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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닭의 해' 정유년이 밝았다. 지난 해 한미약품 9조원 기술수출계약 중 일부가 개발이 중단되고 미공개 정보가 유출되는 등 어지러운 시국에 타 제약사의 불법 리베이트 파동까지 겹치면서 제약업계는 그야말로 다사다난한 한해를 보냈다.
보수적이었던 제약업계는 불법리베이트로 얼룩진 이미지를 개선하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와 다양한 변화를 추구해 신 성장동력 찾기에 나섰고, 바이오업계는 다국적제약사의 특허 빗장이 풀리면서 해외 시장 진출에 적극 나섰다.
제약·바이오업계가 바라본 올해 전망을 두 가지 키워드로 살펴본다.
◆ ‘저비용‧고효율’ 오픈이노베이션 통해 신약 개발 가속화
오픈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은 제약업계의 2017년 핵심전략으로 떠올랐다.
오픈이노베이션이란 제약사가 연구 과정에서 대학‧타 기업‧연구소 등 외부업체와 기술‧자본을 협력해 개발 효율성을 높이는 신약개발 방법이다.
신약 개발에는 평균 10년과 1조 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되는 위험 부담이 따른다. 국내제약사의 경우 다국적제약사보다 자금력이 비교적 좋지 않아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신약을 개발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게 전반적인 업계 반응이다.
한국제약협회 관계자는 “오픈이노베이션은 직접 연구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외부의 좋은 신약후보물질이 있으면 개발에 참여, 상업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며 “신약 개발 창구를 확대할 수 있고, 시간이나 비용을 줄이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최근 한미약품‧대웅제약 등 국내제약사들이 앞다퉈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신약후보물질에 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최근 설립한 창업투자회사 ‘한미벤쳐스’를 통해 초기 단계인 신약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신생 제약사, 바이오벤처 등에 대해 투자하는 등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대웅제약도 올해 ‘오픈콜라보레이션 사무국’을 신설했다. 자회사 한올바이오파마, 대웅바이오 등을 아울러 임상 역량을 강화하고 신약 개발에 힘쓰겠다는 의지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오픈 이노베이션은 대웅제약 글로벌 R&D의 핵심전략"이라며 "오픈 콜라보레이션을 활성화하고, 협력할 수 있는 문화 정착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 올해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 특허 빗장 풀려… 국내사 해외 시장 진출 봇물
2017년 국내 바이오업체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세계 10대 매출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 중 7개가 올해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바이오업체가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로, 기존 오리지널 약과 효과‧안전성을 갖고 가격은 저렴하다는 게 장점이다.
이미 몇몇 의약품 특허가 풀린 유럽시장에선 국내 바이오업체의 반격이 커지고 있다.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은 약가가 비싸 그동안 정부와 환자들은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컸다는 것을 미뤄보건대 승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국내 바이오업체 셀트리온은 다국적제약사 얀센의 자가면역질환치료제 ‘레미케이드’의 특허를 회피한 제품 ‘램시마’를 이미 유럽에서 판매 중이며, 미국엔 올해부터 발매할 계획이다. 셀트리온의 거센 도전에 얀센은 지난 3분기 기준, 레미케이드 매출이 26%나 줄었다.
셀트리온은 미국 바이오의약품 시장에 함께 진출할 파트너로 세계 2위 제약사인 화이자를 택했다. 화이자는 미국 내에서 의약품 점유율이 높아 약가 협상은 물론, 시장 확대 및 제품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도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셀트리온 측은 내다봤다.
미국 시장은 약 2000억 달러 규모의 세계 바이오의약품 시장 중 절반 수준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올해 판매가 시작되면 수출 물량은 더 가파르게 증가할 수 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인플렉트라(램시마 미국 상품명)의 가격을 오리지널보다 약 15~20% 저렴하게 책정할 것”이라며 “대형건강보험사 등을 상대로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