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 호조 이면 … 산업 곳곳서 구조조정 본격화석유화학·유통·은행업계까지 확산된 '연말 희망퇴직'1985년생까지 대상 포함 … 희망퇴직 연령선 40대로 하락
  • ▲ 반도체 클린룸 전경. ⓒ삼성전자
    ▲ 반도체 클린룸 전경. ⓒ삼성전자
    올해 한국의 연간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7000억달러(약 1028조원)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회복이 전체 지표를 끌어올린 결과다. 하지만 연말을 앞둔 산업 현장에서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제조업은 물론 유통, 금융권까지 산업 전반에 '희망퇴직'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반도체 등 일부 품목의 호황이 만들어낸 '착시' 속에서 산업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인력 구조조정의 대상도 50대에서 40대로 빠르게 내려오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 업계 1위인 LG화학은 지난 8월 석유화학 부문에서 희망퇴직을 실시한 데 이어 최근 첨단소재 부문으로까지 이를 확대했다. 대상은 사무직과 생산직을 포함해 1970년생까지로, 최대 50개월치 급여를 퇴직 위로금으로 지급한다. 정년이 3년 이하로 남은 직원은 잔여 기간을 보전받는다.

    석유화학 부문에서는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인 58세 이상 직원을 중심으로 추가 희망퇴직도 이어지고 있다. 공식 공고 없이 부서장이 개별적으로 의사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LG화학의 핵심 사업인 석유화학 부문은 2023년부터 적자가 지속되고 있으며,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적자만 1170억원에 달한다.

    유통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5년 만에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전사 지원 조직과 오프라인 영업 조직을 중심으로 근속 15년 이상 직원 또는 45세 이상 경력 입사자를 대상으로 신청을 받고 있다.

    대상 계열사는 아모레퍼시픽홀딩스를 비롯해 아모레퍼시픽, 이니스프리, 에뛰드, 아모스프로페셔널, 오설록, 에스쁘아 등 그룹 전반에 걸쳐 있다. 퇴직 위로금은 근속 연수에 따라 차등 지급되며, 근속 20년 이상 직원에게는 기본급 42개월치가 제공된다. 법정 퇴직금과 실업급여는 별도로 지급되고 퇴직 후 2년간 건강검진 지원 등 전직 지원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금융권에서도 구조조정의 무게 중심이 빠르게 내려오고 있다. 신한은행은 디지털 전환 가속과 영업 환경 변화에 대응해 중장기 인력 구조 재편에 나섰다. 오는 15일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대상에는 근속 15년 이상 부지점장급 이상 직원과 일정 연령 이상의 일반직, 근속 10년 이상 리테일서비스(RS) 직군 직원이 포함된다.

    일반 직원 기준으로는 1985년 이전 출생자까지 대상에 포함돼 1980년대 중반 출생자도 이번 희망퇴직 명단에 올랐다. 퇴직 시점은 내년 1월 초로 예정돼 있으며 근속 연수와 연령에 따라 차등화된 특별퇴직금이 지급된다. 지난해에도 신한은행에서는 약 500명이 희망퇴직을 선택한 바 있다.

    산업계 전반에서는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가 한국 경제 전반의 회복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인식에 경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