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 위주 인원 감소…1년 만에 62명·5년 기준 30%↓증시 부진에 기업분석 수요 줄고, 기업 갑의 횡포 거세져
  • 국내에서 영업 중인 증권사 소속 애널리스트의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투자 정보들은 넘쳐나는 반면 증시 부진에 본연의 업무인 기업분석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리포트에 대한 독립성이 침해 당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설자리를 잃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58개 국내외 증권사들의 애널리스트는 총 1088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 전체 애널리스트가 1150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1년 만에 62명이 줄어든 것이다.


    특히 2011년 초 1492명에 비해서는 약 5년 만에 30%가량이 감소한 수준이다.


    개별 증권사별로는 1년 전 28명의 애널리스트가 근무하던 한화투자증권이 전임 사장과의 문제와 맞물려 10명이 이탈해 18명이 남았고, 24명의 애널리스트가 근무하던 교보증권이 현재 6명 줄어든 18명이 근무 중이다.


    하나금융투자도 46명에서 40명으로, 키움증권이 30명에서 25명으로, 삼성증권이 74명에서 68명으로 1년새 각각 규모가 줄었다. 메리츠종금증권도 4명 줄어 현재 22명 남았다.


    대형 증권사들도 애널리스트 숫자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며 특히 별도 채용보다는 신입직원 중에서 희망자를 리서치센터로 보내거나 저임금으로 2∼3년 간 근무한 리서치 보조(RA) 중 유능한 사람을 골라 애널리스트로 채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때 증권사의 꽃이라 불리는 애널리스트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증시 부진으로 기업분석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의 거래대금은 1290조원으로, 2011년의 1664조원에서 5년 새 23%가량 감소했다.


    수년간 증시가 박스권에 머무르면서 투자자들이 증시를 외면하고 있고, 애널리스트가 생산하는 리포트(보고서)의 수요자인 펀드매니저들의 입장이 예전과 달라진 점도 애널리스트 감소 현상에 영향을 미쳤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운용사가 리서치를 두는 경우도 있어 일부 스타급 애널리스트의 리포트만 참고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여기에 애널리스트들이 비판적 투자 의견을 내면 해당 기업이 정정요구를 하거나 기업탐방을 막아버리는 갑질 횡포도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교보증권은 하나투어의 면세점 사업이 실적 증가에 기여하기까지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하나투어의 목표주가를 20만원에서 11만원으로 대폭 하향조정했고, 하나투어 주가는 이틀간 7% 가까이 급락했다.


    결국, 하나투어 관계자가 해당 애널리스트에 강하게 항의하고 기업탐방을 못하도록 하겠다고 압박한 것으로 전해지며 논란이 불거졌다.


    업계는 그동안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분석기업들의 눈치보기가 일반적이었고 증권사 매도 리포트가 전무했던 상황에서 기업의 횡포를 더이상 참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교보증권 사태 외에도 올해 중 발행된 기업보고서를 삭제한 일이 SK증권과 유진투자증권에서도 일어난 바 있다.


    애널리스트들의 수난시대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애널리스트들이 고액 연봉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몸값을 올리며 선망의 대상이 됐지만 현재는 오히려 비용이 많이 드는 부서로 인식되며 급여도 정규 직원 수준으로 떨어지고 계약을 갱신할 때마다 구조조정을 당할까 두려워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