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경제대표 등 상임이사 전원 물갈이… 김임권 회장 취임 10개월만"이사들 허수아비 취급" 주장도… 배경에 축소된 회장 권한 강화 의도
  • ▲ 취임사하는 김임권 수협중앙회장.ⓒ연합뉴스
    ▲ 취임사하는 김임권 수협중앙회장.ⓒ연합뉴스

    수협중앙회 지도부가 김임권 회장 취임 1년여를 앞두고 대폭 물갈이된다.

    대부분 임기 만료를 4~5개월 앞두고 물러나는 가운데 김 회장이 사퇴를 압박했다는 의견과 이들이 김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려고 스스로 조기 퇴진한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이런 배경에는 각종 비리·부패와 연루돼 수협 회장의 임기가 연임에서 4년 단임으로 축소되고 이를 처음 적용받는 김 회장이 그동안 회장 권한 강화를 피력해온 것과 무관치 않다는 견해가 많다.

    15일 해양수산부와 수협에 따르면 김영태 수협 지도경제대표이사와 상임이사 3명이 동반 사퇴키로 했다. 김 대표이사는 오는 20일 그만두겠다며 사직서를 낸 상태다. 상임이사들도 15일 열린 이사회에서 일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수협은 곧바로 이사회에서 김 대표 등의 사퇴에 따른 후속 인사를 위해 인사추천위원회(인추위) 구성을 논의했다. 인추위는 수산 관련 단체·학계 추천 전문가 2명과 이사회가 추천하는 조합장 2명, 해수부 장관이 추천하는 비이사 조합장 1명 등 총 5명으로 구성된다.

    인추위는 지도경제대표이사 공모 절차와 투표 방법 등을 결정한다. 나머지 상임이사는 대표이사가 추천하면 이사회가 승인하는 방식이다.

    수협 지도부의 전면적이 물갈이는 김 회장 취임 10개월여 만이다.

    김 대표이사는 임기가 5월22일까지다. 서기환 상임이사는 3월27일, 김종수·공노성 상임이사는 각각 6월19일까지가 임기다. 김 대표이사는 4개월, 다른 이사는 2~5개월쯤 조기 퇴진하는 셈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이번에 사퇴하는 김 대표와 위원들의 잔여 임기는 얼마 남지 않는 상황"이라며 "김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사퇴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협 한 관계자는 "이사회, 총회 개최 일정 탓에 2~3주 공석일 때도 있었지만, 그동안 상임이사들은 (조기 퇴진 없이) 임기를 채우고 나갔다"고 설명했다.

    상임이사들의 조기 퇴진이 통상적인 사례는 아니라는 것이다.

    수협 내부에선 김 회장이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전임 회장 측 인사인 상임이사들에게 사퇴를 압박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김 회장이 각종 업무를 보는 과정에서 상임이사를 배제한 채 부장급 간부와 직접 협의하는 등 상임이사를 사실상 허수아비 취급했다는 것이다. 코드 인사를 단행하려고 김 회장이 소위 직장 내 '왕따'를 시켰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협 관계자는 "김 회장이 취임 이후 상임이사들에게 사퇴를 종용해왔다"며 이같이 전했다.

    김 회장이 지도부를 물갈이하려는 것은 2010년 수협법이 개정되면서 회장 권한이 대폭 축소되고 임기도 4년 단임으로 바뀐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남은 임기 내 각종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려면 지도부에 자기 사람을 심어 손발을 맞추는 게 낫기 때문이다.

    지난해 6, 7월에도 수협 산하 노량진수산시장과 수협유통 사장이 각각 중도 사퇴하고 그 자리에 김 회장 측근이 기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취임 이후 수차례 수협중앙회장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해왔다. 회장이 일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회장의 연임 문제도 포함돼있다.

    공교롭게도 김 회장 취임 이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인 김우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수협법 개정안에는 수협중앙회 회장의 연임 불가 조항을 삭제하고 회장 권한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수협은 그동안 역대 회장들이 비리 등에 연루되면서 줄줄이 구속되는 사태를 겪었다. 회장의 과도한 권한행사가 문제 되면서 법 개정을 통해 회장 임기와 역할을 축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