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통합부지사 도지사급 격상 논란, 지방장관제도 난제
  • ▲ 남경필 경기도지사. ⓒ 사진 연합뉴스
    ▲ 남경필 경기도지사. ⓒ 사진 연합뉴스

    2014년 7월, 민선 6기 지방자치단체장 임기 시작과 함께 막을 올린 ‘경기 연정(聯政)’이, 남경필 도지사 임기 후반기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26일, 경기도의회가 연정을 지속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앞서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은 19일 각각 의원총회를 열고, 남경필 지사 임기 후반기에도 연정을 지속하는데 합의했다.

더민주와 새누리당이 ‘2기 연정’ 추진에 합의하고, 각 당이 연정계약서 초안을 만들기 위한  준비에 들어가면서, 남경필 지사의 정치적 승부수로 평가받는 ‘경기 연정’은 순항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

도의회 양 당의 연정 협의가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9월 안에 더민주 몫의 사회통합부지사 임명이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2기 연정의 순항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도의회 더민주와 새누리당이 ‘2기 연정’에 합의를 했지만, 벌써부터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싸움이 치열하다. 때문에 두 당 대표가 소속의원들이 추인을 받아 연정계약서에 서명을 하기 전까지,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질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2기 연정’ 성사 여부를 가늠 할 주요 변수로는 크게 4가지 정도가 꼽힌다.

우선 연정의 주체에 대한 道와 도의회 사이의 입장 차이를 어떻게 풀지가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경기도는 연정의 주체와 관련해 ‘4차 협의체’를 기본 골격으로 구상하고 있다. 도의회 의장과 더민주 대표, 새누리 대표 및 집행부가 연정협의체의 공식 멤버가 돼야 한다는 것.

도는 여기에 이재정 교육감을 포함시킨 5차 협의체에 대해서도 긍정적 반응을 내놓고 있다.

연정 주체에 대한 더민주의 셈법은 전혀 다르다. 도의회 다수당으로 연정의 성사 여부와 관계없이, 남경필 지사와 사실상 권력을 분점하고 있는 더민주는, ‘연정협의체’라는 구상 자체를 반기지 않고 있다.

도의회 더민주 박승원 대표는 “연정 주체는 도의회 더민주와 새누리·남경필지사의 ‘2자 구도’로 진행돼야 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며, 분명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새누리당과 남경필 지사를 묶어 ‘더민주+새누리·남경필 지사’면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더민주의 주장에 도의회 소수당인 새누리당은 “남경필 지사는 집행부의 수장이지, 도의회 새누리당의 대표가 아니”라며, 더민주의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연정 주체가 정리되지 않는다면, 2기 연정을 위한 협상도 이뤄질 수 없다는 점에서, 연정의 주체에 대한 견해 차이는, 남경필 지사가 공을 들이고 있는 ‘경기 연정’ 성사 여부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는 이 문제에 대해 “입장이 정리되면 이를 도의회에 통보할 에정”이라며 원론적 입장만을 밝히고 있다.

연정의 주제를 둘러싼 신경전이 해소되더라도 ‘2기 연정’이 성사되려면, ‘내용의 불일치’를 조율해야만 한다.

‘경기 연정 2기’ 추진에 있어, 도의회 더민주와 새누리의 견해차가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사항은 ‘의회자율편성예산제’ 유지 여부다.

의회자율예산제는 남경필 지사가 먼저 제안해 도의회가 받아들인 제도로, 도의회에 일정 규모의 자체 예산 편성권을 부여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이 갖는 권한을 지방의회와 나눈다는 점에서, 일종의 의원내각제적 요소를 담고 있다.

의회자율예산제는 연정과 협치를 정치적 공약으로 내건 남경필 지사가 선보인, 또 다른 실험이지만, 일단 첫 시작은 평가가 좋지 않다.

경기도의회는 남 지사의 제안을 수용해, 지난해 1, 2차 추경에 100~300억원, 올해 본예산에 500억원의 ‘의회자율예산’을 반영했지만, 도의회 지역구 의원들의 ‘나눠먹기’, 지역구 관리를 위한 ‘선심성 예산 낭비’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취지는 좋지만, 실행에 있어 도의회 의원들의 모럴헤저드를 막지 못한 탓이다. 의회자율예산제를 운영하기에는 도의회 의원들의 자질이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다.

