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주의-환율전쟁 예고 전자ᆞ자동차ᆞ석유화학ᆞ항공해운 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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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9일(현지시각 8일)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는 '대이변'을 연출하면서 한-미 간 통상정책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에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했다. 반(反)이민과 고립주의, 보호무역 등을 역설했다. 한·미 동맹을 비롯해 '동맹 재조정'은 물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도 '실패한 협정'이라며 이로 말미암아 미국의 일자리가 대거 없어졌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부처·기관별로 긴급 점검회의를 잇따라 열고 외화보유액 관리를 강화하는 등 대응방안 모색에 들어갔다.
◇트럼프 "한·미 FTA 실패한 협정" 주장… 무역환경 변화 불가피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트럼프 당선인은 모두 선거운동 기간에 보호무역주의 강화 기조를 내비쳤다. 누가 당선되든 앞으로 한국의 수출 환경이 악화할 거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특히 트럼프는 전통적으로 자유무역을 옹호했던 공화당의 기조에서 이탈해 노골적으로 보호주의를 주장해왔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철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멕시코·중국 수입품에 고율의 관세부과 등 보호무역 조치를 거론해왔다.
산업연구원(KIET)은 최근 내놓은 '미국 대선 이후 경제정책의 변화와 영향' 보고서에서 "한·미 FTA 철회나 재협상과 같은 극단적인 조치가 아니더라도 반덤핑이나 상계관세 같은 무역제한 조치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라며 "한국에 대한 시장개방 요구가 거세질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가 집권하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큰 폭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다. 미국의 대내외 정책이 어디로 튈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개표 과정에서 트럼프가 선전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금융시장이 지난 6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버금가는 공황 장세에 빠진 게 대표적인 사례다. 그만큼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방증이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미국이 중국과 통상마찰을 빚는 등 주요국 간 갈등이 심화하고 환율의 변동성이 확대되면 국제교역을 더 위축시킬 수 있다고 분석한다. 트럼프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목하고 무역규제조치를 최우선으로 추진해 중국과의 교역조건을 바꾸겠다는 견해였다. 이는 무역 등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시나리오다.
중국 등을 겨냥한 미국의 무역제재가 강화되면 한국 수출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급격히 냉각되고 중국의 대미수출이 타격을 받으면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해 조립 후 미국으로 최종재를 보내는 한국의 수출에 타격이 올 수 있다고 예상한다.
외교정책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미국 의회가 견제 기능을 하지만, 기본적으로 미국의 외교정책 수립과 이행에 대한 주된 책임과 권한은 대통령이 가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외교노선을 '동맹들에 대한 상호주의와 소극주의'로 평가한다. 지난달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가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된다면'을 주제로 내놓은 경제·금융시장 분석자료를 보면 트럼프는 해외 주둔 미군과 관련해 철수 가능성을 시사했다. NATO와 한국,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등 미군이 해외 주둔하는 국가가 적절한 방위비를 분담하지 않으면 '스스로 방어'하게 둘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자체 핵무장도 언급했다.
트럼프는 우선 한국에 방위비 분담액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외 개입'보다 '자국 문제'에 더 관심을 쏟는 트럼프의 외교 노선이 자칫 주한미군의 군비감축으로까지 이어져 국내 경제에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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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보유액 관리·제조업 등 투자확대 방안 모색… 부처별 긴급점검·대응 회의 줄이어
트럼프 당선이 유력해지자 정부는 분주하게 움직였다.
정부는 이날 오후 4시30분 서울청사 19층 영상회의실에서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대응방안을 모색했다.
유 부총리는 회의 모두발언에서 "그동안 시장에서 클린턴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크게 평가했던 만큼 트럼프 후보의 당선으로 세계 금융시장에 충격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당분간 국제금융시장의 위험회피 성향이 고조되면서 변동성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며 실물측면에서도 세계 경제의 하방위험이 증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 부총리는 "(최순실 사태 등) 최근의 국내 상황과 결합할 경우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파급효과가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와 관계기관은 이번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우리 경제의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우선 금융·외환시장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기로 했다. 기재부와 금융위·금감원, 한은 등이 긴밀히 협력하면서 시장안정 조치가 필요하면 신속하고 단호하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 7일 가동한 금융위·금감원 비상상황실과 연계해 관계기관 합동점검반을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로 전환한다. 기재부 1차관 주재로 거시경제금융회의도 수시로 열기로 했다.
대외 안정성을 공고히 하기 위해 금융기관의 외화 유동성과 외채, 외화보유액 등에 관리도 강화한다. 외화표시 외평채 발행, 민간부문의 외화자금 조달, 거시건전성조치의 탄력적 운영 등 외화자금 유입방안도 검토한다.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하지 않게 해외 투자자, 국제신용평가사 등과의 소통도 강화한다.
유 부총리는 "정부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미국 신정부의 경제정책과 새로운 한·미 동반자관계 구축방향에 대해 검토해왔다"면서 "트럼프 당선자는 보호무역주의 성향과 주요국에 대한 환율 관련 압박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나 선거 공약이 미 의회 구성과 업계 요구 등에 따라 실제 정책으로 구현될지는 예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에 앞서 오후 2시 차관보 주재로 한미통상현안 긴급점검회의를 열고, 오후 6시에는 무역보험공사 11층 대회의실에서 장관이 주재하는 대미 수출·통상 점검회의를 열 예정이다.
산업부는 한미통상현안 긴급점검회의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반무역주의와 보호무역 강화를 주장했던 만큼 대미(對美)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이 증대될 거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특히 한·미 FTA 이행 메커니즘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관계 부처별로 주요 대미 통상 현안을 점검하기로 했다. 양자 협의채널 강화 등 효과적인 대응 방안도 모색할 계획이다.
미국의 수입규제 강화에 대비해 민관 합동으로 공동대응 체제를 공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의 통상정책 동향을 지속해서 살펴보기 위해 수시로 관계부처 회의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당선인이 공공인프라 투자 확대, 철강 등 자국 제조업 육성, 석유·셰일가스 등 화석에너지 개발 등을 강조한 만큼 제조업과 자원개발 분야에서 양국 간 서로 이익을 누릴 수 있는 교역·투자 확대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한국은행도 오후 2시 긴급 금융경제 상황점검회의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오후 5시에 합동 금융시장상황 점검 긴급회의를 열기로 했다.
한국거래소도 이날 4.70포인트(0.23%) 오른 2008.08로 출발한 코스피가 급락세로 돌아서자 정찬우 이사장 주재로 임원 비상점검회의를 열고 증시 폭락에 따른 대책을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