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 정신질환 산재 인정률 3.99%P 감소… 신청 늘지만, 인정은 인색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산재 인정 때도 실적 증가 저조… 지속적인 홍보 필요고용부 "폭언·폭력 등 구체적인 기준 명시… 앞으로 산재인정 사례 증가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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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마케터 등 감정노동자(서비스직 근로자)가 폭언 등 '고객 갑질'로 우울병에 걸리면 산업재해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몇 년간 정신질환 산재 인정률이 감소한 데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과거 사례를 볼 때 산재 인정이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1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등이 개정돼 산재보험의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에 적응장애와 우울병이 추가됐다. 적응장애란 스트레스를 받은 후 지나치게 강하게 나타나는 감정적·행동적 반응을 말한다. 그동안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에는 PTSD만 규정돼 있었다.
앞으로 텔레마케터·판매원·승무원 등 감정노동자가 고객 응대 과정에서 폭력·폭언으로 말미암아 정신적 충격이나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병에 걸리면 산업재해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감정노동자에 대한 우울병 산재 인정 사례가 생각만큼 많이 증가하지는 않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정신질환에 대한 산재 인정률이 감소하고 있다.
고용부와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정신질환 산재 인정 실적은 2012년 32건, 2013년 33건, 2014년 33건, 지난해 41건 등이다. 실적만 놓고 보면 증가세를 보인다.
그러나 신청 건수도 늘어 2012년 75건, 2013년 84건, 2014년 90건, 지난해 106건이 접수됐다. 연도별 산재인정률로 계산하면 2012년 42.66%, 2013년 39.28%, 2014년 36.66%, 2015년 38.67%다. 지난해 소폭 반등했으나 전반적인 감소세로 3년간 3.99%포인트 낮아졌다.
정신질환에 대한 산재 신청은 꾸준히 늘고 있는 가운데 산재 인정률은 오히려 낮아진 셈이다.
앞서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에 포함된 PTSD 사례도 우울병 등의 산재 인정이 녹록지만은 않다는 것을 짐작게 한다.
PTSD는 2013년 7월부터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에 포함됐다. PTSD에 대한 산재 인정 실적은 2011년 2건, 2012년 7건, 2013년 9건, 2014년 9건, 지난해 14건 등이다.
질병 인정기준 포함 시점을 전후해 산재 인정 건수를 보면 7건에서 9건으로 단 2건 늘어나는 데 그쳤다.
즉 질병 인정기준에 포함했다는 것이 바로 산재 인정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수치를 보면 질병 인정기준에 포함했다는 이유로 단기간에 산재 인정이 크게 늘지는 않았다"며 "업무상 발생한 우울병 등도 산재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꾸준히 국민에게 알리는 게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우울병 등이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에 포함되기 전에도 우울병이나 적응장애로 산재를 인정받은 실적이 있다는 것도 이번 인정기준 포함이 생색내기에 그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부분이다.
우울병의 경우 2012년 4건, 2013년 1건, 2014년 6건, 지난해 4건이 산재로 인정받았다.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에는 빠져있었지만, 산재판정위원회에서 업무 연관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판정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질병의 인정기준 포함 여부가 아니라 업무상 인과관계가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과정인 셈이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산재근로자가 발생했을 때 당사자는 경황이 없어 관련 증거자료를 수집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서 담당기구나 인력을 배치하기 어려운 만큼 이를 제도적으로 보완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이번 인정기준 추가가 감정근로자의 정신질환 산재 인정에 크게 이바지할 거라는 입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폭언, 폭력 등 구체적인 인정기준이 명시된 만큼 앞으로 우울병 등과 관련해 산재 인정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