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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 살고 있는 A씨. 오전 7시 양재역에서 다이모스 동탄 연구소로 이동하는 셔틀을 타기 위해 일찍 일어났다. 집에서 양재역까지 거리가 1시간 정도라 5시에 일어났다. 하지만 면접장에 도착하자마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B씨의 면접시간은 오후 3시라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오후 3시까지 대강당에 마련된 대기장소에서 졸음과 싸워가며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현대차그룹 계열사인 자동차 부품기업 현대다이모스의 채용갑질 백태가 드러났다. 인사팀 편의를 위해 면접 대상자 전원을 면접 순서에 상관없이 일정 시간에 모이도록 한 것이다. 결국 최종면접에 참석한 면접자 중 일부는 최대 8시간을 대기해야 했다.
이처럼 긴 대기시간은 채용 갑질 유형 중 하나로 꼽힌다. 이에 따라 최근 대기업의 '채용 갑질' 사건이 사회적 화두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다이모스 또한 '갑질' 기업이라는 오명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18일 익명을 요구한 제보자 A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하반기 실시된 현대다이모스 면접에서 7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그는 "오전 8시10분 전에 입실하라는 통보를 받고 새벽 5시에 일어나 현대다이모스로 향했다"고 입을 열었다.이후 면접장에 도착한 A씨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이날 배정받은 면접시간이 오후 3시였기 때문이다.
A씨는 "면접 순서에 상관없이 일정 시간에 전원이 모이도록 해 대강당에 다 몰아 넣었다"라며 "다른 곳에서도 면접을 많이 봤지만 여기처럼 대기시간이 긴 곳은 처음"이라며 울분을 토해냈다.
이후 A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초조해졌다. 특히 7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지속된 긴장감은 그를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그는 "면접 대기시간에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라며 "다이모스 인사팀 관계자가 계속 면접 대기실을 돌아다니기 때문에 좋은 인상 남기기 위해 계속 정자세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긴 대기시간으로 문제제기를 하는 지원자가 나오기도 했다. 면접 대기 시간이 너무 긴 것 아니냐. 이럴거면 왜 이렇게 일찍 불렀나. 다른 곳처럼 오전 오후로 나눠 불렀으면 되지 않았냐라는 항의가 있었다.
당시 인사팀 관계자는 "면접 교육을 한번에 하기 위해 이렇게 불렀다"라고 답변했다. 인사팀의 편의를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이어 "내부에서도 이 같은 채용 시스템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갖고 있으며, 시스템 수정과 관련해서 검토 중에 있다"라며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사이트게 관련 글을 올리지 말아달라. 올라오면 피곤해진다"고 면접자들의 입단속을 주문하기도 했다.A씨는 "갑에 속한 현대다이모스가 지금까지 얼마나 지배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으면 을의 위치인 지원자에 대한 배려가 이렇게까지 없겠느냐"라며 "7시간의 긴 대기 시간은 상식적인 수준을 넘어선 것. 특히 4시에 면접을 본 지원자들은 최대 8시간을 대기해야 했다"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또, 그는 "이처럼 부당한 채용 갑질을 당하더라도 이에 대해 항의하는 취업준비생은 거의 없기 때문에 이런 시스템이 계속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당시에도 지원자들은 울분을 삼키며 앉아서 당해야 했다. 대부분의 면접자들이 자신들에게 불이익이 갈까봐 성토도 제대로 못했다"라고 하소연했다.
현대다이모스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현대다이모스 관계자는 "여태까지 이와 관련해 항의하는 사람이 없었다"라며 "불편하다는 목소리가 많아지면 면접 시스템 개편을 고려해보겠다"라고 해명했다.
국내 취업포털사이트 인쿠르트 관계자는 이와 관련 "긴 대기시간도 기업의 채용갑질 중 하나로 꼽힌다"라면서 "취준생이 아무리 슈퍼 을이라지만, 서로의 비전이 맞는지 원하는 근무스타일이 맞는지 등을 확인해보는 자리이다. 따라서 기업들도 이 같은 인식을 통해 지원자에 대한 배려를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실제, 일부기업들은 면접자들의 대기 시간을 최대한 줄여주기 위해 면접 순서에 맞게 시간을 통지해 30분가량만 기다리도록 하는 등 지원자를 배려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