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이 보유하고 자회사 매각 시 추가 자금 조달 가능
  •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뉴데일리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뉴데일리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결정 여부가 임박한 가운데 한진그룹이 내놓은 자구안에 대한 실망감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현대그룹이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해 현대증권 등 알짜 금융계열사를 매각하며 불씨를 살리려고 한 것에 반해 한진그룹은 이 같은 노력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한진해운 최대주주인(지분율 33.2%)인 대항항공이 유상증자를 통해 40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지원한다는 조달방안을 제시했다. 부족자금 발생 시 조양호 회장의 사재를 출현해 1000억원 추가로 지원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실제 가용할 수 있는 자금이 4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채권단이 요구한 7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에서 3000억원 부족한 액수다.

    대한항공이 올해 2분기 기준으로 부채비율이 1100%에 달하는 등 재무적으로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자구안은 그룹 내 할 수 있는 최대한도라는 게 한진그룹의 입장이다.

    하지만 채권단에서는 현대상선과 비교해 뼈를 깎는 자구안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 구조조정부문 책임자인 정용석 부행장은 "사실상 자구안 가운데 조양호 회장의 사재출현 1000억원은 예비적인 성격이고, 실효성 있는 지원은 4000억원뿐이라고 봐야 한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채권단은 7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요구하고 있다.

    채권단은 한진해운 회생 시 내년까지 최소 1조원, 최대 1조7000억원까지 부족자금이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채권단이 내년까지 최소 6000억원에서 최대 1조3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다.

    ◇마음만 먹으면 3000억원 규모 추가 자금 조달 가능

    증권가에서는 한진그룹이 그룹 내 자산을 매각해 채권단이 추가로 요구하고 있는 30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한진칼이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의 지분을 팔면 채권단에서 요구하는 3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한진칼은 그룹의 지주회사로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갖고 있다. 한진칼이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는 칼호텔네트워크(100%), 정석기업(48.27%), 제동레저(100%), 토파스여행정보(67.35%), 한진관광(100%), 진에어(100%) 등이 있다. 지주회사법상 지주회사는 비상장 자회사 지분을 40% 이상만 취득하고 있으면 되기 때문에 이들 회사의 일정 지분을 매각하면 자회사를 유지한 채 자금조달 또한 가능하다는 게 증권가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국거래소 전자공시시스템 다트(DART)에 따르면 칼호텔네트워크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주식장부가액이 2924억6000만원이다. 이어 정석기업(1375억5300만원), 제동레저(265억9700만원), 토파스여행정보(220억2400만원), 한진관광(173억7100만원), 진에어(21억8000만원) 순이다. 따라서 한진칼이 자회사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40%의 지분만 남기고 나머지 지분을 매각한다면 장부가액 기준 약 25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다만 장부가액은 서류상의 주식일 뿐 실제 거래가 이뤄진다면 수요·공급원리에 따라 이보다 더 높게 평가될 수도 있다. 조양호 회장이 정석기업의 지분을 매각할 때 주식 장부가액이 15만2000원 수준으로 평가됐지만 실제 장부가액보다 2배 높은 주당 29만6966원에 매각한 것이 좋은 예다. 특히 진에어의 경우 외형·성장성 등을 고려, 실제 기업 적정가치를 5370억원으로 평가하고 있어 실제 지분 거래가 이뤄질 경우 자금 조달이 수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송현동 일대 부지 3만6642㎡(옛 주한 미대사관 직원 숙소) 부지 매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통계누리에 따르면 이 일대 부지의 공시지가는 ㎡ 510만원이다. 통상적으로 시세가격이 공시지가의 1.5~2배로 형성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약 3737억대 가격이 형성된다. 여기에 역세권 프리미엄과 지역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실제 시세가는 5000억~7000억원 수준에서 형성될 것이라는 게 인근 부동산업자의 설명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한진그룹이 내놓을 수 있는 것도 모두 쥐고 있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다"라며 "채권단의 요구치에서 한참 부족한 자구안을 내놓으면서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를 막아달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