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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들어서면서 현대차그룹의 주력 사업인 자동차부문 계열사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3분기 부진한 실적을 발표했고, 내수 시장 점유율도 감소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올 판매 목표 달성이 요원해진 가운데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현대차의 시가총액 마저 1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3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 26~27일 각각 3분기 실적을 발표한 현대차와 기아차는 일제히 전년 동기 대비 하락한 성적을 발표했다.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29%나 감소했다. 부진 이유는 노조의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과 개별소비세 종료 이후 판매 부진, 환율 하락 등이다.
특히 3분기 현대차의 국내 공장 가동률은 65% 수준을 보였다. 지난해 3분기에는 86%의 가동률을 보인 바 있다.
기아차 역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3%나 줄었다.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파업 여파가 컸다. 3분기 국내 공장 가동률은 80% 초반에 그쳤다. 전년 동기 118%로 호조세였던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현대·기아차의 올 판매 목표인 813만대 달성도 힘들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는 올 3분기까지 누적 347만9326대를 판매했고 기아차는 총 214만2584대를 팔았다. 현대차는 4분기에만 153만대 이상을 더 판매해야 연간 목표인 501만대 달성이 가능하다. 기아차 역시 97만대 이상 팔아야 목표치인 312만대 돌파가 가능하다.
국내·외 시장 흐름이 4분기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양사의 판매량 역시 급격하게 증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820만대보다 7만대 가량 목표를 낮췄음에도 2년 연속 목표 달성에 실패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부적으로도 올해 목표 달성에 회의적인 분위기다. 현대차 재경본부장 최경철 부사장과 기아차 재경본부장 한천수 부사장은 각각 3분기 경영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연간 판매 목표 달성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현대·기아차의 난제는 내수 부진이다. 현대차는 3분기 국내와 터키를 제외하고는 전년 동기 대비 공장별 판매가 증가했다. 기아차 역시 국내 판매가 14.6%나 감소했지만 해외 판매는 30.3%나 증가했다.
양사는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이후 판매 감소를 원인으로 지목하지만 한국지엠, 르노삼성, 쌍용차는 주력차를 앞세워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국산차(승용차 기준) 중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은 7월 71%에서 8월 70%로 하락했다. 9월에는 70% 선을 깨며 69%까지 떨어졌다.
반면 나머지 3사의 점유율은 7월 29%에서 8월 30%, 9월 31%로 높아졌다.
한국지엠은 신형 말리부를 앞세워 판매 실적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르노삼성도 SM6와 QM6를 출시하면서 업계 꼴찌를 탈출했다. 쌍용차는 티볼리를 통해 소형 SUV 시장을 휩쓸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부진한 성적은 글로벌 시가총액 순위에도 반영됐다.
미국 블룸버그에 따르면 글로벌 시가총액 500대 기업에 포함된 자동차 회사(17개사) 순위에서 현대차는 지난 28일 종가 기준으로 시총 269억8000만 달러를 기록해 13위에 그쳤다. 12위는 아우디(291억1000만 달러)였다.
현대차는 중국 상하이자동차(9위, 380억3000만 달러)와 미국 테슬라(10위, 299억5000만 달러)가 10위권 안으로 진입하면서 밀려났다.
특히 현재 인도의 마루티스즈키(265억7000만 달러), 타타자동차(258억6000만 달러), 프랑스 르노(256억9000만 달러) 등과 시총이 큰 차이가 없어 순위는 더 밀릴 수 있다. 기아차의 시총은 순위 밖인 145억5000만 달러다.
따라서 4분기 이후 현대·기아차의 시장 타개책이 중요한 상황이다.
현대차가 볼륨 모델인 신형 그랜저를 오는 11월 조기 출시하는 만큼 내수 판매 부진이 일정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기아차는 여전히 노조와 임단협을 마무리 짓지 못해 발목이 잡혀 있다. 기아차 노조는 실적발표가 있었던 지난 27일에도 4시간 퇴근 파업을 벌인 바 있다. 교섭 여부에 따라 추가 파업 가능성도 열어 놓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