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기준금리 연 3.25%로 0.25%p 인하“올해 물가상승률 기존 전망치 2.5% 소폭 하회”
  •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25%로 인하하며 3년 2개월 만에 통화정책 전환(피벗)에 나섰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1일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 연 3.5%에서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날 금통위의 금리 인하로 지난달 1.50%포인트로 줄어들었던 한미 간 금리 격차는 다시 1.75%포인트로 벌어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지난달 ’빅컷’(0.50%포인트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기준금리를 내리면 부동산 시장을 자극해 가계대출이 다시 늘어날 수 있지만, 민간 소비·투자 등 내수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한은의 금리 인하를 압박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연준이 지난달 금리를 인하하고 최근 물가가 1%대로 떨어진 점도 이번 금통위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결문에서 “물가상승률이 뚜렷한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되기 시작했다”며 “외환시장 리스크도 다소 완화된 만큼 통화정책의 긴축 정도를 소폭 축소하고 그 영향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그동안 우려했던 가계부채 증가세도 한풀 꺾인 모습이다. 지난 7일 기준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73조429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말(574조5764억원) 대비 1조1472억원 줄어든 규모다. 가계대출이 감소세로 전환된 것은 지난 3월 이후 7개월 만이다. 지난 9월 은행권 주담대도 역대 최고치를 찍었던 8월 대비 약 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시장에서는 지난달부터 시행된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규제와 은행권들의 대출 금리 인상, 사흘간의 추석 연휴 등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한은 금통위는 국내 경제에 대해 "수출 증가세가 이어졌지만 내수 회복세는 아직 더딘 모습"이라며 "앞으로 국내 경제는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겠지만 내수 회복 지연 등으로 지난 8월에 비해 전망(올해 2.4%, 내년 2.1%)의 불확실성이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도 상승률은 소비자물가 및 근원물가 모두 지난 전망치(2.1% 및 2.0%)에 대체로 부합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중동지역 리스크의 전개 양상에 따른 국제유가 변동, 환율 움직임, 공공요금 조정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금통위는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수도권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증가세가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의 영향으로 점차 둔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 등 관련 리스크에 여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통화정책은 물가, 성장, 금융안정 등 정책변수 간 상충관계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앞으로의 인하 속도 등을 신중히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