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과잉 장기화 따른 업계 불황 지속사모펀드 외 인수 가능성 '희박'
  • ▲ 현대시멘트 영월공장.ⓒ현대시멘트
    ▲ 현대시멘트 영월공장.ⓒ현대시멘트



    시멘트업계가 사모펀드의 현대시멘트 인수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공급 과잉 장기화로 경쟁이 심화된 상황에서 현대시멘트를 인수할 동종업체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 등 현대시멘트 채권단은 다음달 매각 자문사를 선정해 본격적인 현대시멘트 매각 절차에 들어간다. 채권단이 보유한 현대시멘트 지분 약 95%가 매각 대상이다.

    현재 현대시멘트 인수 유력 후보로는 사모펀드 유암코가 떠오르고 있다. 실제 지난 2일 이성규 유암코 사장은 한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현대시멘트 지분 매각 공고가 나올 시 입찰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사모펀드의 적극적 구애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하지만 그외 별다른 대안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공급 과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멘트 업체들 가운데 섣불리 현대시멘트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는 곳이 없을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물론 업계 2위인 한일시멘트가 인수 후보로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한일시멘트 역시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가능성은 희박하다.

    실제 한일시멘트는 올 1분기 매출액 2872억원, 영업손실 4억원으로 적자를 냈다. 한일시멘트 측도 현대시멘트 인수에 대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일시멘트 관계자는 "매각 공고가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현재 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전했다.

    더욱이 시멘트 산업은 '공급 과잉'이라는 고질적 문제에 처해 있다. 실제 지난해 기준 총 생산능력은 6200만톤 정도였음에도 실제 생산량은 4500만톤 내외에 불과했다. 올해 건설경기 호황으로 일시적인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했지만, 하반기 건설경기 둔화 전망 등으로 일시적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한일시멘트가 최대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현대시멘트를 인수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불황에 빠진 시멘트업체들 가운데 현대시멘트를 인수할 여력이 있는 곳은 없다고 본다"며 "혹시나 여력이 된다고 해도 지금과 같은 불황에 인수를 한다는 것은 '승자의 저주'가 우려될 뿐이다"라고 말했다.

    앞서 매각이 진행됐던 쌍용양회와 라파즈한라시멘트도 각각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와 글랜우드(PE)에 인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