비판 여론이 높아지면서, 더민주 집행부는 이 제도를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에 따라 ‘의회자율예산제 시행’이 더민주가 작성하는 연정계약서에 들어갈 가능성은 낮아졌다.

이와 대조적으로 새누리당은 제도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연정 협상에서 마찰이 예상된다. 도의회 새누리당은 “의회자율편성 예산은 도의원이 예산편성에 관한 이해도를 높이는 차원에서 나쁘지 않다”는 입장이다.

더민주 소속 일부 의원들도 집행부의 방침에 반발하고 있어, 더민주 집행부가 의견을 정리하는데 내홍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민주가 연정계약서에 포함시킬 것으로 보이는 사회통합부지사 기능 및 역할 조정, 지방장관제 도입 여부도 쟁점이다.

더민주가 파견하는 사회통합부지사의 역할 재조정 문제의 핵심은, 현재 도 본청 3개局 업무를 관장하고 있는 사회부지사의 역할을, ‘연정 과제 수행 및 갈등 조정을 위한 업무 전반’으로 넓히자는데 방점이 찍혀 있다. 더민주 일각에서는 도지사 시책사업비를 6대 4비율로 나눠, 4를 사회부지사가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더민주의 요구는 사회통합부지사의 위상을 도지사급으로 올려달라는 것이나 다름이 없어, 남경필 지사나 도의회 새누리당이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란 의견이 많다.

지방장관제 도입 논란 역시 뜨거운 감자다. 이 사안에 대해서는 더민주가 유보적 입장을, 남경필 지사와 새누리당은 적극적인 찬성입장을 각각 보이고 있어, 양 측의 시각차가 뚜렷하다.

지방장관제는 도의회 더민주 소속 양근서 의원의 제안을 남경필 지사가 적극 수용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이 제도는 도의원이 무보수·명예직으로 도내 실·국을 총괄하는 지방장관에 임명돼, 도정에 참여하는 것을 핵심내용으로 한다. 도의원이 지방정부에 ‘입각’하는 형태를 취하기 때문에 이 제도에 대해서는 ‘경기도판 의원내각제’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남경필 지사는 지방장관제를 ‘경기 연정 2기’의 핵심 제도로 내걸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제도 도입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남 지사는 경기언론인클럽 초청 간담회, MBC ‘100분 토론’ 등에 출연해, 지방장관제 도입을 기정사실화했다. 남 지사는 한걸음 더 나아가, “올 가을부터는 지방장관제를 도입하려 한다”며, 도입 시기를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남 지사가 지방장관제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실행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당장 연정 파트너인 더민주는 남 지사의 행보에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더민주 박승원 대표는 “남 지사가 혼자 앞서 나가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박 대표는 이어 “현행 제도 안에서 보면 집행부와 의회는 대립적 관계인데, 이렇게 가는 게 맞는지 신중하게 논의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도의회 새누리당은 남 지사와 보조를 맞추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도의회 새누리당 최호 대표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남 지사의 취지에 찬성한다. 국회의원도 장관을 겸직하는데 지방의원이 도정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없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방장관제는 중앙정부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논란을 빚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행 지방자치법의 구조와 내용을 고려할 때, 법 개정 없이 이 제도를 당장 시행한다면 법률 위반이 될 것이란 견해를 밝히고 있다.

무엇보다 지방장관제에 대한 개념 자체가 정립되지 않아, 섣부른 도입 시도는 득보다 실이 많다는 비판 여론이 상당하다.

지방장관의 의사결정이 어떤 효력을 갖고, 도의원 신분인 지방장관의 행정적, 정치적 책임을 어디까지 볼 것인지도 모호하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도의회 더민주와 새누리당은 각각 연정 계약서 초안을 만든 뒤, 다음 달 임시회 개회 전날인 25일까지, ‘경기 연정 2기’ 시작을 위한 협상을 마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