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동 부정적 인식 가져…중동 건설시장 침체 우려…국내 주택시장, 제한적 영향…11.3대책·최순실 게이트 여파 더 커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연합뉴스


    미국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승선할 인사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로 확정되면서 국내 건설업계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미 전역에서 열린 대통령 선거 투표에서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을 꺾고 대통령에 올랐다. 트럼프는 대선 승리에 필요한 선거인단 과반인 270명을 넘기면서 대권을 거머쥐게 됐다.

    개표 결과 트럼프는 3대 경합주(州)인 플로리다와 오하이오, 펜실베니아를 석권하는 등 경합주에서 큰 승리를 거두고 전통적인 우세주를 대부분 지키는 기염을 토하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이처럼 '트럼프 리스크'가 현실화되자 이날 대형건설사 주가는 큰 폭으로 하향 마감했다. 건설업종 지수는 111.81포인트로, 전날보다 3.65% 줄어들었다. 전체 코스피 지수 하락세(-2.25%)를 웃도는 수치다.

    대림산업이 6.32% 떨어진 8만원에 거래됐으며 △GS건설(2만5950원, -4.42%) △현대건설(4만950원, -3.19%) △대우건설(6270원, -3.24%) 등도 하락 마감했다.

    돌출 발언과 행동으로 이목을 끈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서 위험회피 심리가 확대되면서 주가가 하락세를 보인 것으로 진단됐다. 특히 다른 종목보다 시장 충격에 영향을 많이 받는 건설주가의 하락 폭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A증권 관계자는 "트럼프 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 전체적으로 금융시장이 쇼크를 받았다"며 "베타값이 큰 특성상 건설주가의 하락폭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건설업계에서는 트럼프발(發) 해외 리스크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내 건설기업 가운데 미국 현지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케이스가 적다보니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란 경제제재가 불완전하게 해제된 상황에서 중동쪽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한 트럼프의 집권은 이란 시장의 활성화에 또 다른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앞서 대선 후보 연설 과정에서 트럼프는 클린터의 대(對) 이란 정책을 두고 "역사상 최악의 거래"라고 강도 높게 비난하면서 "이란핵과 관련 재협상을 강력하게 압박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란의 핵개발과 관련해 공격적인 모습을 보인 것.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이란 등 중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한 트럼프가 집권하게 되면서 법적 구속력이 없는 MOU 단계에 그쳤던 프로젝트들이 그대로 멈춰 버릴 가능성이 높다"며 "국제유가 하락세에도 이란시장에 대한 기대로 일말의 여지를 남겨두었으나, 트럼프가 당선되면 이란시장 역시 다른 시장과 마찬가지로 경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윤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원 역시 "클린턴이 당선되면서 외교 정책 변화는 거의 없이 오바마 외교정책과 일관될 것"이라며 "트럼프는 1차 이란 경제제재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정적인 영향이 클 것으로 중론이 모아진다"고 설명했다.

    국내 주택경기 역시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건설사들 입장에서는 미국 대선보다는 11.3대책, '최순실 게이트' 등 국내 혼란이 더 큰 리스크라는 지적이다.

    주택전문 C건설 관계자는 "트럼프의 당선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그 여파가 국내 주택시장의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가 연초부터 꾸준히 제기돼 온 터라 어느 정도 시장에서도 충격을 완화시킬 심리적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11.3대책에 대한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정치적 현안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어 당장 주택시장에는 큰 반응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이날 오전 트럼프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지자 시중은행 외환 담당 임원들을 긴급 소집해 시장 점검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거래소 역시 국내 증시 하락으로 '비상 시장점검회의'를 개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