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예정 사업 타당성 조사, 3년 뒤로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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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이 미국 뉴욕의 하인리히 파크를 둘러본 뒤 구상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역 고가 폐쇄 및 공원화 사업’이 남대문 시장 상인과 인근 주민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진행 중인 가운데, 이번에는 서울시가 주민 저항을 무마하기 위해 약속한 사업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서울시가 서울역 인근에 사는 주민 편의를 위해 신안산선 만리재역 신설을 사실상 약속해 놓고, 계획대로라면 이미 끝냈어야 할 사업 타당성 조사를 3년 뒤로 미룬 사실이 뒤늦게 확인 된 것이다.신안산선 만리재역 신설은 마포구 공덕동, 중구 만리동, 용산구 효창동 일대 주민들에겐 오랜 숙원 사업 중 하나다.이 지역은 직선거리로 치면 인근 2km 안에 서울지하철 1, 4, 5, 6호선이 지나고 있어 대중교통 접근성이 나쁜 편은 아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정이 다르다.이 지역은 지대가 상당히 높아 통행에 어려움이 많다. 겨울철 빙판이라도 지는 날엔 집을 나서는 일 자체가 고역이다. 평탄하지 못한 지형은 개발을 가로막는 원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개발이 지연되면서 역 신설은 더욱 멀어지는 분위기다.2011년 초에는 강승규, 나경원, 진영 등 인근 지역구 의원들이 8천명이 넘는 주민들의 서명을 받아, 국토부와 서울시에 만리재역 신설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하기도 했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당시 서울연구원이 실시한 예비 사업타당성 평가에서 만리재역 신설 방안은, 비용편익(B/C)분석 결과 기준치인 1에 한참 못 미치는 0.57을 기록했다.서울시도 주민들이 불편을 겪는 현실은 인정하지만, 역사 신설은 곤란하다며 난색을 표했다.이런 서울시의 태도에 변화가 나타난 것은 지난해 중순 이후였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의 뉴욕 구상에 따라 서울역 고가를 폐쇄하고 이곳에 보행자 공원을 만들겠다며, ‘서울역 7017 프로젝트’ 사업을 추진했다.서울시는 이 과정에서 고가 폐쇄에 따른 교통 혼잡을 예상한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잇따르자, 만리재역 신설안을 들고 나왔다.주변 여러 곳에 이미 지하철역이 있어 역사 신설은 어렵다는 기존 입장을 바꿔, 신안산선 만리재역 신설을 공론화 한 것이다.서울시는 지난해 5월 7일 ‘서울역 일대 종합발전계획'을 발표하면서, 2022년 개통예정인 신안산선에 만리재역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신안산선은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광역철도노선으로, 경기 안산에서 서울역까지 46.9㎞ 구간을 복선으로 연결할 계획이다. 2010년 12월 결정된 신안산선 기본계획에는 공덕역 다음역이 서울역으로 예정돼 있다.서울시는 이 기본계획을 수정해 공덕역과 서울역 사이에 만리재역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는 지난해 9월까지 주변 도시계획 변동사항 등을 파악한 뒤, 10월 서울연구원에 타당성 조사를 발주, 11월까지 결과를 확인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그러나 만리재역 신설 사업은 4월 현재까지 이렇다 할 진전이 없다. 취재결과 서울시는 만리재역 신설을 위한 예비 타당성 조사를 2018년으로 미뤘다.시가 조사 시기를 늦춘 것은, 비용편익분석 상 기준치를 충족하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시는 이런 결정 내용을 주민들에게 알리지도 않았다.서울시가 사실상 일방적으로 사업추진을 뒤로 미루면서,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눈길은 곱지 않다.시가 주민 반발을 줄이기 위해 사업 재검토 카드를 꺼내들고는 이제 와서 딴청을 피운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개발 지연으로 인구 유입을 기대하기 힘든 지역의 특성을 고려할 때, 사업 타당성 조사 결과가 4년 전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울시의 무성의한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3년 뒤 국토부가 조사를 다시 할 시점에는 지역 여건이 바뀔 수 있다. 시도 주민들이 바라는 숙원 사업이 추진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