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10일 예정대로 대우조선해양에 2조8천억원 규모의 자본확충방안을 발표했다. 다만 전제 조건으로 노사의 고통 분담에 대한 동의안 제출을 제시했다. 

이날까지 대우조선 노조는 채권단이 제시한 자구계획 이행 노사확약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당초 대우조선 새 노조가 '무쟁의' 등에 반대하면서 채권단의 자본확충안 발표도 늦춰질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산은과 수은이 계획대로 자본확충안을 공개한 것은 노조를 우회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처사로 풀이된다. 

정부와 채권단이 대우조선을 살리기 위해 막대한 국민혈세 투입을 결정, 특혜시비까지 일고 있는 와중에 유동성이 제때 공급되지 못할 처지에 놓이자 이에 대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서별관회의서 대우조선에 4조2천억원대의 지원안을 확정한 뒤 대우조선 노조가 무쟁의, 임금동결 등을 공개적으로 약속한 것처럼 반드시 노사확약서가 제출돼야 한다는 게 채권단의 입장이다. 

막대한 자금을 쏟아도 노동 쟁의, 파업과 같은 변수가 등장하면 자구안의 정상적인 이행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날 산은이 발표한 자본확충안은 산은의 감자·출자전환, 수은의 영구채 매입으로 구분된다.   

우선 산업은행은 자본확충 효과 극대화 및 대주주(산은)의 경영책임 이행 차원에서 산은이 보유한 주식에 대한 차등감자를 추진하기로 했다. 

정상화추진 이전 산은이 보유한 주식 약 6천주는 '무상소각' 하고 잔여 지분은 완전자본잠식에 따른 결손금 보전을 위해 10:1 비율로 무상감자를 실시한다. 



  • 이후 산은은 대주주로서 1조8천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실행하게 된다. 수출입은행 또한 최대채권자로서 자본성이 인정되는 영구채 1조원을 매입해 대우조선 재무구조 개선에 동참한다는 계획이다.

    자본확충이 완료되면 완전자본잠식이 해소되고 자기자본이 약 1.6조원으로 증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부채비율이 약 900%내외로 대폭 개선돼 현재 완전 자본잠식 상황에서 벗어나게 된다. 

    산은 측은 "대우조선의 수주 경쟁력이 강화되는 등 경영정상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사의 고통분담에 대한 충실한 확약 없이는 재무구조 개선방안을 포함한 정상화 작업의 전면 재검토 불가피하다"고 선을 그었다. 

    대우조선이 처한 엄혹한 경영환경을 고려할 때 산은·수은의 재무구조 개선지원은 정상화 지속 추진을 위해 달성되어야 할 여러 요건 중 하나에 불과할 뿐 현경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사의 하나된 노력과 고통 분담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현재 산은은 대우조선과 노조에 생존을 위한 자구계획의 충실한 이행을 담은 확약할 것을 요청한 상태다. 

    산은 측은 "노사확약서 제출은 자본확충을 포함한 정상화 작업 지속과 회사의 계속기업 유지를 위한 필수적인 선행 조건"이라며 "조속한 시일 내 확약서가 제출되지 않을 경우 신규자금 지원 중단 근본적 처리방안을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