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환율 1418원·1500원 목전 … 가격 경쟁력 급속 약화면세구역 여행객 머문 시간 수십초도 안돼 매장 직원 "사람은 많아도 구매 이어지지 않아" 한숨 여행객은 돌아왔지만 매출은 15% 감… 업계 악순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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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보라 기자
7일 오전 김포공항 국제선 구역. 출국장은 이른 시간임에도 여행객들로 들썩였지만 보안검색대를 지나 면세구역에 들어서는 순간 분위기는 한층 가라앉았다. 매장들 사이로 사람 흐름만 빠르게 흘렀고 한때 공항의 대표적 쇼핑 공간이던 면세점은 여행객의 발길이 스치기만 하는 통로로 보였다.
매장 안 풍경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드문드문 들어오는 여행객들은 진열대를 대충 훑어본 뒤 수십 초 만에 발길을 돌렸고 한 직원은 "사람은 많은데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다"며 설명했다.
특히 한때 해외여행의 국룰처럼 여겨지던 면세 담배 구매는 이미 옛말이 됐다. 이날 전자담배 믹스(MIIX)의 면세가(1보루)는 34달러(약 4만4150원)로 시중가와의 차이가 고작 850원. 일본으로 떠나는 A씨는 "습관처럼 담배를 샀는데 편의점과 거의 똑같더라"고 설명했다.
매장 관계자 역시 "한 개만 사면 사실 차이가 없다. 요즘은 묶음 행사 때나 메리트가 생긴다"며 "환율이 높다 보니 행사 빈도도 늘렸다"고 설명했다.
다른 카테고리도 상황은 비슷했다. 주류·화장품·액세서리 매장에서는 구경만 하는 여행객이 대부분이었다. 선글라스를 착용해보던 B씨는 "예전엔 면세점에서 뭐라도 챙겨야 한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요즘은 굳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인터넷이 훨씬 싸다"고 말했다.
그나마 여행객 발길이 이어진 곳은 면세품 인도장이었다. 온라인으로 이미 결제한 물품을 찾기 위해 여행객들이 가방을 열어 물건을 나눠 담는 모습이 이어졌다.문제의 중심에는 고환율이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1∼11월 원·달러 평균 환율은 1418원으로 지난해보다 54원(4.0%) 올랐고 최근에는 1500원 선을 위협하는 흐름까지 나타났다. 이미 정책당국의 대응 범위를 넘어 1400원대 후반 고환율이 고착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
이처럼 환율이 오르면 달러 기준으로 가격이 책정되는 면세점은 원화 정찰가를 유지하는 백화점 대비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가격 역전 현상은 현실이 됐다.
- ▲ ⓒ김보라 기자
기자가 이날 구매한 키엘 울트라 훼이셜 크림(125ml)의 면세가는 63달러로 9만2704원이었지만 키엘 공식몰에서는 같은 제품을 8만4550원에 무료배송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면세점의 핵심 메리트였던 싸다는 인식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 영향은 통계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여행 수요는 뚜렷하게 회복됐지만 면세 소비는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면세점 총판매액은 3조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5%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손익 마지노선으로 여겨온 1200원 후반대를 넘어선 상황이라 환율이 1500원대에 근접하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며 "명품은 이미 백화점보다 비싼 사례가 나오고 있어 프로모션으로 소비자 부담을 낮추려 하지만 마케팅 비용만 늘어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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