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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은 증권업계가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의 한 해가 될 전망이다. ISA와 인터넷은행, 로보어드바이저 등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또 사모펀드 규제 완화로 헤지펀드 활성화와 중기 특화 증권사 지정 등이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미국의 추가적인 금리인상, 레버리지 비율 규제, ELS 규제 등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16년은 증권업계가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아가는 시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내년에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도입된다. 이른바 만능통장이라 불리는 ISA 시행은 증권사들에게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다양한 금융상품을 한 계좌에 담을 수 있고 세제혜택도 제공되기 때문에 소비자는 물론 증권사 입장에서 매력적인 정책이다. 증권업계는 ISA 도입으로 증시로의 자금유입이 늘어나고, 자산관리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져 차별화된 상품과 마케팅 전략이 잇따라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인터넷전문은행의 본인가도 이뤄진다. 한국투자증권은 카카오와 전격적으로 손을 잡고 예비인가를 따냈다. 현대증권도 KT가 주도한 컨소시엄을 통해 인터넷은행에 진출했다. 키움증권이나 대신증권 등도 후발주자로 참여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인터넷은행이 ICT는 물론 증권업계에도 새로운 먹거리가 될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핀테크를 기반으로 한 로보어드바이저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이 개인의 자산을 관리해주는 서비스이다. 증권사와 은행을 중심으로 자산관리에 대한 신개념이 적용되는 셈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상용화를 시작했고, 대우증권도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술과 역량에 대한 검증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사모펀드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헤지펀드를 비롯한 사모펀드 전성시대도 예고하고 있다. 증권업계가 사모펀드 시장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정착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NH투자증권이 조직개편을 통해 범농협 그룹의 PE(사모펀드) 기능을 통합해 전담하는 PE본부를 IB사업부 내에 신설하는 등 대형 증권사들은 사모펀드 운용 확대에 나섰다.
87개 자산운용사 이외에 신규 투자자문사들의 시장 진입도 가시화되고 있다. 대규모 인력 이동은 물론 다양한 사모펀드 등장으로 시장이 역동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사모펀드 시장이 활성화될 경우 증시에도 자금이 유입돼 종합적으로 지수 상승 및 거래대금 증가라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란 관측이다.
중기 특화 증권사 지정은 중소형 증권사들에게 호재가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내년 1분기 중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를 지정한다. 중소기업 특화 IB 지정제도는 중소기업 IB 업무에 특화한 중소형 증권사를 육성하는 제도다. 지정 증권사에는 신기술사업금융업 겸영과 성장사다리펀드 등을 통한 정책자금과 증권금융을 통한 운용자금 조달 때 한도와 금리우대 등의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인 5대 대형 증권사는 대상에서 제외돼 중소형 증권사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업계에서는 지정제도가 시행될 경우 모험자본시장 중개기관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중개거래의 흐름을 집중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시행 예정이던 선강퉁이 내년에는 개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홍콩 및 중국 증시 급락으로 선강퉁 개시가 지연됐지만, 내년에는 후강퉁에 이어 선강퉁 시장이 국내 증시에 다시 호재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악재 혹은 변수가 될 요인도 있다.
미국의 추가적인 금리인상 이슈는 내년 한 해를 줄곧 따라다닐 것으로 보인다. 금리인상 시기를 전후해서 증시가 크게 휘청거릴 수 있어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변동성 확대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외국인의 자금 이탈 등을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될 금융당국의 레버리지 비율 규제와 신NCR 체계 적용 등도 증권사들에 적잖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레버리지 비율은 자기자본 대비 총자산을 나타내는 것으로, 기업이 타인자본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레버리지 비율이 과도하게 높을 경우, 그만큼 부채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재무건전성이 위험하다.
물론 일부 증권사들은 선제적인 대응을 통해 규제 회피 조치를 취했다. 하이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미래에셋증권은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늘려 레버리지 비율을 낮추는 방식을 선택했다. 하지만 신한금융투자나 대신증권 등은 아직 위험범위에 있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할 것이란 관측이다.
금융당국이 올해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발행을 제한함으로써 증권사들의 ELS 발행이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H지수를 기초로 한 ELS 발행 자제를 언제까지 지속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당국이 자율협약을 내세워 발행을 막고 있지만, H지수는 여전히 매력도가 가장 높은 투자처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생각이다. 내년에도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지 여부에 따라 증권사들의 수익원 증감이 결정될 전망이다.
이외에도 현재 진행 중인 대우증권 매각이 내년 상반기쯤 마무리 될 전망이다. 미래에셋증권이 가장 높은 입찰가를 써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오는 24일 우선협상대상자가 발표될 예정이다. 올해 매각이 무산됐던 현대증권도 언제든지 다시 M&A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과 골든브릿지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들도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SK와 SK C&C 합병으로 SK증권의 지분 정리도 이뤄져야 한다. 공정거래법상 SK C&C는 2년 안에 SK증권 지분을 처분해야 하는데, 계열사 또는 제3자 매각 가능성이 열려 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목이 잡혀 한국거래소의 지주사 전환 및 IPO도 내년으로 넘어갔다.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의 마지막 숙원이 내년에 이뤄질지도 관심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