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장 퇴직연금 의무가입 단계적 시행 검토내년부터 100인 이상 사업장 대상 유력금감원·고용노동부 '역대 두번째 높은 수익률'에도 "더 높여라" 주문이복현 금감원장 "연금에 민간 금융사 전문성 더해 '윈윈' 달성" 강조금융사들, 현실적 한계 토로… "고위험 포트폴리오 적용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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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영세 사업장을 운영하는 회사들이 퇴직연금 가입 사업장 확대와 관련해 당국에 속도 조절과 자율 시행을 바라고 있다.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두고 퇴직연금 확대는 피할 수 없는 과제지만 영세사업장들은 적립금 부담을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당국은 금융권에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라고 압박했다. 금융계는 노후자금 특성 상 고위험 포트폴리오를 운용하기 어려워 두 마리 토끼를 잡기 힘들다는 입장이다.20일 금융감독원과 고용노동부가 개최한 '퇴직연금 성과 점검 및 우수사례 확산 간담회' 공개 세션 이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퇴직연금 사업자 대표격인 4개 금융사 고위 관계자, 퇴직연금 가입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했다.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내년 상시근로자 100인 이상 사업장 퇴직연금 의무 도입안 등 단계적 의무 가입 사업장 확대 방안에 대한 의견 교환도 주요 쟁점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정부는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퇴직연금 의무 가입 사업장을 늘려 최종적으로 모든 사업장의 퇴직연금 가입 의무화를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단 내년부터 상시근로자 100인 이상 사업장에 우선 도입하고 2년 이내 30인 이상 100인 미만 사업장, 6년 이내 5인 미만 사업장으로 단계적 의무화하는 안이 유력하다.이 자리에는 2023년 우수 퇴직연금사업자로 선정된 4개사 대표로 이승열 하나은행장, 허선호 미래에셋증권 부회장,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 구본욱 KB손해보험 사장이 참석했다.이날 참석한 한 금융사의 내부 관계자는 "한국 사회가 이미 고령화 초기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정부도 퇴직연금 전 사업장 의무화는 당면 과제로 판단할 것"이라면서도 "적립금 부담으로 소규모 업장 시행 의무화는 부담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 점진적이고 자율적인 확대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기업이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하면 퇴직급여 재원을 금융회사에 적립하고 근로자가 퇴직할 때 연금 혹은 일시금 형태로 지급한다. 문제는 내부 보유 현금이 부족한 경우 퇴직연금용 적립금 증대가 차입금 증가와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소기업의 낮은 퇴직연금 가입률이 이를 방증한다. 2022년 말 기준 5인 미만 사업장은 11.9%만이 퇴직연금 제도를 시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00인 이상 사업장 70.5%의 가입률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수익률 역시 전반적으로 높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퇴직연금은 공적 성격의 연금과 민간 금융사의 전문성이 결합해 윈윈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특별한 연금"이라며 "인플레이션 수준을 뛰어넘는 수익률로 복리효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수익률을 강조했다.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해 말 기준 382조원, 수익률은 5.26%다. 정부는 퇴직급여제도가 전면 시행된 2010년 5.5%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치인 점을 강조하면서도 금융권에 더 높은 수익률 압박에 나섰다.이날 간담회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역시 "새로운 제도를 통해 퇴직연금 제도를 보완했지만 현실은 낮은 수익률과 차별화되지 못한 서비스가 기대를 채우지 못 하는 부분이 있다"고 꼬집었다.이에 대해 한 증권사 관계자는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제도를 도입할 때 은행권에서 원금보장형도 넣어달라고 주장하는 바람에 제도의 효과가 반감된 면이 있다"며 "노후자금이라는 퇴직연금의 성격 상 안정적인 원금보장형 옵션이 있다면 그 쪽을 선호하는 가입자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가기 때문에 안정적인 운용과 고수익을 다 잡는 것이 현장에서는 어려운 과제"라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