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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불십년이란 말이 있다. 권력이 10년을 가지 못한다는 뜻인데 실제 은행권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다.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전 씨티은행장), 김창근 하나은행 노조위원장 등 5명이 ‘권불십년’에 해당한다.
먼저 라응찬 전 회장의 경우 2001년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올라 2010년 사임하기 전까지 현재 신한의 입지를 다진 인물로 꼽힌다.
영원할 것 같았던 그의 권력은 ‘신한사태’라는 내부 분열로 임기 2년을 남겨놓고 사임하게 됐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역시 금융권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김 전 회장은 1997년 하나은행장에 올라 충청, 보람, 서울, 대한투자증권을 인수하며 지금의 하나금융지주 토대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강력한 지배체제를 구축했으며 2012년 사임 전까지 외환은행 인수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외환은행 인수 당시 특혜 의혹이 있었지만 이 같은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자진 사임한 사례다.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은 2000년 서울은행장, 2004년부터 2010년 1월까지 국민은행장을 역임했다.
2008년 KB금융지주가 태동할 당시 회장직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낙마했다. 2009년 겨우 차기 내정자 자리까지 올랐지만 28일만 결국 자진 사퇴하며 오랫동안 머물렀던 국민은행을 떠났다.
‘직업이 은행장’이란 별칭이 있는 하영구 은행연합회장도 2004년부터 2014년까지 씨티은행장으로 재직한 바 있다.
은행권에선 전대미문의 5연임이란 사례를 남겼지만 KB금융지주 회장직 도전을 위해 씨티은행을 박차고 나왔다.
하지만 결과는 윤종규 후보에게 밀리며 낙마하게 됐다. 이후 2달 만에 은행연합회장으로 화려하게 복귀, 그러나 하 회장은 ‘직업이 은행장’이란 별칭에서 ‘낙하산 의혹’이란 새로운 꼬리표를 달게 됐다.
권불십년은 CEO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었다. 노동계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다.
노조위원장이 CEO와 비교 대상이 될 수 없지만 직원 대표로써 최고경영자와 독대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자리다.
김창근 하나은행 노조위원장은 노동권에서 4연임이란 대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김창근 위원장 역시 10년이란 세월을 이기지 못했다.
하루 앞서 진행된 KEB하나은행 통합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직원들의 민심을 얻는데 실패했다.
총 투표인수 9194명 중 3895표(득표율 42.4%)에 그치며 그의 노조위원장 연명도 끝났다.
아직 상급단체인 금융노조 위원장 도전이라는 기회도 있으나 이미 내부 직원들의 신뢰를 잃어버린 김창근 위원장이 반전을 노리긴 힘들어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인으로써 10년 동안 최고의 위치를 유지하는 것도 힘들다. 하지만 오랜 시간, 최고의 자리에 있다 보면 뜻하지 않게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릴 수 있으니 박수칠 때 떠나는 것도 후배를 위한 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