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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오피스시장에 공실 경보가 나오고 있다.
대형 임차인으로 꼽히는 주요 증권사들이 기업 인수·합병에 따른 통합 사옥 입주 또는 신사옥 완공에 따른 입주가 잇따르기 때문이며, 여의도의 경우 신규 오피스 빌딩 공급이 다수 예정돼 있어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15일 금융투자·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여의도 오피스시장 신규공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증권사를 중심으로 대규모 이전이 진행되고 있어 공실률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여의도에 터를 잡았던 증권사들이 비슷한 시기에 여의도를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대신증권은 오는 23일까지 여의도를 떠나 순차적으로 명동의 새 둥지로 떠난다.
대신저축은행, 경제연구소, F&I 등 다른 계열사 인력까지 합치면 여의도를 떠나는 인력은 1300여명에 달한다.
오는 29일 미래에셋증권과의 합병을 앞둔 미래에셋대우는 본사인력 이전이 지속되고 있다.
리서치센터, 홍보실 인력이 올해 안에 을지로 센터원 건물로 이사하면 미래에셋대우 임직원 전원이 여의도를 떠나게 된다.
미래에셋대우 본사 인력은 1400여명 규모로 이미 센터원으로 이사한 인력을 제외하면 현재 250여명이 이사를 준비 중이다.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도 통합 출범에 맞춰 본사 인력이 대거 이동하며, SK증권도 인근에 위치한 케이타워 입주를 앞두고 있지만 이들은 모두 여의도에 본사를 두고 있어 '탈 여의도'와는 무관하다.
문제는 여의도 자체를 떠나거나 기존에 근무하던 사무실을 떠나는 임차인은 많지만 빈자리를 채울 대상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또 3~4년 내로 대형 오피스빌딩 공급이 예정돼 있어 '불꺼진 여의도'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신증권이 떠난 자리는 신영증권이, 미래에셋대우가 떠난 자리는 IT부서와 미래에셋생명이 채우기로 결정됐지만 여의도를 떠난 인원 만큼 충원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공간 활용도에 대한 고민이 발생한다.
여의도 SK빌딩 역시 SK증권이 케이타워로 옮겨감에 따라 빌딩 절반 이상이 공실로 남게돼 빌딩 소유주 삼성생명의 고민이 큰 상황이다.
계속되는 신규 공급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이미 IFC몰의 공실률이 30%대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케이타워는 물론 교직원공제회, 사학연금 신사옥과 파크원 공급이 3~4년 내로 예정돼 있다.
이들 모두 연면적 최소 4만7000제곱미터에서 최고 39만제곱미터 수준의 대형 빌딩들로, 임차인 대란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신축 당시 공실률이 50%대를 기록했던 전경련회관의 경우도 적극적인 세입자 모시기로 현재 공실률을 10% 아래로 낮췄지만 '최순실 사태' 불똥이 전경련에 튀면서 해체론이 나오기 시작하며 불확실성이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신축빌딩의 경우 상징성, 편의성 등을 감안해 본사차원의 이전이 진행되고 있지만 기존에 머물던 빌딩은 노후화됐다는 평가로 새 임차인 모시기에 어려움이 많다"며 "1000여명 이상의 대이동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지만 떠난 자리를 한번에 채울 기업을 유치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탈 여의도 현상이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탄이 다시 여의도에 남아있는 증권사로 되돌아오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파크원(Parc1) 개발사업을 추진 중인 NH투자증권의 경우 최근 국민연금을 투자자로 끌어들이는데 실패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파장으로 국민연금이 대체투자를 전면 재검토하는 차원에서 파크원 투자 역시 부결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지만 임대 수요를 확보하기가 어려워 리스크가 높다는 것도 원인으로 분석된다.
파크원 금융주선자인 NH투자증권은 공실 방지 차원에서 사옥이전을 검토한 것도 기관투자자들에 사업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증권·금융사들이 밀집돼 있어 여의도가 금융중심지의 상징이었지만 지금은 색깔을 잃어간다는 점도 부정적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 9월 기준 여의도 오피스빌딩의 공실률은 10% 수준으로 조사돼 서울 주요 도심 오피스 구역 중 가장 높다.
종합부동산서비스회사 젠스타는 11월 서울전체 오피스 빌딩 공실률은 7.7%로 집계했고, 한화63시티는 4분기 중 8% 중반대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