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부 심의위 통과 불투명…도시공사는 '자본잠식' 상태"주간사·시행사 부담 커질 것"
  • ▲ 10여년간 끌어온 '구리월드디자인시티' 사업이 또 다시 위기에 몰렸다. 이미지는 '구리 월드디자인시티' 조감도. ⓒ구리도시공사
    ▲ 10여년간 끌어온 '구리월드디자인시티' 사업이 또 다시 위기에 몰렸다. 이미지는 '구리 월드디자인시티' 조감도. ⓒ구리도시공사

    구리시가 2007년 하반기부터 구상에 들어간 '구리월드디자인시티(GWDC)'가 또 다시 사업무산 위험에 처했다. 이달 행정자치부 지방재정중앙투자심의위원회가 다시 열릴 예정인 가운데 앞서 '재검토' 의견을 받을 때 요구됐던 외국인투자자 관련 서류가 미비해 통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사업을 위해 설립한 구리도시공사도 사업추진 지연으로 자본잠식상태에 몰리기까지 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행자부는 이달 중 열릴 2016년도 제4차 지방재정중앙투자심의위원회에서 GWDC 사업을 논의할 예정이다.

    본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토교통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와 행자부 지방재정중앙투자심의위를 통과해야 한다. 국토부 중앙도시계획위는 앞서 지난해 3월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조건부로 의결한 바 있다.

    당시 국토부는 본 사업과 관련, 행자부의 지방재정투자심의위 심사 통과 등의 조건 이행 상황을 중앙도시계획위 측에 6개월마다 보고하고 그 결과에 따라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고시하는 것으로 조건부 의결했다.

    행자부는 2014년 7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중앙투자심의위를 열고 GWDC 사업을 심의했으나 '외국인 투자심사, 투자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입증서류 보완' 등을 이유로 '재검토' 의견을 냈다.

    이에 시는 사업을 재검토한 뒤 지난 8월 보완한 자료를 제출했다. 하지만 중앙투자심의위가 요구한 외국인 투자 관련 서류는 미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투자자들이 그린벨트 해제가 안 돼 총 사업지조차 산정할 수 없는 상황인데다 투자신고도 할 수 없는 등 중앙투자심의위 요구가 부당하다는 입장을 되풀이했기 때문이다.

    결국, 시는 외국인투자자들 입장을 반영한 투자심사분석 자료를 첨부해 행자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선결조건이 충족되지 못해 반려된 이력이 있는 만큼 이번 역시 행자부의 긍정적 답변을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장장 10년 동안 사업을 이끌어왔는데 확실한 투자처와 제대로 된 협약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점이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제는 사업추진이 지지부진한 사이 사업시행을 위해 설립한 구리도시공사가 파산 위기에 놓였다는 점이다. 구리도시공사는 2012년 구리시로부터 약 60억원의 출자금을 차입자본금으로 받아 설립됐으나 매년 20억원가량의 인건비와 운영비가 소진되면서 급기야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으로 분석됐다.

    공사 관계자는 "올해 말이면 완전 자본잠식에 빠질 것으로 본다"며 "당장 내년 1월부터 직원 인건비와 운영비 지출이 중단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 투자단도 술렁이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협의단계가 아니다보니 실질적인 영향은 없겠지만, 대규모 개발사업이 또 다시 무산되면서 다른 외자 유치사업에 대한 불신이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투자단 중 한 곳 관계자는 "특별한 구속력이 없는 상황이라 초기용역비 수준의 비용만 부담하게 될 것으로 본다"며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한 기업의 경우 큰 영향은 없겠지만 주간사나 사업시행사인 구리도시공사에는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현재 수도권은 물론 전국에서 다양한 외자유치 사업들이 진행 중인데 그들이 모두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진 않았다"며 "외자 사업들이 하나둘씩 지지부진해지면 국가 이미지는 물론 향후 추진되는 사업들에도 의구심이 더해질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사업은 구리시 토평동·교문동·수변동 한강변 일대 친수구역을 산업·문화·주거 등 복합기능을 갖춘 '구리 월드디자인시티'로 오는 2020년까지 조성하는 사업이다.

    그중에서 호텔이나 공급 건축물에 사용되는 실내장식·가구·조명·마감재 등을 주문 생산하고 유통하는 대규모 디자인 무역센터가 핵심시설이다. 센터에는 관련기업 2000여곳이 입주하고 주변에는 디자인학교·외국인 거주시설·호텔 3곳·주택 7558가구 등이 들어설 계획이다.

    연간 50여회의 중대형 건축·실내장식·디자인엑스포 개최, 최소 180만명의 연간 방문객, 7조원 이상의 경제적 파급효과, 11만명의 고용창출 효과 등을 구리시는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