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보장한다는 연금저축 신탁 본 취지와 모순
  • ▲ ⓒ연합뉴스 제공
    ▲ ⓒ연합뉴스 제공

원금보장형 연금저축 신탁 상품의 판매 금지 조치가 2018년 이후로 미뤄졌다. 

금융위원회는 은행권의 원금보장형 연금저축 신탁 판매를 금지하되 시행 시기를 2018년 1월로 정한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20일 밝혔다.

금융위는 작년 말 '연금자산의 효율적 관리방안'을 발표하면서 올 1분기 중 이 상품의 신규 판매를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연금저축은 크게 보험(생·손보사), 신탁(은행), 펀드(자산운용사) 등 세 종류가 있고 은행이 판매하는 신탁 상품 비중은 12% 정도다.

금융위는 연금저축 신탁 상품의 원금을 보장한다는 것은 신탁의 본 취지와 모순된다고 보고 있다.

신탁은 개인이 돈을 맡기고 운용사가 자체 판단으로 굴리는 것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손실 보전이나 이익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외환위기 때도 이 상품이 은행 건전성에 악영향을 초래하고 신탁 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금지하려 했으나 당시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은행권의 처지를 고려해 예외적으로 허용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 금융위의 입장이다.

여기에는 은행의 연금저축 신탁이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운용되면서 수익성이 낮아 '국민 재산 증식'이라는 개인연금의 애초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전국은행연합회는 은행권에 대한 연금저축 신탁상품 판매 금지는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고객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금은 기본적으로 노후 보장을 위해 가입하는 상품인 만큼 고위험 고수익보다는 저수익 저위험 상품이 본 취지에 더 맞다는 것이다.

또 원금보장형 상품 중 보험사가 판매하는 연금저축 보험 비중이 80%가 넘는데 은행만 규제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맞서고 있다.

연금저축 신탁 상품의 판매 금지 시기를 늦춘 것은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다.

규재개혁위는 지난달 회의에서 "개인연금 신탁 가입 수요가 유지되고 있고 금융회사에 충분한 준비 기간을 줘야 하는 점을 감안해 판매 금지 조치를 2018년 1월 이후 시행하라"고 개선 권고를 내렸다.

은행권 관계자는 "그동안 금융당국에 금융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전면 금지보다는 일정 비율 이하로 가입을 제한하는 방식을 건의해 왔다"며 "2018년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대응 전략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