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눈에 띄는 성장세 기록 불구 무디스 '부정적' 평가국내 신평사도 "잠재 리스크 커" 자금조달 난항
  • ▲ 건설업계가 상반기 양호한 실적을 거뒀음에도 개선되지 않은 신용등급 때문에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삼성물산이 시공 중인 사우디아라비아 라빅2 민자복합화력발전소 현장. ⓒ뉴데일리경제 DB
    ▲ 건설업계가 상반기 양호한 실적을 거뒀음에도 개선되지 않은 신용등급 때문에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삼성물산이 시공 중인 사우디아라비아 라빅2 민자복합화력발전소 현장. ⓒ뉴데일리경제 DB

    국내 건설사들이 올 상반기 양호한 실적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오르지 않는 신용등급 탓에 자금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심지어 일부 건설사들 경우 제2금융권에까지 손을 벌리고 있는 상황이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건설업종 31개사 올 상반기 매출은 연결기준 31조1071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28조3399억원 보다 9.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조4284억원으로 79.7%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1조1225억원을 거두면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건설업종 매출액 증가율은 전체 17개 업종 중 의약품(12.2%), 비금속광물(10.7%)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영업이익 증가율은 운수장비가 102.7%로 가장 높았고, 건설업이 뒤를 이었다. 순이익은 17개 업종 가운데 건설업만 유일하게 흑자로 돌아섰다. 건설업이 어느 업종보다 눈에 띄게 실적이 개선된 것이다.

    하지만 신용평가업계 시선은 여전히 냉랭하기만 하다.

    3대 국제신용평가사 가운데 한 곳인 무디스는 최근 국내건설사 신용등급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무디스 측은 "한국건설사들 기존 수주잔고가 앞으로 2~3년은 버틸 수 있는 수준이지만, 그 이후에는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국제유가 하락으로 중동경기가 부진해지면서 발주량이 줄어들었고, 국내건설사들 해외수주도 감소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해외건설협회 집계 결과 올 들어 8월까지 국내건설사 해외수주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5% 급감한 170억달러에 불과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래 최저 수준이다. 특히 중동지역 경우 상반기 수주액이 47억달러에 그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33%, 2014년 상반기에 비해서는 81% 급감했다.

    올해 초 한국신용평가도 시공능력평가 상위 건설사 중 △포스코건설 △GS건설 △삼성엔지니어링 △SK건설 △KCC건설 △한화건설 여섯 곳의 신용등급을 내렸다. 국내 주택사업 이익으로 해외손실을 메우는 상황이 반복됐다는 이유에서다.

    한신평 측은 비그룹 건설사의 신용등급이 더 큰 영향을 받겠지만, 그룹 건설사들도 계열사 지원중단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올해 말 예정된 정기신용평가에서도 긍정적인 분위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류종하 한신평 연구위원은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을 제외한 대부분의 건설사가 해외에서 저조한 수익성을 기록했고, 2014~15년 주택사업 실적으로 해외손실을 메우는 상황이 계속됐다"고 지적했다.

    미청구공사도 국내 건설사들의 잠재 리스크로 꼽혔다. 류 연구위원은 "해외 미청구공사 부담도 과중한 수준이고 최근에는 국내 주택경기도 대출규제로 인한 리스크가 커 수익성이 나아질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이는 신용등급이 상승할 요인이 부족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나이스신용평가 역시 국내건설사의 국내외사업이 모두 부진해 신용등급 하향기조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외에서는 준공 지연 프로젝트의 추가손실과 미청구공사 공사비 회수 여부에 대한 우려, 국내에서는 대출규제로 인한 아파트 잔금 연체 및 미입주 사태 등을 감안할 때 리스크가 적지 않다는 진단이다.

    나이스신평 측은 "단기적으로 해외공사의 진행 현황과 완료 여부가 신용위험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완공이 임박한 프로젝트들의 추가적인 원가율 조정 여부, 선투입자금 회수 여부, 원가관리능력 등을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해외 부문의 부정적인 성과가 누적돼 이로 인한 재무 부담이 해소되지 않은 경우에는 하반기 중 신용등급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신용등급이 제자리에 머물면서 건설사들이 자금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조사를 보면 상반기 기준 예금취급기관의 건설업 대출잔액은 모두 38조8778억원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상반기 기준으로는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종전 최저치는 지난해 상반기 40조2849억원이다.

    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금융권에서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높은 20여개 대형건설사에는 원하는대로 돈을 내주고 있지만, 부채비율이 높거나 부실 조짐이 조금이라도 보이는 중소형건설사에는 대출을 꺼리는 추세"라며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한 중소형사들이 최근 2금융권을 찾아 사업자금 대출을 일으키는 행태가 잦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금융사들이 금융당국 유도에 따라 기업대출 총량 감축에 나설 것으로 보여 건설업 대출금은 더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7월 국내 주요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기업대출 현장 점검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금감원은 각 은행에 기업대출 관련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분위기에 회사채시장마저 얼어붙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떨어진 건설사의 회사채 차환 발행이 어려워지고, 회사채 만기 연장을 요구하거나 보유자금으로 빚을 상환하는 곳들이 많아지면서 건설 회사채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차환 대신 보유자금이나 은행대출로 빚을 상환할 경우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은행대출 등 자금조달을 할 수 있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의 건설사들은 자금난과 재무구조 악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