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뒤늦은 지침에 대학가 혼란
  • ▲ 취업난 속에서 조기 취업이 확정된 예비졸업생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졌다. 교육부는 이와 관련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대학들은 당장 학칙 개정 등을 진행할 수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뉴시스
    ▲ 취업난 속에서 조기 취업이 확정된 예비졸업생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졌다. 교육부는 이와 관련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대학들은 당장 학칙 개정 등을 진행할 수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뉴시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28일부터 전면 시행됨에 따라 대학 예비졸업생의 '조기 취업'에 따른 불이익을 해소하겠다고 교육부가 내놓은 대책이 너무 늦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동안 조기 취업으로 학교 출석이 어려운 학생은 교수 재량에 따라 취업계 등을 제출하면 출석 인정 또는 최소 성적 부여 등으로 졸업 기준을 맞출 수 있었다.

    하지만 김영란법에서는 취업에 따른 출석 인정 사항이 '부정 청탁'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국민권익위원회의 해석에 논란이 일었다. 결국 조기 취업이 확정되더라도 김영란법에 따라 예비졸업생은 악재를 맞았다.

    이에 교육부는 대학별로 자율적으로 학칙 개정으로 조기 취업자에 대한 학점을 부여할 수 있다는 부분을 지난 26일 안내했고, 학교에서는 이에 따른 대체·보완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청했다.

    문제는 당장 하반기 취업 시즌이 시작됐는데 김영란법 시행 직전, 이 같은 내용이 전달돼 당장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7월28일 헌법재판소는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사립학교 교원이 포함되는 것은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이후 취업계가 부정청탁으로 간주되는 부분이 우려됐지만 대학들은 개강 이후에도 교육부만 바라볼 뿐이었다.

    서울소재 A대학 관계자는 "'원님 지나자 나팔 부는 격'으로 교육부의 선제적인 대비 태세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B대학 관계자는 "교무처에서는 예비졸업생의 질문에 곤혹스러운 상황이었다. 조기 취업이 확정되거나 하반기 취업 시즌을 노리는 학생들이 부정 청탁으로 인해 자칫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는데 제대로 설명해줄 수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C대학 측은 "김영란법 시행으로 미졸업자의 출석 등을 인정해주는 것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했다. 피해가 가지 않도록 방안을 강구하고 있었다"고 뒤늦은 대책에 아쉬움을 전했다.

    교육부의 방안 마련에 앞서 조기 취업에 따른 불이익을 막기 위해 인제대는 먼저 학칙을 개정했고 사이버 강좌 운영을 검토 중인 대학도 있었다.

    인제대 교무처는 "조기 취업한 재학생에 대해서 공인 출석을 인정하도록 학칙을 개정했다. 다만 시험 등 정해진 평가는 모두 참여하도록 했다. 김영란법 이전에는 공식 규정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지방소재 한 대학 관계자는 "학칙 등을 통해 취업자의 출석을 인정해주는 부분은 없었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조기 취업 시 사이버강좌를 계절학기 등에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취업에 따른 졸업 요건을 갖출 수 있는 학칙 개정 지침은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학칙 개정의 경우 통상 학교법인 이사회 승인이 필요하며, 이사회 회의 이전에 의견 수렴 등 절차를 밟아야 한다. 특히 학기 중이기 때문에 학점 대체 방안 등을 마련하기에는 다소 시일이 촉박하다.

    D대학 관계자는 "이사회 회의는 학기 중에 몇 차례 진행되지 않고, 학칙 개정까지 소요되는 일정이 있다. 대체 방안을 마련하기에는 수강 신청 등이 마무리됐고 학기 중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 취업률을 올리라고 했던 교육부가 너무 늦게 지침을 내렸다"고 말했다.

    대학생 E씨(24·서울 성동구)는 "학생과 교수 사이에 예의, 책임 있는 지도 차원에서 김영란법이 무리하게 적용되면 안 될 거 같다. 취업의 경우 의도가 악의적인 것이 아니라 학생을 돕는 것인데, 학생들이 이전보다 피해를 볼 것"이라고 우려했다.

    만약 소속 대학의 학칙이 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기 취업이 확정된 예비졸업생은 졸업 기준을 채우지 못한다면, 취업 자체가 취소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교육부는 조속히 학칙을 개정하라고 요구, 알아서 기준을 마련하라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김영란법과 고등교육법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문제 요소가 발견돼 해석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대학이 교육여건을 판단해서 일과 학습을 병행할 수 있도록하는 방안을 대학이 마련해 학칙에 규정하라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 방침에 따라서 진행하는 부분에서 4학년 2학기 학생만 듣게 하는 강좌가 있더라도 상관은 없다. 대학이 학칙을 빨리 개정해서 운영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