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美 러스트벨트 될 수도…제조업 강국 위상 위협""FTA 사실상 무력화, 외교·통상 전략 전면 재정비 시급"상호관세 + 품목관세는 가까스로 피해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지시각 2일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지시각 2일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한국을 포함한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에 대해 25%의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공식 발표하면서 국내 중소기업들의 수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대기업 중심의 공급망 재편이 현실화되면서 국내 2‧3차 중소 협력업체들은 수출 급감과 일자리 축소가 우려되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철강, 자동차, 반도체 등 일부 전략 산업은 상호관세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혔지만 지금껏 한미 FTA로 관세가 0원이던 상황에서 25%의 품목관세가 부과된 만큼 국내 제조 생태계 전반에 구조적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통상정책실장은 3일 "이번 조치로 국내 대기업의 미국 현지 공장 진출이 본격화될 수밖에 없다"면서 "제조업 분야의 현지 생산이 늘어나면, 그간 간접 수출 형태로 납품해온 국내 2‧3차 중소기업들의 물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추 실장은 "대기업은 멕시코 등 기존 해외 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해 관세를 피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인건비와 운영비를 감당할 여력이 부족해 사실상 동반 진출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흐름이 고착되면 한국은 미국의 러스트벨트처럼 제조 기반이 무너지고, 제조업 강국으로서의 위상과 국내 일자리가 위협 받을 수 있다"고 토로했다.

    산업계 안팎에서는 정부의 사전 대응 부족과 외교력 부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보편관세는 전체 산업계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탄핵 정국이라는 정치적 공백 속에서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당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중심이 되어 중소·중견기업의 수출국 다변화를 본격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부영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의 단편적인 수출지원에서 벗어나 인증, 물류, 마케팅 등 산업별 맞춤형 고도화 전략이 시급하다"며 "미국 의존형 수출 구조에서 벗어나 유럽, 동남아 등 신흥시장으로 수출국을 분산해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무엇보다도 국가적 리더십 공백 속에서 글로벌 통상 전쟁이 격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수출 전선에 비상이 걸렸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업계는 단기 처방에 그치지 않고, 정부 차원의 구조적 대응과 외교·통상 전략의 전면 재정비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번 관세 조치가 한국보다 미국에 대한 무역흑자가 더 큰 일본이나 유럽연합(EU)보다 높은 수준의 제재가 이뤄진 점에서 현재 한국이 미국에 보복조치를 취할 수 없는 국정 공백 사태 속 정상외교 중단이 반영됐다는 지적도 뒤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