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호황·손실 프로젝트 마무리 덕에 호실적 거둬부동산시장 규제 움직임·해외시장 불확실성에 '전전긍긍'"수주잔고 감소 지속되면 매출 하락할 수도"
  • ▲ 3분기 주택시장 호황으로 대형건설사들이 양호한 성적표를 받았다. 다만 향후에도 이 같은 호성적을 받을 지는 미지수다. 사진은 대우건설·GS건설 컨소시엄의 '영종하늘도시 푸르지오 자이' 견본주택 내. ⓒ연합뉴스
    ▲ 3분기 주택시장 호황으로 대형건설사들이 양호한 성적표를 받았다. 다만 향후에도 이 같은 호성적을 받을 지는 미지수다. 사진은 대우건설·GS건설 컨소시엄의 '영종하늘도시 푸르지오 자이' 견본주택 내. ⓒ연합뉴스

    "3분기에는 주택시장 호황으로 대형건설사 대부분이 좋은 성적을 거뒀고, 문제가 됐던 해외 프로젝트들도 대부분 공사가 끝나 손실을 반영하면서 실적을 받쳐줬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부동산대책 발표에 따라 주택시장이 위축될 수 있고 아직 해외건설시장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이라 4분기에도 실적 개선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A증권 건설 담당 애널리스트)

    주요 대형건설사들이 3분기 일제히 호성적을 거뒀다. 국내 주택 분양시장 활황에 힘입어 실적 악화에서 벗어난 모양새다. 다만 이 같은 호조세가 내년 이후에도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이미 국내 주택시장 규제 강화 채비를 마쳤으며, 여기에 해외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내년 하반기부터는 실적 하향세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31일 금융감독원 및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건설부문) △현대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등 주요 대형건설사들은 대체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올 3분기 개선된 영업이익을 거뒀다.

    특히 GS건설의 경우 지난해보다 252.6% 증가한 38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들였다. 지난해 2만800여가구, 올해 3만가구 등 수도권 주택사업에 집중했고, 해외 공사가 마무리되면서 손실이 줄어들어 수익성이 개선된 것이다.

    대림산업도 분양시장 호조와 더불어 해외법인 손실이 줄면서 실적이 좋아졌다. 3분기 영업이익은 1307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92% 증가했다. 지난해 공급한 주택사업 공사가 진행되면서 건축사업본부 매출이 이 기간 70% 증가한 1조1318억원을 기록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역시 각각 2751억원, 153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각각 4.1%, 29.7% 증가한 수치다.

    대우건설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매출은 6.9%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9% 감소한 979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도 5.8% 줄어든 309억원으로 나타났다. 국내주택과 건축부문이 매출을 주도했지만, 일부 해외건설현장의 손실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부분 대형사들이 국내 주택시장에서 좋은 실적을 거뒀으려 일부 해외사업장에서는 손실 처리까지 마무리되면서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했다.

    B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대형사들이 크게 손실을 본 해외 사업장 손실 처리가 대부분 마무리됐다"며 "특히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국내 주택시장 경기가 호황을 보이면서 주택 비중이 높은 건설사들의 실적이 두드러졌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장밋빛 전망보다 비관론이 우세한 이번 4분기 이후다.

    일단 주택시장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과열된 주택시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보이는데다 분양시장 역시 과잉공급 우려가 지속적으로 확산되면서 건설사들이 공급일정을 잡기가 쉽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또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입주물량이 대거 쏟아진다는 점 등도 주택 실적으로 영업이익을 남겼던 건설사들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시장 역시 침체일로다. 저유가와 장기적인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발주 자체가 줄어들면서 건설사들이 신규수주 계약을 맺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마저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반전시킬 동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실제로 올 들어 31일까지 수주한 신규 해외 프로젝트는 모두 215억달러 규모로, 지난해 같은 기간 377억달러에 비해 42.9% 줄어든 상황이다.

    건설사별로 보면 해외수주 침체가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나란히 130% 이상 달성한 삼성물산(47억달러, 130.5%)과 현대건설(29억달러, 135.8%)을 제외하면 대형사 대부분은 지난해 실적을 크게 밑돌고 있다.

    대우건설(6억달러)과 대림산업(6억달러)는 각각 74.6%, 73.7% 감소한 신규수주를 달성했으며 GS건설 역시 63.3% 줄어든 15억달러를 수주하는데 그쳤다.

    때문에 당장은 분양한 주택사업에서 발생하는 매출로 큰 영향은 주지 않을 전망이지만, 해외에서의 새 먹거리가 줄어들고 있는 만큼 예전과 같은 포만감을 느끼기엔 무리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형건설 C사 관계자는 "현재 공사 중인 아파트의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되면 잔금이 현금으로 들어와 영업이익 증가폭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다만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해외시장에서 수주를 못 이어갈 경우 수주잔고 감소로 공사 매출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D사 관계자는 "해외 실적을 끌어올릴만한 마땅한 전략이 없다는 점이 현재로선 가장 큰 문제"라며 "금융조달 방법을 마련해서 중남미·이란 등의 대형공사를 따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내년에 입찰이 진행된다는 공사들을 살펴봐도 낙관할 만한 요인이 별로 없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