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감 느끼는 경제계, 새해 화두는 '위기'




새해부터 우리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미국발 금리인상에 이어 중국·중동발 악재가 쏟아지고 있다. 상하이 주식시장이 새해 첫 거래일에 7%가량 폭락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뒤숭숭하다. 중동은 중동대로 사우리아라비아와 이란 간 전운이 감돌면서 당장 우리 기업의 수주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나라 안팎의 악재가 잇따르고 있지만 국회는 여전히 꿈쩍않고 있다. 오로지 '총선'에만 몰두하면서 진흙탕 공방전을 이어가고 있다. 새누리당은 계파간 공천 파열음이 잇따르고 더불어민주당은 의원들의 탈당이 계속돼 분당에 준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제대로된 의정활동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 당정 협의 한 번 안열려 

새해 들어 국회는 잇딴 악재 속에서도 경제 관련 당정협의 한 번 열지 못했다. 신년인사회 등 각종 정례적인 일정탓으로 돌리기엔 우리 경제가 놓인 상황이 녹록치 못하다. 물론 청와대와 정부, 입법부 수장들이 한자리에 모인 기회는 있었다. 

지난 4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신년인사회를 열고 이들을 모두 초청했으나 경제활성화, 구조조정 '입법' 키를 쥐고 있는 야당 지도부는 참석을 거부했다. 

직권상정 권한을 지닌 새누리당 출신의 정의화 국회의장은 신년인사회 직후 보란듯이 국회로 복귀해 "청와대에 쟁점법안 처리와 선거구 획정 연계는 없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혀 청와대와 국회 간의 간극은 더욱 넓어졌다. 

정치에 경제 구조개혁이 발목이 잡힌 형국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8일로 예정된 본회의에서도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활력제고특별법 등이 처리될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이 법안들은 지난 연말 정기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연내 처리로 미뤄졌다. 

서비스법은 정부가 서비스산업을 육성하는 내용으로 연구 개발에 대한 자금 지원과 세제 혜택 등을 담고 있다. 기업의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마련한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 역시 표류 중이다. 야당은 대기업을 배제하고 법안을 처리하자고 요구해, 경제계에서는 '반샷법'이라는 비난이 나왔다. 

또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지난해 말로 일몰해 올해부터 본격화할 기업 구조조정 작업의 극심한 혼란이 감지되고 있다. 


◇ 불안감 느끼는 경제계, 새해 화두는 '위기'

정치권의 굼뜬 입법활동은 '경제 불안'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연말을 기점으로 구조조정 핵심 산업인 철강, 조선, 해양 등 제조업 단체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야 지도부를 만나 법안 통과를 호소도 해봤지만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각 기업의 불안감은 경제계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대기업 수장들이 올 신년사에서 '성장'보다 '위기 극복'을 앞세운 것도 이러한 기류를 반영한다. 우리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삼성과 포스코 등 수출 기업들은 비상경영에 돌입했고 인력 구조조정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경제살리기 입법은 새 경제팀의 몫으로 돌아갔다. 다만 유일호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무사히 인사청문회를 마치고 박근혜정부 제 3기 경제팀을 꾸리기까지 한동안 공백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지난 4일 국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서에서 "구조개혁, 경제활성화 법안을 최대한 이른 시일내 입법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했다. 




  • 박근혜 대통령은 전일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이대로 국회가 문을 닫는다면 청년 일자리의 문도 닫히고 대한민국의 미래도 닫힌다"고 핵심 법안 처리를 호소했다. 

    그러면서 "남은 임기동안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할수 있는 모든 것을 해낼 것"이라 말해 총선을 앞두고 직무유기 상태의 국회를 움직이기 위한 '강수'를 둘 수 있음을 시사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르면 내주께 신년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호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