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반선 띄우는 9월 이후 7일장 전환뚝도시장 '서울 3대 시장' 명성 되찾기 나서… 남북경협 모델 구상도
  • ▲ 서울 뚝도나루에 도착한 서해5도 어선.ⓒ서해5도어촌계협의회
    ▲ 서울 뚝도나루에 도착한 서해5도 어선.ⓒ서해5도어촌계협의회

    근대화 이후 처음으로 서해에서 한강을 잇는 정기적인 뱃길이 열렸다. 중국 어선의 불법어업으로 어려움을 겪는 서해5도 어민들이 먹고살기 팍팍하다며 서해5도 수산물을 서울시민에게 직접 공급하는 장터를 연 것이다.

    20일 서해5도 어촌계협의회에 따르면 어민들은 이날 오전 4시30분 어선 3척에 대청도와 연평도에서 잡은 농어·광어·놀래기·우럭·홍어·해삼 등 수산물 1033㎏을 나눠 싣고 연평도를 출발했다. 오전 10시30분께 경인항에 도착한 어선은 이어 아라뱃길을 따라 이동한 뒤 오후 2시께 서울 뚝섬나루터에 도착했다.

    이날 서울 성동구 뚝도시장에서는 '100% 자연산 뚝도 활어시장 예비 개장 축제'가 열렸다. 지난해 2차례 시범장터가 열린 데 이어 서해5도에서 갓 잡은 수산물을 판매하는 정기적인 상설시장이 열린 것이다.

    과거 뚝도시장은 점포 수가 400여개에 달하며 동대문시장, 남대문시장과 함께 '서울 3대 시장'으로 불렸다. 하지만 경기 침체와 대형할인점 입점 등으로 사람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침체에 빠졌다.

    이번 행사는 뚝도시장을 활성화하려는 시장번영회와 성동구, 서해5도 어민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성사됐다. 서해5도 어민은 중국 어선 불법어업으로 꽃게 씨가 말라 생계를 위협받는다며 2014년 어선을 끌고 아라뱃길에 들어섰다. 활어라도 팔기 위해 직접 시장개척에 나선 것이다. 그동안 서해5도는 꽃게 위주로 조업과 경매가 이뤄진 데다 뭍으로 운반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운송비도 비싸 우럭 등을 잡는 어민은 활어 값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이때 마침 전통시장과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성동구가 서해5도 활어 판매를 제안했다. 침체한 뚝도시장을 활어 판매로 특화해 활로를 찾으려는 시도였다. 지난해 2차례 진행한 시범판매는 반응이 가히 폭발적이었다. 800㎏ 수산물이 4시간 만에 완판됐다. 시민들은 그동안 유통과정의 문제로 접하기 어려웠던 서해5도 수산물을 사려고 길게 줄을 섰다.

    이번 행사는 애초 지난 4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기상이 좋지 않아 이날로 연기됐다. 앞으로 성동구와 뚝도시장번영회, 서해5도 어민은 월 2회 뱃길을 통해 활어를 장터에 공급할 계획이다. 오는 9월께 30톤 규모의 운반선이 마련되면 더 많은 수산물을 운반하고 활어시장도 7일장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성동구와 상인, 어민은 사업추진협의체를 구성했다. 이날 수산물 공급·판매에 관한 협약을 맺은 데 이어 9월에는 유통을 전담하고 접안·집하·유통시설 등을 운영·관리할 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박태원 서해5도어촌계협의회 대표는 "분단 이후 처음으로 서해5도 어민들이 한강까지 뱃길을 열고 활어를 수상으로 직송했다는 데 남다른 의미가 있다"며 "전통시장과 서해5도가 상생 협력하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근 인천해양도서연구소 위원장은 "불법 조업하는 중국 어선으로 꽃게가 씨가 마르는 상황이어서 이번 행사에 거는 어민의 기대가 크다"며 "중국어선 불법어업과 한중 FTA에 대응하고자 어민이 자발적으로 벌이는 사업이므로 좋은 성과가 있길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 ▲ 서해5도 어선에서 활어를 꺼내는 모습.ⓒ서해5도어촌계협의회
    ▲ 서해5도 어선에서 활어를 꺼내는 모습.ⓒ서해5도어촌계협의회

    사업추진협의체는 좀 더 큰 그림도 그리고 있다. 뚝도 활어시장이 활성화하면 이를 남북경제협력사업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사업에 오래전부터 참여해온 안상수(무소속) 국회의원은 "일단 활어시장 활성화를 위해 연평도에 물류센터와 집하시설 건립을 추진할 것"이라면서 "아직 아이디어 차원이지만, 연평·백령도 주변에 해상 집하시설을 만들어 남북 간 해산물을 교류하는 것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현실적으로 남북 관계가 허락되지 않아 지금으로선 현 정권에서 사업을 구체화하기가 어렵겠지만, 아이디어를 가지고 종합적으로 검토하다 보면 어느 계기에 실현성을 더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과거 사례를 봐도 노무현 정부 말기에 10·4 남북공동선언이 이뤄진 만큼 앞으로 필요한 제도 개선이나 추진 절차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생각"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