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운법 임원 임명절차 부실 지적… 국토부 "절차 조금 지연될 뿐 문제없다"
  • ▲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 사진 연합뉴스
    ▲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 사진 연합뉴스

    지난 6월27일 현 이사장의 임기가 만료된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의 새 이사장 선임이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JDC는 지난 6월 현 김한욱 이사장의 임기 만료를 약 2주 앞두고 새 이사장 선임을 위한 후보자 공모를 진행했다. 공모에는 모두 9명의 후보자가 지원서를 냈으며, 이 중에는 지난 4.13 총선에 출마한 지역 유력 정치권 인사와, JDC의 감독기관인 국토교통부 고위공무원 출신 인사, 건설관련 단체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 행정부지사 출신인 김한욱 이사장의 임기는 6월27일로 끝이 났다. 국토부 산하 준시장형 공기업인 JDC 이사장의 임기는 3년으로, JDC 비상임이사 등으로 구성된 임원추천위가 최종 후보자 3명을 추천하면,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공운위)의 의결과 대통령 재가를 거쳐 국토교통부 장관이 임명한다.

JDC의 새 이사장 선임은 처음부터 사전 내정설 및 낙하산설에 시달리는 등 순탄치 않았다. 최종 후보자 선정 역할을 맡은 임원추천위가 파행 끝에 4차례나 회의를 열고도, 끝내 “적격 후보 없음”이란 결론을 내릴 만큼, 새 이사장 선출 과정은 휘청거렸다.

현재 JDC의 경영은 임기가 끝난 김한욱 이사장이 계속 맡고 있다.

새 이사장 선임이 파행을 빚고 있지만 감독기관인 국토교통부의 분위기에는 별 변화가 없다. 적지 않은 덩치의 산하 공기업이 새 이사장 선임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는 사정을 고려한다면, 국토부의 이런 움직임은 의외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 이사장이 정상적으로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 직무 수행에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우리가 나서겠지만, 지금은 현 이사장이 조직을 정상적으로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현 이사장은 제주 행정부지사 출신으로, 지역 사정과 JDC 내부 업무를 잘 아는 전문가”라고 덧붙였다.

감독기관의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JDC 역시 새 이사장 선임절치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이다. JDC는 지난달 30일 임원추천위가 “적격 후보 없음” 결정을 내리면서, 새 이사장 선임 절차를 다시 밟겠다는 뜻을 나타냈지만, 실제 재공모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JDC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적합한 후보자를 찾다 보니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차례 공모가 무산됐기 때문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더 철저하게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 JDC 측의 해명이다.

국토부 관계자 역시 “JDC로부터 같은 보고를 받고 있다. 두 번 실수를 하면 안 되고, 더 충실하게 하다 보니 절차가 늦어지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DC가 갖는 위상과 역할, 예산 및 사업 규모 등을 고려한다면, 새 이사장 선임 지연에 관한 국토부와 JDC의 입장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을 목적으로 출범한 JDC는 올해 예산이 8천52억원에 달하는 대형 공기업으로, 제주공항과 제주항(국제/국내) 등 3곳에서 지정면세점(내국인면세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면세점 수익을 재원으로 이용해 첨단과학기술단지, 제주영어마을, 헬스케어타운, 서귀포 예래 휴양형 주거단지, 신화역사공원 등 대규모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예래 휴양형 주거단지와 신화역사공원 사업은 각각의 사업비가 2조4천억~2조5천여역원에 이르는 대형 프로젝트로, 언론의 집중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예래 주거단지 사업 파트너이자 투자자인 말레이시아 버자야그룹과 벌이고 있는 3천5백억원대 손해배상 소송 등 이사장의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현안도 한 둘이 아니다.

최근 지역사회에서 큰 논란을 빚은 제주관광공사사의 지정면세점 이전 문제 역시, 이사장의 결단과 방향설정이 반드시 필요한 현안 중 하나다.

개관 이래 2년 연속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항공우주박물관 수익개선 문제도 이사장의 결단이 필요한 난제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와 JDC 측은 현 이사장이 그 내용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어 업무를 처리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런 논리라면, 새 이사장이 없어도 기관의 운영이나 사업 추진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직전 이사장의 임기가 만료되고, 새 이사장이 없는 상태에서도, JDC가 느긋한 모습을 보이는 배경에는 현행법이 안고 있는 ‘입법적 불비(不備)’가 놓여 있다.

공공기관운영에관한법률은,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임기가 만료된 임원이 직무를 수행하도록 정하고 있다(법제 28조5항).

이에 따르면 JDC 새 이사장이 임명될 때까지 조직 수장의 공석 사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론상으로는, 몇 달 혹은 그 이상의 기간 동안 새 이사장 임명이 지연되더라도, 이사장 자리가 빌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더구나 위 법률에는 직전 이사장의 임기 만료 전 언제까지, 새 이사장 임명을 위한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규정이 전무하다.

직전 이사장의 임기가 끝난 뒤,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최장기간 역시 정해진 것이 전혀 없다. 
무엇보다 새 이사장 임명이 파행을 빚어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규정이 전혀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새 이사장 임명이 지연된다고 해도,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풍토가 만들어졌다.

새 이사장 임명절차에 관한 허술한 규정은, ‘공공기관 책임경영’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입법적인 보완이 반드시 필요하다.

임기가 끝난 직전 이사장에게 정치적 책임이 따르는 민감한 현안에 대한 결단을 기대하는 건 적절치 않다.

JDC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새 이사장의 임명 지연은 JDC의 경영과 사업 추진에 흠결이 될 수밖에 없다. 

예래 주거단지 사업 정상화, 제주관광공사 지정면세점 이전, 항공우주박물관 수익 개선 등 산적한 현안 해결을 위해선, 새 이사장의 ‘정치적 결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JDC의 ‘책임 경영’을 위해서는, 새 이사장 임명이 더 이상 늦춰져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국토부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서, 임명절차가 더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JDC 이사장 임명 지연과 관련해)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상황을 계속 보고받고 있다. 이번에도 틀어지면 문제가 커지기 때문에, 돌다리도 두들겨 보자는 심정으로 사전 정지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래서 절차가 조금 지연되고 있는데 지켜봐 주셨으면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JDC 새 이사장 임명이 더 오래 걸린다면 그 때는 감독권을 행사할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 “아직 거기까지 생각해 본적은 없다. 경영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공공기관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원칙”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