차에 해당해 치열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편 이번 여론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9일부터 10일까지 무선 RDD 100%로 이뤄졌으며 성별·연령·권역별 인구 구성비에 따른 비례할당추출 방식을 사용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2.3%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