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지공급 부족·초과이익 환수제 종료 '걸림돌'대림산업, 지난해 수주 1위…유일한 '3조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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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천2구역 주택재건축 사업지 철거 현장. ⓒ연합뉴스
#1.지난해 11월22일 서울 강동구 천호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의 세 번째 시공사 현장설명회에는 11개 건설사가 참여해 관심을 드러냈다. 참여사 가운데 현대건설·포스코건설·대우건설 등 대형건설사들이 입찰 참여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찰마감일은 오는 9일이다.
#2. 오는 21일 시공사선정총회를 개최할 서울 관악구 신림2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사업에는 롯데건설-대우건설 컨소시엄과 서희건설 2파전이 펼쳐진다. 앞서 지난해 11월25일 진행된 현장설명회에는 현대건설·대우건설 등 12개사가 참여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도시정비사업 시공권 확보전이 연초부터 달아오르고 있다. 천호1구역·신림2구역 외에도 오는 24일 입찰마감을 앞둔 서울 용산구 한성아파트 재건축사업 현장설명회에는 한신공영·한양 등 9개사가 참여, 성황을 이룬 바 있다.
해당 사업지는 24일 유효입찰로 마감될 경우 2월18일 총회를 통해 시공사 선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지방 역시 마찬가지다. 전날 입찰을 마감한 대구 동구 신암1구역 재개발사업 현장설명회에는 현대산업개발·코오롱글로벌 등 10개 건설사가 참여한 바 있으며, 지난해 말 호반건설이 수주에 성공한 부산 동구 초량2구역 재개발사업 현장설명회에도 대림산업 등 10개사가 몰렸다.
건설사들이 이처럼 정비사업 수주전에 뛰어드는 이유는 물량난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택지개발촉진법을 폐지한 데 이어 지난해 8·25가계부채 관리방안을 통해 택지공급을 더욱 줄이겠다고 발표하면서 사실상 더 이상의 신도시 개발이 없다고 봐도 무방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정비사업 수주는 안정적인 미래먹거리 확보로 이어진다. 조합원 분을 확보하고 있어 경기 불황에도 안정적인 분양성과를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견건설 A사 관계자는 "올해부터 공공택지 분양이 본격적으로 줄어들고, 분양시장의 불확실성이 확산되면서 건설사들은 일정의 일반분양 물량을 확보한 정비사업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올해는 한시적으로 유예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가 만료되는 마지막 해인 만큼 건설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초과이익 환수제는 재건축으로 얻는 이익이 조합원 1인당 평균 3000만원을 넘으면 이를 제외한 초과 금액의 최대 50%까지 부담금 형태로 정부가 환수하는 제도다. 2006년 도입돼 2012년까지 부과됐다가 이후 금융위기 등을 겪으면서 2013년부터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유예됐다. 이를 피하려면 반드시 연내 관리처분계획을 신청해야 한다.
서울시 조사 결과 조합설립인가를 받거나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올해 관리처분을 앞두고 있는 단지는 모두 35곳·3만7512가구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가격 상승폭이 커 환수제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 내 단지는 25곳·3만4488가구로 전체 91%를 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재건축 단지들이 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절차상 늦어도 상반기에는 사업시행인가를 받아야 환수제를 적용받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한 조합 관계자는 "다수의 재건축 조합이 환수제 미적용을 공약으로 내건 만큼 올해는 사업 속도에 모든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며 "인허가가 차일피일 미뤄지지만 않는다면 막차를 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덩달아 시공사 선정에도 불이 붙을 전망이다. 절차상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치러야 하는 선행 절차다.
주택협회 관계자는 "시공사 선정은 아파트 브랜드를 결정하는 것을 떠나 공사비를 확정짓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환수제를 피하기 위한 단지들이 강남권에 몰려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건설사간 치열한 수주전이 벌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중견건설사들도 정비사업에 적극 뛰어들면서 시공권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졌다. 택지지구에서의 성공적인 분양으로 입지를 다진 중견사들도 정비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추세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부산 3곳과 서울 1곳에서 수주실적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비록 수주에는 실패했지만 신반포7차·방배경남 등 서울 강남권에서도 대형사와 경쟁을 펼치는 등 정비사업 부문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역주택조합사업 강자인 서희건설은 브랜드 인지도를 기반으로 2015년에 이어 2년 연속 1조원이 넘는 수주고를 올리면서 대형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으며, 중흥건설도 최근 2년간 전국 9곳에서 약 1조8000억원 규모의 정비사업 수주를 달성했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금리와 유가의 변동성이 증가하는 등 대외경제 연건이 더욱 악화되고 있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인데다 택지개발사업마저 전면 중단됐다"며 "중견사들이 강남권 재건축 사업 진출을 노리는 등 정비사업 수주 경쟁에 적극 나서고 있어 생존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지난해 정비사업 수주전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시장 규모가 20조원 후반대에서 24조원 규모로 소폭 줄어든 상황에서 대외여건 악화로 해외수주마저 급감해 유난히 건설사들이 정비사업 수주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대형 사업장을 포함한 전체 정비사업 물량의 25%가량이 연말에 집중돼 막판까지 순위경쟁을 펼쳤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대림산업은 지난해 전국 14개 사업지에서 시공권을 확보, 공사금액 기준으로 3조3848억원 수주실적을 올리면서 '왕좌'에 올랐다. 올해 정비사업 수주실적 '3조클럽'에 이름을 올린 유일한 건설사다.
2위는 2015년 8조원이 넘는 수주로 '왕좌'에 앉았던 GS건설로, 6곳·2조3973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12월 초까지만 하더라도 8위권에 머물렀으나 1조4000억원 규모 부산 수영구 남천2구역 재개발사업을 수주하면서 체면치레했다는 평이다.
이어 △현대산업개발 1조9008억원 △대우건설 1조6733억원 △SK건설 1조4492억원 △롯데건설 1조4009억원 △현대건설 1조2624억원 △포스코건설 1조2150억원 등이 '1조클럽'에 랭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