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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취업자 등 성인학습자에게 고등교육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이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이화여자대학교 사태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높았지만 기존 수요를 감안하지 않은 교육부 정책에 기대 이하의 성과가 나왔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정원 미달 사태를 맞은 평단 사업 대학들은 추가모집만 남은 상황에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9일 2017학년도 정시모집에서 평단 사업 전형을 실시한 9개 대학의 평균 경쟁률을 분석한 결과 0.48대 1을 기록, 창원대(1.60대 1)를 제외한 8개교가 모집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인하대가 가장 낮은 0.23대 1의 경쟁률을 보였고 부경대 0.29대 1, 대구대 0.52대 1, 제주대 0.57대 1, 한밭대 0.58대 1 등 1대 1 미만을 기록했으며 서울권인 동국대(0.31대 1), 서울과학기술대(0.35대 1), 명지대 인문캠퍼스(0.45대 1) 등도 미달됐다.
평단 사업 선정으로 이들 대학은 미래융합대학, 야간과정, 전문 분야 학과 등을 개설해 신입생 유치에 나섰지만 수시모집에 이어 정시에서도 쓴 맛을 봤다.
앞서 지난해 9월 실시된 2017학년도 수시에서 명지대(1.35대 1), 창원대(1.11대 1) 등 2개교만 1대 1의 경쟁률을 넘겼고 미달된 성적을 기록한 대학들의 남은 정원은 정시로 이월됐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4일까지 실시된 정시모집에서 9개교 평단 사업 관련 학과 평균 경쟁률은 수시(0.76대 1)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평단 사업에 투입된 정부 예산은 300억원이다. 애초 10개교가 선정됐지만 이화여대가 사업 참여를 철외하면서 9개교가 모집에 나섰다.
시작부터 평단 사업은 난항을 예고됐다. 이화여대의 평산 사업을 놓고 지난해 7월 학생들이 '학위 장사' 등을 지적하며 이대 본관을 점거하는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확산된 것이다.
또한 특성화고졸·재직자 등 선취업자 대상 전형이 이미 있고, 기존 평생교육의 수요를 담당하는 사이버대 등 교육기관의 역할을 감안하지 않은 사업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수시에서 평단 전형 대부분이 미달되자 교육부는 대학 진학 희망 성인학습자에게 안내 노력을 강화해 정시에 참여를 높이겠다고 강조했지만 수시보다 낮은 지원율을 기록했다.
교육부 평생학습정책과 관계자는 "특성화고 취업률이 상승하면서, 과거 선취업자는 3만명에서 이제는 5만명으로 증가했다. (평단 사업의) 잠재적 수요자가 있다. 2016학년도부터 이들이 배출되면서 수요자가 적다고 볼 수 없다. 다만 실제 참여로 이끌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재직자전형과 유사한 측면도 있었고,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부분이 있었다. 2017학년도 모집이 처음인데, 향후 합격자를 분석해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참여 대학들과 개선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미달된 평단 전형에 지원해 합격한 예비신입생이 타 대학에 등록하거나, 지원 자격 결격 사유가 드러난다면 추가 결원이 발생한다.
정시모집을 마친 가운데 평단 사업 대학들은 내달 중순께부터 실시되는 추가모집으로 정원 100% 충원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다.
A대학 관계자는 "평단 사업이 시작되는 단계니깐 이번 모집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거 같다. 아무래도 이화여대 사태로 인해 부정적인 이미지가 지원 기피 현상으로 이어진 거 같기도 하다. 미래 수요를 감안한다는 부분에서 다소 시간이 걸릴 거 같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대학 측은 "수십억원의 예산을 지원 받아도 커리큘럼 개설, 교수진 초빙 등에 투입되면서 홍보를 많이 할 수 없었다. 추가모집을 통해서 남은 정원을 채워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
B대학 관계자는 "추가모집 밖에 기회가 남지 않았다. 평단 사업과 관련해 정원을 넘긴 학과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결과가 이렇게 나왔기 때문에 추가모집을 실시할 수밖에 없다"며 아쉬움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