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절반 교체 이어 부서장급 세대교체연공서열 관행 뒤흔든 강호동 파격 인사부실 농·축협 정리·상호금융 건전성 악화 대응 명분강 회장 사법 리스크 국면 전환 의도 논란보은 인사·라인 인사 의혹, 개혁 신뢰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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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은행·금융지주·보험 계열사 집행간부에 이어 부서장급까지 대폭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취임 초기부터 밝혀온 “임원 절반 교체” 방침을 실제 인사에 옮긴 데다, 그동안 농협 인사의 기본 원칙처럼 여겨졌던 연공·연령 중심 관행까지 흔들리면서 내부에서는 “강 회장 체제의 인사 실험”이라는 평가와 함께 “사법 리스크를 의식한 국면 전환 시도 아니냐”는 시선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연공·연령 틀 무너진 농협 … 세대교체와 내부 충격 공존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발표된 ‘농협중앙본부 부서장 등 인사’에 따라 농협중앙회는 중앙회 본부 부서장을 시작으로 상호금융, 농업경제·축산경제, 하나로유통·농협물류, 농협금융지주, NH농협은행, NH농협생명 등 전 부문에서 부서장·본부부서장 인사를 일괄 단행했다. 발령일은 내년 1월1일이다.NH농협은행에서는 40여명에 이르는 부서장이 자리를 옮기거나 교체됐고, 농협금융지주·농협생명·농협손해보험 등에서도 각각 여러 명의 부서장이 바뀌면서 금융 계열 전반의 중간 간부 라인이 사실상 재편됐다.앞서 농협은 이달 3일 중앙회·금융지주·은행·생명·손보 등 집행간부 45명 가운데 21명을 상무·상무보로 새로 선임했다. 상무·상무보 신규 인선을 합치면 집행간부 절반가량이 자리를 바꾼 셈이다. 은행 부행장과 금융지주·보험사 부사장급 보직 상당수가 새 얼굴로 채워지며, 그룹의 최상위 경영 라인이 이미 한 차례 대대적으로 교체된 상태에서 다시 부서장급 인사 태풍이 덮친 구조다.농협 안팎에서는 이번 부서장 인사를 두고 “연공서열·연령 순서를 기준으로 삼던 기존 관행을 정면으로 깨는 조치”라는 반응이 나온다. 한 농협 관계자는 “그동안 입사 연차와 나이가 승진 순번을 사실상 결정해 왔는데 이번 인사에서는 그 틀이 많이 무너졌다”며 “예컨대 ‘부장 승진은 1972년생까지’라는 식의 인식이 굳어져 있던 상황에서 1973년생이 대거 발탁되면, 순번 안에 있다고 믿었던 인원 가운데 승진에서 누락된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여서 내부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형식만 보면 인사 혁신·세대교체라는 평가도 가능하지만, 리더십 신뢰가 흔들린 상황에서 나온 개혁 카드인 만큼 새 진용이 현장에서 지휘력을 얼마나 확보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며 “젊어진 부서장 라인이 조직에 활력을 줄 것이란 기대와 동시에 승진에서 밀린 연공층의 박탈감, 냉소가 뒤섞인 분위기”라고 전했다.◇책임성 강화 외치지만 … 지도부 사법 리스크에 개혁 신뢰 흔들강 회장 측이 내세우는 명분은 부실 농·축협 구조조정과 상호금융 건전성 악화에 대한 책임성 강화다. 농협은 최근 경영 자립도가 떨어지는 농·축협을 대상으로 합병을 권고하고, 합병에 응하지 않는 조합에는 중앙회 재정·사업 지원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상호금융 대출 잔액이 늘어나는 가운데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빠르게 악화되고, 적자를 내는 조합 수가 늘어난 현실이 인사·조직 개편의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다.앞서 농협은 부실 조합 정리와 함께 임원진 절반 교체, 수의계약 전면 금지, 108조원 규모 포용금융 공급 확대 등을 묶은 고강도 쇄신안을 발표했다. 계열사 대표 책임경영을 강화한다는 취지에서 대표이사 문책 기준을 명문화하고, 실적이 부진한 임원의 보수를 줄이거나 고의·중대한 과실로 손실을 발생시킨 경우 성과급을 환수하는 클로백 제도를 전 계열사로 확대 적용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번 집행간부·부서장 인사는 이러한 조직 쇄신 패키지가 ‘인사’ 영역에서 구체화된 조치라는 평가다.다만 쇄신 드라이브를 거는 지도부가 동시에 사법 리스크에 휘말려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으로 지적된다. 강 회장은 억대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해 경찰 압수수색과 출국금지 조치를 받은 상태로, 국정감사에서도 집중 질의를 받았다. 농협은행 부당대출 사건과 관련해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지준섭 부회장은 중앙회 부회장직을 유지한 채 농협 혁신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겸하고 있다. 수사·재판 대상인 인사들이 혁신안 설계와 인사 개편의 전면에 서 있는 구조 자체가 “개혁의 설득력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으로 이어지는 대목이다.인선의 성격을 둘러싼 해석도 엇갈린다. 한 농협 간부는 “이번 인사를 전부 회장 개인을 위한 보은 인사로만 보기는 어렵고, 일부는 계열·지역 안배를 고려한 탕평 인사나 차기 경영 주자들을 미리 배치하는 포석으로 볼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집행간부 인사안이 회장실 재가 없이 사실상 확정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에서, 회장 성향에 맞는 인사가 이뤄졌다는 시각 역시 여전히 강하다”고 했다.의원해직된 다수 임원 가운데 일부가 농협금융 자회사·손자회사로 옮겨갈 수 있다는 관측도 이어진다. 집행간부·본부장 인사에서 밀려난 인사를 다른 계열사로 배치해 ‘완충 장치’를 두는 방식이 작동할 경우, 표면적으로 보이는 인사 쇄신 강도와 실제 체질 개선 효과 사이에 괴리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농협의 또 다른 관계자는 “혁신안이 ‘임기와 상관없이 성과가 부족하면 언제든 교체될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면서, 인사권을 쥔 현 집행부와 차기 체제를 노리는 그룹 간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며 “연공서열 자체가 흔들린 상황이라 내부에서는 어느 라인에 서야 살아남을 수 있을지 저울질하는 분위기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