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브로드컴 연속 충격에 AI 버블론 재점화인프라 투자 대비 효과 의문 커지며 투자심리 위축반도체주 밸류 부담 확대돼 국내 증시 하락 우려
  • ▲ 지난 1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1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증시를 이끌어온 인공지능(AI) 기업들의 실적이 시장 기대를 밑돌면서 AI 산업에 대한 버블론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시장에 불확실성이 확산되자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국내 주식 시장에도 조정 가능성이 제기되며 ‘블랙 먼데이’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를 진행 중인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 오라클이 시장 예상에 밑도는 매출을 발표하면서 AI 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대규모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이 다시 고개를 든 것이다.

    이어 다음날 엔비디아의 대항마로 꼽히는 브로드컴까지 실망스러운 성적을 발표하면서 투자자 불안은 더욱 커졌다.

    실적발표 후 설명회에서 호크 탄 브로드컴 CEO는 “빠르게 성장하는 AI 매출이 비AI 매출보다 총마진이 더 작다”고 말했다.

    이에 시장은 AI 산업의 수익성이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고 받아들이며 이미 흔들리던 AI 산업을 한층 더 흔들리게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브로드컴은 분기 실적과 매출 전망이 시장 예상을 웃돌았음에도 총이익률 둔화와 AI 사업의 중장기 수익성 불확실성에 주가가 11.43% 폭락했다.

    이 여파로 엔비디아(-3.27%), AMD(-4.81%), 마이크론(-6.70%), 인텔(-4.30%), 마벨(-5.60%), TSMC(-4.20%) 등 주요 반도체 종목도 일제히 급락했다.

    AI 반도체 섹터를 이끌어온 대표 종목들에 대한 밸류에이션 부담이 다시 부각된 것이다.

    오라클 주가는 11% 넘게 급락한 데 다음 거래일에도 4%대 추가 하락하며 투자심리를 더욱 냉각시켰다.

    AI 투자 조정은 전력·에너지 관련 종목으로도 확산됐다.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확대 수혜주로 꼽혀온 콘스텔레이션 에너지는 6% 넘게 떨어졌고, GE 버노바와 커민스도 2~4%대 약세를 보였다. AI 생태계 전반에서 기대치가 한층 낮아졌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AI 산업에 대한 비관론에 더해 내주부터 미국 경제지표들이 집중적으로 공개될 예정이어서, 이로 인한 영향으로 코스피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빅테크와 AI 대표주 중심의 급락이 이어질 경우 반도체주 등 한국 증시로의 전이가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에도 AI 버블론이 일며 외국인들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주식을 각각 약 8조7000억원, 2조2000억원가량을 순매도하며 충격을 주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AI 산업 자체의 성장세는 지속되겠지만,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 국면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이 우세하다.

    공급망 과열, 수요 예측 불확실성, 투자 심리 둔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국내 기술주의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한 글로벌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AI 인프라 투자 규모보다 실제 매출과 현금흐름으로 연결되는 기업만 살아남는 국면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