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그룹 압수수색 탓 총수 역량 분산연말 보너스 지급계획 63.4%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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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연말은 '최순실 게이트'로 뒤숭숭하다. 통상적으로 대기업들의 연말은 사장단 인사 및 내년도 경영계획 수립 등으로 분주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일부 그룹사들은 오너(총수)가 국정조사에 증인으로 채택돼 사무실 압수수색을 당했다. 이로 인해 경영 활동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의 경우 통상적으로 매년 12월 초 그룹 사장단·임원 인사를 실시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12월 중순 이후로 연기된 상태다.

    사장단 인사는 주로 화요일에 많이 실시되는데 올해는 화요일인 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출석해야 하는 최순실 사태 국정조사 1차 청문회가 잡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곧 출범할 특별검사가 수사에 돌입할 경우 이미 세 차례나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삼성 서초사옥이 재차 압수수색 대상에 오를 가능성도 상당하다.

    이런저런 여건들을 따져보면 결국 12월 중순을 넘겨야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타 그룹들도 인사를 미루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는 내년 초를 생각하는 그룹도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투자 역시 집행에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올해 총 27조원의 설비투자를 계획했다. 그러나 올해 3분기까지 집행된 금액은 14조7000억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12조3000억원은 4분기 중으로 집행돼야 하지만 검찰 수사 등으로 의사결정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년도 경영 실적을 발판으로 매년 2월 임직원들에게 지급하는 삼성전자의 성과인센티브(OPI·옛 PS) 역시 지급이 늦춰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올해는 가뜩이나 갤럭시노트7의 조기 단종(斷種) 사태로 성과급 규모가 전년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와 지급 시기도 연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취업포털 사람인이 최근 기업 331개사를 대상으로 연말 보너스 지급 계획을 조사한 결과, 전체 63.4%가 '지급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이 가운데 19.5%는 작년에는 보너스를 지급했으나 올해는 주지 않기로 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 역시 오너인 정몽구 회장의 국조 출석이 예정돼 올해 그룹 출범 후 처음으로 연말에 하던 해외주재원 교육을 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

    연말이면 약 900명에 달하는 해외주재원을 본사로 불러 글로벌 시장 상황과 판매전략 등을 공유해왔지만 올해는 현지 대응에 집중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임원들이 연봉의 10%를 자진 삭감하기로 하는 등 강도 높은 긴축경영을 펼쳐왔다. 주재원교육 생략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현대기아차 노조는 이런 와중에 또 한 차례 파업에 돌입할 조짐이다. 수차례 파업 끝에 어렵사리 임금 협상을 매듭지었지만 두 회사 노조가 오는 30일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노동정책 폐기를 요구하는 민주노총 총파업에 동참하기로 했다.

    현대차 노조는 총파업 찬반투표에서 반대가 더 많이 나왔음에도, 상급단체인 금속노조가 총파업 참여 안건을 가결해 참여한다.

    연말로 예정된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특허심사도 전면 취소되거나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두 차례 있었던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권 선정 결과를 두고 특혜와 로비 의혹이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탓이다.

    롯데그룹은 면세점 의혹 관련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 환경이 불투명해져 연말 인사를 정상적으로 하지 못할 상황에 놓인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기업 총수들이 검찰에 불려가고 국조의 증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외적 신인도 하락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해외 거래처를 만나면 '무슨 일이냐'고 먼저 물어본다"며 "이를 해명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기업의 대외적 평판이 훼손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에 따른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에 대한 차질도 재계의 큰 불만이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내년 경영계획이나 투자계획 수립 등을 위해 분주해야 할 시점에 기업 최고위급 의사결정의 역량이 다른 곳으로 분산돼 정작 경영에는 소홀하게 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