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자진 철회·미승인 기업 40여 곳 달해…'파두 사태' 이후 급증거래소 심사 눈높이 올라가고 금감원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 늘어기술특례 상장 기업 불만 커져…일정 몰린 탓에 옥석가리리 심화
  •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상장 일정이 밀린 기업들의 볼멘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른바 '파두 사태' 이후 금융당국의 상장 심사 문턱이 눈에 띄게 높아지면서 상장 일정이 대거 연기, 10월에 몰렸기 때문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뒤 미승인을 통보받거나 자진 철회한 기업은 40여 곳에 달한다. 이는 이미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2021년(38곳) 수치를 뛰어넘은 기록이다.

    가장 최근에는 올해 기업공개 최대어로 주목받았던 케이뱅크가 수요예측 부진으로 상장을 연기하면서 상장 철회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케이뱅크는 애초 이달 상장을 목표로 지난 10일부터 16일까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했으나 흥행에 실패했다. 최종 공모가를 희망 범위(9500원~1만2000원)의 하단 밑인 8500원으로 정했지만, 결과가 지나치게 부진하면서 상장 연기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는 특히 자진 철회한 기업의 수가 늘었다. 이들은 대부분 거래소로부터 잠정적 미승인 통보를 받은 후 철회를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거래소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한 기업이 많아졌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다.

    심사 미승인을 공식 통보받은 기업도 6곳에 달했다. 지난해 단 하나의 사례도 없었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수치다. 

    상장을 준비 중인 기업들 사이에선 이른바 파투 뻥튀기 상장 사태 이후 거래소의 심사 기준이 이전에 비해 높아졌다는 성토가 나온다. 특히 기술특례상장(기술평가·이익 미실현)을 노리는 기업에 대한 기준이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거래소는 올해 6월부터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기술특례상장 기업과 일반상장 기업 심사를 분리 진행하고 있다. 기술특례상장 기업에 대해선 매출과 미래 실적 근거, 수주 현황, 내부 통제 등을 이전보다 자세히 심사하고 있다.

    한 IPO 관계자는 "파두 사태 이후 IPO 시장 신뢰 회복에 나선 조치지만, 현재 실적보단 미래 성장성을 더 중요시하는 특례 상장 기업으로선 심사 통과 기준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거래소뿐만 아니라 금감원의 문턱도 높아졌다.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심사 절차가 이전보다 강화되면서 증권신고서 정정으로 상장 일정이 연기된 기업들이 늘었다.

    실제 이달 공모주 시장에서는 20개 넘는 기업들이 상장 일정을 소화한다.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로 일정이 밀린 기업들이 몰린 영향이다. 지난달 공모 청약에 나설 예정이었던 셀비온, 인스피언, 한켐 등 7곳은 증권신고서 정정으로 상장 일정이 이달로 연기됐다.

    또 다른 IPO 관계자는 "최소 한 번 이상의 증권신고서 정정은 당연하다고 각오해야 하는 추세"라며 "연내 증시 입성을 노리는 종목이 이달에 몰렸다"라고 말했다.

    청약 일정이 쏠리는 만큼 공모주 옥석 가리기도 심화할 전망이다. 한정된 시장 자금이 다수의 기업이 몰리면서 특정 기업에 자금이 쏠릴 것이란 분석이다. 

    이 관계자는 "알짜 기업에만 자금이 몰리는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최근 불안정한 증시와 케이뱅크 연내 상장 철회로 인해 불확실성이 높아진 IPO 시장 분위기를 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