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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파업이 사흘째 이어지는 가운데 둘째 날인 지난 11일 운송지시 거부에 따른 물류 차질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공식 집계됐다.
수천 명이 농성에 참여하고 운송의뢰가 잇따르고 있지만, 국토교통부는 파업 참여율이 0%라고 밝혀 정부 집계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운송지시 거부 '0'건… 물류 차질 없어
12일 국토부에 따르면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화물운송 특수고용직 노동자연대(화물연대) 본부가 총파업을 이어간 11일 오후 10시 기준으로 운송업체의 운송지시를 거부하거나 연락을 두절한 화물차운전자는 한 명도 없었다. 운송 미참여자는 919명(11%)으로 집계됐다. 전날 1426명(17%)보다 507명 줄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비화물연대 운전자의 운송거부 동조 움직임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11일도 집단운송거부 참여가 많지 않아 물류차질은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국 주요 항만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평소의 88.9% 수준인 5만4407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조사됐다. 전날 5만1272TEU보다 6.1% 증가했다.
전국 항만에 쌓아 보관하는 컨테이너의 장치율은 58.2%(53만6981TEU)로 나타났다. 부산항은 67.2% 수준을 보였다. 전날보다 각각 0.3%포인트(3094TEU), 0.4%포인트 올랐다. 물동량이 늘어난 가운데 쌓이는 컨테이너도 소폭이지만 증가했다는 얘기다. 다만 물류 차질이 우려되는 수준은 아니다. 보통 장치율이 85%는 돼야 물류에 차질이 발생한다고 본다.
집회 현장에서는 일부 마찰이 빚어졌다. 정상 운행하는 운전자에게 돌멩이를 던지거나 차량을 파손하는 등의 운송방해 행위가 있었다. 부산 집회에서는 조합원 8명이 경찰 폭행 등으로 연행됐다. 경찰은 11일 불법 운송방해 행위로 38명 지금까지 총 46명을 연행했다.
국토부는 11일까지 총 7건에 대해 유가보조금 지급을 정지하도록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했다.
해양수산부는 12일부터 항만 내 컨테이너 운송에 사용하는 야드트랙터 570대를 도로에서 운행할 수 있게 임시허가를 내고 항만~배후물류단지 근거리 운송에 활용할 예정이다. -
◇파업참여율 0%라는데… 수천 명 농성·대체 수송차량 투입일각에서는 국토부 집계가 부정확해 현장 상황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하루 수천 명이 농성에 참여하고 운송의뢰와 대체차량 투입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파업참여율은 0%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11일 공식 파업참여율은 0%라고 발표했다. 운송회사의 지시를 거부한 사례가 없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국토부가 대형업체 위주로 표본을 채취하면서 대상자 중 화물연대 조합원이 어느 정도인지조차 모른다는 점이다. 국토부는 대표적인 컨테이너 운송업체인 통합물류협회 컨테이너 운송위원회(CTCA) 소속 15개 대형 업체와 화물연합회 소속 일반운송업체 77개사의 화물차운전자 총 8377명을 대상으로 운송거부 현황을 조사하고 있다. 전체 컨테이너 차량 2만1757대의 38.5%에 해당한다.
화물연대 가입차량 1만4000여대 중 컨테이너를 실어나르는 트레일러는 7000여대다. 32.2%에 해당한다. 그러나 국토부는 표본 대상자 중 화물연대 가입자가 몇 명인지 모른다.
국토부는 회사에 미리 사정을 얘기하고 업무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를 비롯해 운송 미참여자를 파악은 하지만, 이들을 단순 미참여자로 분류할 뿐 파업참여자로 보지는 않는다. 미리 운송업체에 물량을 배정받지 않겠다고 통보한 만큼 운송지시 거부는 아니라는 견해다. 하지만 이들이 사전 통보를 하고 농성 등에 참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장 상황을 보면 11일 경찰 추산 3300명이 부산·인천항과 의왕 컨테이너기지(ICD)에서 농성에 참여했다.
군에 위탁한 컨테이너 화물차도 이날 부산지역에 47대가 배차돼 운송에 활용됐다. 국토부 지방국토사무소와 한국도로공사의 컨테이너 화물차도 총 18대가 대체 수송에 투입됐다. 국토부가 가맹사업자 소속 화물차를 중심으로 확보한 쉬는 차량 245대도 운송에 참여했다.
국토부가 운영하는 24시 비상콜센터에도 운송의뢰가 129건(180대)가 들어왔다. 이 중 16대는 대체수송을 위해 배차됐다.
물류 현장에서는 대규모는 아니어도 운송차량이 없어 대체수송차량이 투입되는 상황인데도 국토부는 운송지시를 거부한 파업 참여자는 없다고 발표하는 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표본 조사업체에서 화물연대 소속 운전자에 대한 정보를 얻지 못하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운송지시 거부에 따른 물류 차질이 없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