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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가 연내 포항 1고로를 폐쇄한다. 조업을 시작한 지 45년만이다. 포항 1고로는 1973년부터 가동된 국내 첫 고로다. 폐쇄가 주는 의미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중국도 지난해 8월 바오토우강철 2고로 철거에 나섰다. 1959년 첫 쇳물을 뽑아낸 역사 깊은 고로다. 중국 정부가 철강 구조조정을 나선 이래 최대 규모이기도 하다.
한국과 중국의 경제성장을 이끈 철강사 고로들이 잇따라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현재 철강업이 처한 환경을 대변함과 동시에 향후 업계에 불러올 변화 또한 예고하고 있다.
공급과잉이라는 악조건에서 노후화된 설비 철거는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그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되짚고 가야 하는 이유는 포항 1고로가 국내 철강산업 발전에 적지 않은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포항 1고로는 포스코의 산 역사이자 자랑이다.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1968년 제철소를 건설한 이래 50년 가까운 시간 동안 포스코가 세계 최고 철강사로 우뚝 설 수 있었던 배경에 포항 1고로가 자리하고 있다.
업계에 미친 영향도 막대하다. 철강업 종사자라면 누구나 인지하는 6월 9일 철의 날. 그날이 바로 포항 1고로에서 처음으로 쇳물이 나온 날이다. 그날을 기념하기 위해 철강협회는 2000년 철의 날을 제정했다.
이같은 고로를 폐쇄하려는 배경으로는 노후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
철강업계는 나날이 선진화, 고도화된 설비로 바뀌어 가고 있다. 세계적인 친환경, 고부가가치화 추세에 발맞춰 가고 있는 것이다.
포항 1고로 상징성을 고려할 때 폐쇄에 따른 아쉬움은 존재한다. 그래도 아쉬움은 한켠으로 밀어내고 우리는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파이넥스 등 더욱 발전된 설비로 경쟁력을 찾아야 하는게 우리의 현실이다.
중국 철강사들의 공세가 거세다. 이번 포항 1고로 폐쇄 역시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보면 중국에 있을 수도 있다. 나날이 증가하는 중국산 철강재가 국내 공급과잉을 부추겼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아직까지 포항 1고로 생산성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가동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렇기에 포스코가 고로 폐쇄를 결정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45년이라는 기간 동안 포항 1고로에서 생산된 쇳물은 약 5000만톤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연내 폐쇄를 앞두고 있지만, 1고로를 통해 만들어진 철강제품은 우리의 삶에서 영원히 숨 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