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2호 이어 3호기 가동 중단… 25~26년 고리4호, 한빛 1·2호기도원전 한기 멈추면 1조원 훌쩍… 전기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수도
  • ▲ 고리원전 2호기(왼쪽부터), 1호기, 3호기 4호기. ⓒ연합
    ▲ 고리원전 2호기(왼쪽부터), 1호기, 3호기 4호기. ⓒ연합
    전 세계가 원자력 전력 확보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국내 원자력발전소 5기가 설계수명이 다해 곧 가동이 중단될 처지다. 한번 멈추면 재가동에 막대한 비용과 전력 손실이 커지는 만큼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원전 계속 운전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주문이 커지고 있다. 

    2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고리2·3·4호기와 한빛1·2호기, 월성 2호기 등 총 6개의 원전이 2026년까지 운전 허가 기간이 만료된다. 이미 고리2호기는 지난해 멈춰서 계속운전 심사가 진행 중이다. 고리 3호기는 이달 28일 가동을 멈춘다. 

    현행법상 중단 없이 계속 운영될 수 있었지만,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인해 계속운전 신청이 지연되면서 결국 멈춰서게 됐다. 통상 운영허가 만료 3~4년 전에 해야 하는 계속운전 신청을 문재인 정부에서 하지 않았다. 

    현행 원자력안전법에 따르면, 가동 중인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려면 5년 전부터 2년 전까지허가 만료 전에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에 계속운전 허가를 신청해야 한다. 이후 △안전성 평가보고서 심사 △방사선 환경영향 평가 공청회 △운영 변경 허가 △예비 타당성 조사 △설비 개선 준비 △운영 변경 허가 승인 △시공 △재가동 승인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며, 이 과정은 3~4년까지 걸린다. 

    결국 허가 만료 시점을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고리 3호기는 2020∼2021년에 관련 절차에 돌입했어야 했다. 그러나 당시 계속운전을 신청할 수 있었지만 연장을 위해 절차를 밟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9월 이런 문제를 인지한 뒤 지난해 4월에서야 고리 3·4호기에 대한 계속운전 신청서를 제출했다. 현재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심사가 진행 중으로 고리 3호기는 오는 2026년 6월 재가동을 목표로 안전성을 검증받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해 설계수명이 만료돼 가동 중단된 고리 2호기도 계속운전을 위한 심사를 받고 있다.

    원전은 한번 멈추면 재가동하는데까지 막대한 비용이 수반된다. 고리2호기만 하더라도 가동 중단 이후 지금껏 1조원이 훌쩍 넘는 손실이 발생했다. 문재인 정부 때 조치를 했더라면 조단위 손실은 발생하지 않았다. 원전의 계속 운전 제도화와 설계 수명 연장 조치가 시급한 이유다. 

    고리 4호기는 내년 8월에 수명이 만료된다. 또 한빛 1호기는 내년 12월에, 한빛 2호기와 월성 2호기는 2026년 9월과 11월에 각각 운영허가가 끝난다. 이들 원전 중 월성 2호기를 뺀 원전은 3~4년 걸리는 재가동 승인 절차를 고려했을 때 가동 중단이 불가피하다. 

    결국은 지난해 이미 멈춘 고리2호기부터 월성 2호기를 뺀 한빛2호기까지 총 5기 원전이 중단 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 ▲ 산업통상자원부 ⓒ뉴데일리DB
    ▲ 산업통상자원부 ⓒ뉴데일리DB
    국내와 달리 해외에선 이미 안전성만 확보되면 최초 설계수명보다 더 오래 가동되고 있다.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세계 가동 원전 438기 가운데 절반이 넘는 239기가 계속운전 승인을 받았다. 이 가운데 188기가 현재 운전 중이다. 

    미국은 원전 운영이 80년까지 가능하며, 40년 넘게 가동 중인 원전도 50기에 달한다. 일본도 원전 운전기간을 최장 60년으로 연장했다. 스위스는 원전 수명을 50년에서 60년으로 늘렸다. 원전의 계속운전은 세계적으로도 일반적인 흐름인 것이다. 

    업계 안팎에선 국내 여러 원전이 동시에 가동 중단될 경우 전력 공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나 AI(인공지능) 등을 중심으로 한 4차산업이 확대되면서 전력 사용이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조사에 따르면, 2029년까지 국내 신규 데이터센터 수요는 732개이며, 총 필요 전력 용량은 4만9397메가와트(MW)로, 2022년 12월 기준 최대 전력(9만4509MW)의 52%에 육박한다.

    업계에선 반도체·AI 산업 확대로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고 2050년 탄소 중립 목표를 실현하려면 계속운전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주요 원전 강국처럼 설계수명을 늘려 발전을 유지하는 방안을 적극 논의해야 할 때란 얘기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2050년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선 원자력을 3배 정도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원전 수명은 운영허가시 안전평가를 위해 가정한 기간일 뿐 실제 수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계속운전 제도화 등을 통해 수명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