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 업계 신성장동력 인터넷은행 주력 전망KB금융지주, 향후 현대증권 노릴지 관건
  • KDB대우증권 인수전에서 한국투자증권과 KB금융이 고배를 마셨다. 발빠르게 새로운 전략을 통해 내년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교롭게도 두 회사는 당분간 '카카오뱅크'를 통한 신사업 개척에 손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대우증권 본입찰에서 미래에셋증권에 밀린 KB금융지주와 한국투자증권은 전열 재정비 과정을 갖고, 대우증권 인수 실패 시나리오(플랜B)를 토대로 내년 사업을 추진할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대우증권 인수실패에 따른 후유증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금융과 자본시장이 업계 신성장동력으로 가장 주목하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과 관련한 키를 쥐고 있기 때문에 한국투자증권은 오히려 내년 6월 인터넷전문은행 본인가에 초점을 맞춰 인프라 및 조직 구축에 열을 올릴 전망이다.


    카카오뱅크의 납입자본금은 3000억원이며 한국투자증권이 지분 50%를 보유해 비중이 크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이 인터넷은행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게 되면 기존에 은행의 고유영역으로 인식됐던 결제 역할은 물론 각종 거래에서도 시중은행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이 은행을 보유하게 되면 증권사 고객 유치를 위한 큰 창구를 확보할 수 있게 되고, 은행-증권간 상품 교차판매도 가능해지기 때문에 인터넷은행은 매력적인 신사업"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21일 대우증권 본입찰에서 미래에셋증권이 유력하다는 소식이 알려진 이후부터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주가 역시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금융지주 주가는 지난 21일에는 보합으로 마감했지만 22일과 23일에는 이틀 연속 1% 이상 상승마감했다.


    투자자들은 오히려 대우증권 인수 실패를 호재로 받아들인 것으로, 일부에서는 최소한 대우증권 인수를 위한 증자는 없을 것이라는 안도의 반응으로도 해석했다.


    KB금융지주는 한국투자증권에 비해 인수실패 이후 후유증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대우증권 본입찰에서도 빅3 후보군 중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또 다시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와 이사회의 눈치보기 등으로 적극적인 사업추진과 그에 따른 의사결정에 제약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KB금융은 그동안 외환은행, ING생명,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에서 잇따라 실패한 이후 LIG손해보험을 인수하며 M&A 흑역사에 마침표를 찍는 듯 했다. 하지만 또 다시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가격요인에 밀리며 패배했다. 인수전에 총력을 기울이며 승리를 다짐했었던 윤종규 회장의 입지도 좁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우증권 인수는 그 자체로도 비은행권 강화에 대한 고민을 한번에 날릴 수 있는 기회였지만 이를 놓치며 다시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당분간은 KB손해보험 등을 통해 비은행 부문 수익을 늘리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대우증권을 놓쳤다고 해서 증권사 M&A 기회를 완전히 잃은 것은 아니다. 또 다른 대형증권사인 현대증권이 언제든 시장에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윤 회장은 대우증권 본입찰 당시 "앞으로도 증권사 인수합병을 계속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증권의 자기자본은 3조2000억원으로 현재 업계 5위 증권사이자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자격을 보유하고 있어 대우증권 못지 않은 매력적인 매물로 평가된다. 다만 매물로서의 성격은 대우증권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실제로 현대상선 등 현대그룹이 현대증권 매각을 추진할 당시 매각 지분은 22.56%였다.


    회사 인수를 통해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기에는 지분율이 낮다. 23% 미만의 지분 인수로는 안정적인 경영을 하기 힘들고, 장기적인 계획으로 인수하게 된다면 인수 이후에도 추가 지분확보가 필수 요건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증권은 단기간 내에 회사를 키우고 수익성을 높여 바이아웃(경영권 매각)을 통해 투자원금과 수익을 회수하는 PE들에게 오히려 매력적인 매물로, 현대증권 인수를 추진하게 될 경우 경쟁상대는 PE 등 사모펀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현대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지만 현대증권 재매각 추진과 시점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도 변수"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핀테크, 해외사업 등 신성장동력 발굴도 적극 추진하는 한편,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통해 혁신적인 모바일뱅크 모델을 설계를 통한 신사업영역 개척에 힘써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