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공백으로 미주노선 무주공산… 현대상선 파트너 가치 이견머스크·MSC, 2025년까지 장기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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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이 세계 최대 해운동맹 '2M'에 가입해도 계륵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M에 가입해도 처리하는 뱃짐이 크게 늘지는 않을 거라는 관측이다. 현재 수준을 유지만 해도 다행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해운업계 관심은 이달 말께 이뤄질 해운동맹 본계약의 계약 기간에 쏠린다. 2M의 현대상선 활용 가치를 가늠할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1일 현대상선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과 2M의 해운동맹 본계약이 이달 말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7월 현대상선이 2M과 공동운항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고 밝힌 지 4개월 남짓만이다. 현재 노선별 선복량과 투입할 선박 규모 등을 본계약에 담기 위해 협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일각에서는 현대상선의 2M 가입이 불투명하다는 의견이 제기돼왔다. 내년 4월 세계해운동맹 재편을 앞두고 각 해운동맹이 새 판을 짜려면 10월 전에 새로운 내부운항계획을 짜야 한다는 견해가 많았는데 현대상선과 2M의 본계약 체결 소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상선이 유창근 대표이사를 필두로 해운동맹 가입에 사활을 거는 만큼 2M 가입에는 차질이 없을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윤학배 해양수산부 차관도 지난달 1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새 해운동맹 가동에 6개월쯤이 걸리므로 늦어도 11월 초까지는 본 협약을 맺어야 한다"며 "유 사장이 최우선 과제로 해결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2M 가입 무산 가능성에 대해선 "2M은 미주 노선이 약해 가입하면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지만, 다른 동맹인 '디얼라이언스'는 아시아 선사가 많아 경쟁력 부분에서 겹칠 수 있다"며 "현실적으로 2M에 가입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해운 전문가들은 현대상선이 2M에 가입하면 서비스 질 향상을 기대할 수 있어 일단 긍정적이라는 의견이다. 같은 가격으로 노선을 공동운항하므로 세계 1·2위 컨테이너 선사인 덴마크 머스크와 스위스 MSC의 후광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해운 전문가는 "해운동맹은 한 마디로 적과의 동침"이라며 "2M 내에서도 MSC가 정시성·안전성 등 서비스가 좋은 머스크의 덕을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MOU 체결 이후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현대상선의 몸값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한진해운의 공백으로 2M이 직접 취약했던 아시아~북미 노선의 점유율을 확대할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해운업계 설명으로는 지난 9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한진해운이 단독으로 운항했던 미주 항로 4개 중 3개 노선에 2M이 대체선박을 투입했다. 머스크는 중국 옌텐과 상하이, 부산,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연결하는 아시아~미주 노선에 4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선박 6척을 넣었다. MSC도 아시아~캐나다 노선에 5000TEU급 대체선박 6척을 투입해 운항한다.
해운 전문가는 현대상선이 2M에 가입해도 선복량 증가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견해다. 같은 가격에 서비스 질을 따져 고객이 옮겨갈 수 있으므로 이해득실을 따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해운 전문가는 "2M은 현대상선이 크게 들어오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대상선으로선 2M 가입이 기회지만, 선복량은 현재 수준을 유지만 해도 다행"이라고 전망했다.
업계 관심은 본계약 기간에 쏠리고 있다. 계약 기간을 통해 2M의 현대상선 활용가치를 가늠해볼 수 있어서다. 2M은 지난해 2025년까지 10년간 장기계약을 맺었다. 2M이 남은 기간을 현대상선과 같이한다면 그만큼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는 방증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통상 해운동맹 계약 기간은 4년쯤"이라며 "유동적이어서 지금으로선 계약 기간을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