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변화에 따른 막강한 정보력·협력모델 구축 시급
  • ▲ 헌터라제ⓒ녹십자 제공
    ▲ 헌터라제ⓒ녹십자 제공

    삼성·SK 등 대기업들의 가세로 인해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 사업이 점차 규모의 경쟁으로 변모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바이오·제약사들의 관심은 바이오시밀러를 뛰어넘는 바이오베터(슈퍼 바이오시밀러)로 향하는 모양새다.

    바이오베터는 특허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의 단순 카피가 아닌 효능과 부작용을 개선했다는 점에서 바이오시밀러와 달리 독자적인 물질특허가 인정된다.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 만료와 상관없이 시장 출시가 가능해 해외시장 개척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의미다. 또 신약수준의 높은 수익성을 지니면서 이미 검증된 오리지널 제품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바이오신약보다 개발 비용과 리스크도 적은 편이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녹십자는 최근 미국 식품의약청(FDA)으로부터 헌터증후군 치료제 바이오베터인 헌터라제의 미국 내 임상 2상 진입을 승인받았다. 헌터증후군은 세포 내 특정 효소가 없거나 비정상적으로 축적돼 골격이상, 지능 저하 등의 증세로 나타나고 심할 경우 15세 전후에 사망하는 질병이다. 이 치료제는 기존 미국 샤이어의 바이오 신약인 엘라프라제 대비 임상을 통해 6분 동안 걷는 거리 증가율이 향상되는 등 효능이 개선됐다.

    희귀의약품(미국의 경우 환자 수가 20만명 이하, 국내 2만명 이하 해당)인 헌터라제는 엘라프라제의 독점을 깨고 국내 출시 2년 만인 2014년 시장 점유율 절반을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남미와 북아프리카 등지에도 수출되며 20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녹십자는 항암치료제 허셉틴의 바이오베터인 MGAH22의 임상 3상도 진행 중이다.

    대웅제약은 자회사인 한올바이오파마와 공동으로 안구건조증 치료제 바이오베터인 HL036의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 내에 임상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안구건조증은 눈물이 부족해 안구 표면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이 치료제는 기존 미국 앨러간의 바이오 신약인 레스타시스에 눈물 활성 성분을 더해 치료 효과를 개선했다.

    셀트리온도 바이오시밀러에 이어 바이오베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항체 독감치료제 바이오베터인 CT-P27과 유방암 치료용 바이오베터인 CT-P26이 대표적으로 각각 임상 3상 준비·비임상 단계를 마친 상태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CT-P26은 기존 유방암 치료제를 한층 업그레이드한 신약으로 기존 치료제에 비해 효능 뿐만 아니라 가격 경쟁력에서도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독은 바이오벤처 제넥신과 공동으로 기존 미국 암젠의 염증 질환 치료제 아나킨라의 바이오베터인 HL2351의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이 치료제는 제넥신의 지속형 항체융합기술을 적용, 오리지널약에 비해 약효의 지속시간을 늘렸다. 1~2일에 한 번 투여하던 것을 1~2주에 한 번 투여하도록 효과를 개선했다.

    일동제약과 바이오벤처 셀리버리는 파킨슨병 치료제 바이오베터인 iCP-Parkin 개발에 나섰다. 파킨슨병은 떨림, 자세불균형, 강직 등 운동성이 점차 상실되는 증상을 동반하며 병이 진행되면 인지기능의 손상까지 나타나 결국 사망에 이르는 난치성 뇌질환이다. 이 치료제는 오리지널약의 뇌 세포 활성 효과를 개선했다.

    한미약품도 현재 다수의 바이오베터를 개발하고 있다. 공개된 바이오베터 가운데 호중구감소증치료제인 에플라페그라스팀은 미국에서 임상3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 LG생명과학과 알테오젠 등이 바이오의약품의 약효 시간과 효능을 개선한 바이오베터 제품을 개발 중이다. 암젠, 노보노디스크, MSD, 로슈 등 굵직한 다국적 제약사들 역시 바이오베터를 일부 출시했거나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전무는 "바이오베터는 기존 제품보다 향상된 기술의 적용과 추가적인 개량특허가 가능한 만큼 일반 신약보다 글로벌 시장변화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가져야 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다양한 협력모델을 만들어 가는 게 급선무라고 본다. 좀 더 시장을 디테일하고 면밀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