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경기 비관론에 공공공사 발주 감소 현실화건설기업의 현지화 전략·종합 디벨로퍼 변신 주문 이어져건설업계 "해외수주 금융지원, 선택 아닌 필수"
  • ▲ 현대건설의 카타르 루사일 고속도로 시공 현장. ⓒ뉴데일리경제 DB
    ▲ 현대건설의 카타르 루사일 고속도로 시공 현장. ⓒ뉴데일리경제 DB

     

    국내 주택사업 호황으로 가려졌던 해외 신규수주 감소세가 주택시장 불확실성 확산 등으로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안정적 해외 물량 확보가 어려운 만큼 건설사들은 물론, 정부와 금융권의 지원이 필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9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현재까지 해외건설 신규수주액은 모두 172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330억달러)에 비해 47%가량 줄어들었다. 마지막 호황기로 여겨지는 2014년에 비하면 같은 기간(447억달러) 61% 감소한 수치다.

    수주 규모로는 △아시아 80억달러 △중동 55억달러 △중남미 14억달러 △태평양·북미 13억달러 △아프리카 5억달러 △유럽 3억달러 순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 비해 중남미 지역 수주액이 64% 줄어들면서 가장 큰 하락세를 기록한 가운데 중동 52%, 아시아 46%, 아프리카 8%, 태평양·북미 2% 순으로 감소했다. 유럽 지역의 경우 79% 늘어났으나, 수주액이 10억달러 이하 수준으로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김민형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014년 하반기 이후 지속된 국제유가 하락이 중동과 중남미 지역의 재정악화를 가져와 결국 발주물량의 지연과 취소로 이어졌고, 지난해 중동에서의 수주 부진을 메워준 아시에서조차도 미국의 금리인상 시사로 인한 금융 불안, 중국의 경기 부진, 영국의 브렉시트 등의 영향으로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그동안 해외사업 부진을 가려줬던 주택시장의 호황이 끝나고 있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 6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물량은 모두 5만9999가구로, 지난 4월 이래 또 다시 최고점을 기록했다. 여기에 최근 정부의 '8.25 가계부채 관리방안'에서 공공택지 공급물량 대규모 감축안이 포함되면서 분양시장의 위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해외 사업과 국내 사업이 동시에 잘 된 적이 거의 없어 국내 사업의 호경기가 위안이었다"면서도 "2017년 이후 신규 입주물량 급증, 그동안의 주택가격 상승 등도 있는데다 신규주택 공급 여건마저 악화돼 주택사업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올해 추경에 SOC 예산이 반영되지 않아 하반기 공공건설 수주 하락세가 더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더군다나 상반기 공공공사 수주액(18조7802억원)이 지난해보다 20% 가까이 줄어든 터라 건설업계에서는 정부와 국회에 SOC 예산을 포함시키고, 내년 SOC 예산을 늘려줄 것을 지속 요청했으나 공염불에 그쳤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대형사의 경우 해외 사업이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데, 해외사업 회복이 늦어지고 있어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많다"며 "요즘 업계가 국내 주택사업 호조 등으로 호황을 맞은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에서의 위기의식은 여전히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경제의 저성장과 유가 하락 등으로 안정적 해외 물량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데다 후발 진출 기업과 현지 기업 증가로 수주 경쟁 역시 심화되고, 프로젝트의 복잡·다양화로 과거와는 차별화된 경쟁력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을 맞닥드렸다는 분석이다.

    일단 진출하고자 하는 지역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한 현지화 전략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손태홍 건산연 연구위원은 "향후 해외시장에서는 현지 기업으로서의 우호적 평판 여부가 경쟁력 수준을 결정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현지화가 필수 경영전략"이라며" 다만 기업별 주력 시장과 공종 및 투자 역량 수준이 다른 만큼 계단식 접근 방식을 바탕으로 조직정비부터 시작해 현지화 요인을 달성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중장기 전략 수립과 함께 역량을 보유한 현지 기업과의 전략적 협력 확대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엔지니어링 능력 등을 키워 종합 디벨로퍼로 나가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경쟁입찰에 의한 수주로 단순 시공에 그치기 보다는 프로젝트의 기획에서 설계·구매·시공·관리/운영에 이르기까지 건설산업 전 영역을 포괄하는 종합적 관리능력을 배양해 수익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투자개발형 해외발주사업이 증가하는 추세지만, 한국의 경우 전체 해외수주 실적에서 투자개발형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다"며 "국내 건설사들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수요도 많고, 수익률도 높은 투자개발형 사업 수주의 비중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정부 및 금융기관의 도움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국책금융기관의 지원없이는 건설사들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창구가 크게 위축돼 독자적으로 나서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공적수출신용기관(ECA)이 금융을 지원하는 방글라데시의 한 인프라 프로젝트의 경우 낮아진 리스크에 대우건설,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 국내 유수의 대형건설사는 물론 중국, 인도, 스리랑카 건설사까지 몰리면서 21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최근 발주처가 시공자 금융을 원하는 프로젝트들이 늘고 있어 이제 금융지원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라며 "국내 민간은행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국내 기업이 진출한 해외 프로젝트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러나 외화 조달 비용 문제 등으로 시중은행이 수출입은행이나 무역보험공사의 지원 없이 단독으로 해외 프로젝트에 진출하기도 어렵다. 국내 민간은행들이 부실 위험이 큰 해외사업의 리스크를 떠안는 것이 무리인 만큼 특정 은행 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 정부, 금융기관 등 관련기관의 총체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