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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아 새로운 시장 선점을 위한 증권업계의 행보가 눈에 띈다. 증권업 패러다임이 WM(자산관리)와 함께 IB를 중심으로 바뀌는 시점에서 전문성을 갖춰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절실함도 반영돼 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수수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각 증권사들이 자산관리와 투자은행 부문 강화를 위한 영업망 강화를 마쳤다.
우선 통합출범 2년째를 맡는 NH투자증권은 조직개편을 통해 자산관리와 자산운용 역량 강화에 나섰다.
신설되는 WM전략본부는 자산관리 영업과 상품 기획 업무를 통합 수행하며 개인투자자들의 자산관리(WM)를 위한 전략 수립과 상품 개발을 담당한다. WM사업부에 상품총괄을 통합하며 몸집을 키운 것으로 자산관리와 그에 따른 서비스를 강화하는데 힘을 쏟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회사측은 증권업 패러다임이 바뀌는 중요한 시점임을 고려해 적극적인 변화로 업계를 선도하고, 영업 모델이나 수익성 측면 모두 완성된 사업구조를 갖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삼성증권도 자산관리 중심 조직으로 대대적인 개편을 마쳤다. 기존의 리테일본부를 WM본부로 변경하고 관련 부서를 대폭 개편했다. 또 WM본부 내 조직이었던 초우량고객 전담의 SNI사업부와 온라인고객 전담의 스마트사업부를 WM본부에서 분리해 CEO직속으로 편제했다.
대우증권을 품게 된 미래에셋그룹은 주특기인 자산관리 역량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최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합병을 통해 국민의 자산을 더욱 효과적으로 불려나겠다고 강조했다.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한국투자증권도 자산관리서비스 강화를 위해 고객자산운용담당을 고객자산운용본부로 격상시키고 지역본부 체제를 재정비했다.
이와 함께 새해 IB 역량 강화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미래에셋의 대우증권 인수로 자기자본 8조원 규모의 초대형 증권사 탄생이 예고된 만큼 이에 뒤지지 않기 위한 자체 경쟁력 확보에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삼성증권은 인수금융을 강화하고자 IB본부 산하에 '투자금융사업부'를 신설했고, NH투자증권은 범농협 그룹의 PE(사모투자) 기능을 통합·전담하면서 중장기적으로 독립 사모투자(PE)를 목표로 하는 PE본부를 IB사업부 내에 신설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종전의 기업금융본부를 IB 1본부, IB 2본부로 세분화하고 프로젝트금융본부, 퇴직연금본부까지 묶어 4본부 체제의 'IB그룹'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그룹장은 프로젝트금융본부를 담당하던 김성환 전무가 맡았다.
현대증권은 내년 목표로 IB와 인터넷은행으로의 특화를 제시했다.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은 최근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올해 이익의 많은 부분이 IB 업무에서 발생했다"며 "이 부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인력도 더 보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처럼 증권사들이 조직개편과 전략을 통해 공통적으로 WM과 IB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그만큼 증권사의 수익성 향상에 핵심요소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WM의 경우 수년 동안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일반 대중들도 자산관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축소에도 랩어카운트의 인기가 지속된다는 점이 WM사업부 수익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한국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이 내년부터 시행된다는 점도 예적금 자금이 증권사로 유입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이미 해외에서는 은행보다 증권 등 금융투자업계에 개인 자산이 더 많이 들어가 있다는 조사도 나오고 있다.
IB의 경우 기업의 자금조달, 인수합병(M&A),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모펀드(PEF) 운용 등의 니즈가 강화되고 있다. 올해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됨에 따라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 인수를 통해 글로벌 IB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한 점에 각 증권사들의 포커스도 이에 맞춰지는 양상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리딩 증권사가 업계의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것이 일반적인데 1위 증권사가 확정된 미래에셋증권은 물론 지금까지 업계를 선도해왔던 증권사들 역시 모두 WM과 IB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 내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도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고, 이 분야를 놓치면 경쟁에서 뒤떨어질 수 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다만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수수료 인하 등 출혈경쟁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산관리가 온라인화되면 수수료 인하 움직임이 일어나게 되고, 고객들은 싼 수수료를 받기 위해 온라인으로 갈아타는 순환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IB와 관련해서는 "기업의 자금조달, 인수합병(M&A),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모펀드(PEF) 등 다양한 분야로 나뉘기 때문에 각 증권사는 차별화된 IB 사업 경쟁력 발굴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