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지위특별법 위반’ 정황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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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문을 연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가 개교 1년 6개월 만에, 교장이 두 명인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처했다.‘한 학교 두 교장’이란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주요 원인은, 관할 세종교육청의 석연치 않은 일처리 때문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 파문이 진정된 뒤 이번 사태를 초래한 원인 및 배경, 세종교육청의 업무처리 등에 대한 종합적인 감사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2014년 신입생 모집을 끝낸 세종과학예술영재교는, 지난해 3월 2일 문을 열었다. 입학생 정원은 90명. 신입생 모집 경쟁률은 25.8대 1로 전국 8곳의 영재학교 중 가장 높았다.영재교육에 관심이 많은 전국 학부모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으면서 개교한 세종영재학교가 갑자기 내분에 휘말린 것은 지난해 12월 초였다.지난해 12월 5일, 세종교육청은 세종영재교 박두희 교장을 직위해제했다. 2014년 공모를 통해 이 학교 초대 교장으로 임명된 박 교장은, 시교육청의 직위해제 결정으로 부임한지 불과 10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세종교육청은 공모 당시 박 교장이 제출한 학교경영계획서가 표절됐다며, 전격적인 직위해제 처분을 내렸다.박 교장은 세종시교육청의 처분에 강하게 반발했다. 세종영재교 부임 전 경기과학고 교감으로 있었던 박 교장은, “학교경영계획서를 표절하지 않았다”며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직위해제 처분 취소 신청을 냈다.박두희 교장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세종교육청의 후속조치는 신속했다.세종교육청은 올해 1월21일 박 교장에 대해 면직(강임) 처분을 내리고, 박 교장에게 중학교 교감 근무를 명했다. 박 교장은 면직 처분에 대해서도 교원소청심사위에 취소 신청을 접수했지만, 세종교육청은 2월1일, 김헌수 교육부 교육과정운영과장을 세종영재교 2대 교장으로 발탁·임명했다.세종교육청은 같은 달 26일 박두희 교장에게 감봉 3개월의 징계처분을 다시 내렸다. 이에 앞서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같은 달 24일 박두희 교장이 낸 신청을 받아들여, 직위해제 처분의 효력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박두희 교장이 낸 면직(강임) 취소 신청에 대한 교원소청심사위의 결정은 지난달 30일 나왔다. 교원소청심사위는 이날 박두희 교장에 대한 세종교육청의 면직(강임) 처분 취소를 결정했다. 다만 심사위원회는, 박 전 교장이 함께 낸 징계처분 취소 신청에 대해서는 기각결정을 내렸다.소청심사위의 이날 결정으로 지난해 12월부터 7개월 동안 이어져 온 세종영재교 초대 교장 표절 사건은 일단락됐다.소청심사위가 직위해제 처분 취소 및 면직(강임) 처분 취소 결정을 잇따라 내렸지만 세종교육청은 박두희 전 교장의 복직을 명하지 않고 있다. 이론상으로는 박 전 교장이 원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박 전 교장이 복귀하기 위해서는 그에 앞서 풀어야 할 난제가 한둘이 아니다.박 전 교장이 복귀하려면 세종영재교 현 교장이 자리에서 물러나야만 한다. 현 교장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다면 세종교육청이 현직 교장을 특별한 사유도 없이 직위해제할 수는 없다. ‘학교운영 정상화’를 위해 영입한 교장을 임명한 지 1년도 안 돼 전보발령 내는 것도 기대하기 어렵다.세종교육청이 현 교장의 반발을 무릅쓰고 직위해제나 전보 등의 인사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교육계 관계자들의 일반적 관측이다. 이 경우 세종교육청은 세종영재교 전현직 교장 모두와 법적인 다툼을 벌여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때문에 세종교육청이 소청심사위의 결정에 불복해 위원회 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실제 세종교육청은 위원회의 결정문을 보고 후속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하고 있다.결국 박두희 전 교장이 원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세종교육청과의 법정 다툼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개교 직전 전국 영재 학부모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던 세종영재교가 문을 연지 1년 6개월 만에 ‘교장이 두 명인’ 희한한 상황에 놓인 근본 원인은 세종교육청의 불합리한 일처리에 있다.세종교육청은 박두희 전 교장이 공모 당시 제출한 학교경영계획서가 표절됐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자체적으로 구성한 표절검증위원회와 인사위원회를 거쳐 박 전 교장에 대한 직위해제 및 면직(강임)처분을 내렸기 때문에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강조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해명과 다른 정황도 보인다.세종교육청은 박 전 교장을 상대로 모두 3번에 걸쳐 인사 및 징계처분을 내렸다.교육청의 처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은 당사자에 대한 직위해제 및 면직(강임)이 징계처분(감봉 3개월)보다 먼저 나온 것은 상식 밖이라고 주장한다. 징계의결이 있고 나서 인사조치가 뒤따르는 것이 일반적인데, 박 전 교장의 경우 그 순서가 뒤바뀌었다는 지적이다.직위해제가 먼저 이뤄진 부분은 표절 의혹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고 학교 운영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조치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공모로 임명한 영재학교 교장을 중학교 교감으로 발령낸 면직(강임) 처분이 징계처분보다 먼저 나왔다는 사실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세종교육청이 현행법에 반해 부당한 인사조치를 취했다는 정황도 있다.'교원지위 향상을 위한 특별법'은 “교원은 형(刑)의 선고, 징계처분 또는 법률로 정하는 사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그 의사에 반해 휴직·강임(降任) 또는 면직을 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같은 법 6조1항).위 조항을 기준으로 봤을 때, 세종교육청의 면직 처분이 법적인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법률로 정하는 사유’가 있어야만 한다. 그러나 공모 당시 제출한 ‘학교경영계획서’ 표절 의혹이, 법률로 정하는 면직 사유인지는 의문이다.같은 법은 “본인의 의사에 반해 파면·해임·면직처분을 했을 때, 그 처분에 대한 심사위원회의 최종 결정이 있을 때까지 후임자를 보충 발령하지 못한다”는 규정도 두고 있다(9조2항).지금까지 정황을 볼 때, 세종교육청이 박 전 교장의 의사에 반해 면직처분을 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세종교육청은 위 법에 따라, 소청심사위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 후임자에 대한 발령을 미뤘어야 한다.세종교육청의 처분이 현행법에 반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교육청의 어설픈 행정행위가 파국을 초래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